[청춘 세계로 가다] 할렘의 한국어 교육 대모…동포 이정진 씨

[청춘 세계로 가다] 할렘의 한국어 교육 대모…동포 이정진 씨

2016.02.13.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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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욕의 중심가에 위치한 할렘 지역에는 흑인과 라틴계 사람들이 주로 사는데 범죄율이 높고 교육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합니다.

이 할렘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유교적 세계관을 가르쳐 큰 성과를 낸 동포 교사가 있습니다.

할렘의 한국어 교사 이정진 씨를 김창종 리포터가 만나 봤습니다.

[기자]
미국 뉴욕의 할렘가에 자리한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

한국인은 커녕 아시아 학생조차 없는 학교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우리 귀에 익숙한 말이 들려 온다.

이 학교에서 한국어는 필수 과목, 학생들은 주 4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수업 중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으면 주저 없이 도와주는 한국인 교사, 이정진씨.

그녀가 이 한국어 수업을 정규 수업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강리아 / 한국어 교사 : 정말 아무것도 없는 할렘에 와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이 정도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에요.]

이 학교가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젊은 시절 한국에 체류했던 교장의 제안으로 한국어가 스페인어, 불어와 같은 5개 외국어 과목 중 하나로 채택됐다.

당시 이정진 씨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사로 채용돼 그야말로 맨손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짜야 했다.

발로 뛰어 겨우 준비한 수업, 이번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들에게 동양의 작은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그저 시간 낭비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정진 / 한국어 교사 :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아시아 쪽이라고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 반응이, 썩..호응도가 높지는 않았어요.]

모두의 외면 속에서 시작된 한국어 수업.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그녀의 한국어 수업은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언어 자체가 아니라, 한국의 정신과 유교의 세계관을 언어로 가르친다는 그녀의 교육 방법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정진 / 한국어 교사 : 진짜 전통적인 유교에서 리더란 어떤 것인가, 군자란 어떤 것인가,연계를 해서수업을 하는 편이에요.]

한국어 수업 이후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100%에 육박하게 되면서 할렘의 문제아를 위한 학교가 뉴욕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떠올랐다.

[나타샤 트러버스 / 교장 : 그녀는 강한 개성을 갖고 있고 모험적이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합니다. 그녀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것을 엄하게 금지하고 있어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지난 2011년 한국어 수업을 필수 과목으로 정한 후 이 씨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8명으로 늘어난 한국어 교사들을 지도하는 한국어 학과장으로 역할이 바뀐 것이다

특히 이 학교의 교육적 성공 이후 한국어 수업을 신설하는 학교들을 자문해주는 업무까지 담당하게 됐다.

[이정진 / 한국어 교사 : 첫해 때 정말 한국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했던 아이들과 전쟁을 하며 했던 수업인데, 지금은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마니아들이 생기고. 이렇게 된 게 참 많은 발전을 했구나.]

한국어로 동양의 정신과 세계관을 전달한 이정진 씨.

그녀의 노력이 할렘의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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