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지 않고 비운다"…박서보 화백

"그리지 않고 비운다"…박서보 화백

2016.01.30. 오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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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단색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박서보 화백의 개인전이 영국 유명 화랑에서 열렸습니다.

이 화랑에서 한국인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박 화백의 인기가 높아 수억 원대의 작품이 모두 매진됐다고 합니다.

김수정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아무런 목적 없이 연필로 긋기를 반복해 완성한 작품들입니다.

박서보 화백이 '연필 묘법'으로 화폭에 담고자 했던 건 바로 '비움의 미학'입니다.

[박서보 / 단색 화가 : 난 뭐를 그리지 않아. 뭐도 그린 게 없으니까. 다 그냥 비워, 나를 비우는 일입니다. 그림이라는 것은 나를 비워야 한다…. 마음이건 뭐건 다 비워버리는 거예요.]

영국 최고의 화랑으로 꼽히는 화이트 큐브에서 박서보 화백의 개인전이 막을 올렸습니다.

이 갤러리의 미술 감독이 그의 작품에 주목해 한국인 최초로 초청 전시를 요청하면서 성사된 겁니다.

이번 전시에는 박 화백이 1967년부터 81년까지 '연필 묘법'으로 그린 작품 16점이 걸렸습니다.

[캐서린 코스탈 / 화이트큐브 미술 감독 : 우리는 박서보 화백의 초창기 작품부터 전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예술가로서 스스로의 색깔을 찾기 시작한 때부터요.]

개막과 동시에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수억 원대의 작품이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블레이즈 파트릭 / 미술품 딜러 : 진정을 시켜주고, 안정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고,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이네요.]

[조나단 워킨스 / 미술 평론가 : 매우 흥미로운 전시입니다. 저는 최소한의 문법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예술가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오는 3월 12일 영국 전시가 끝나면, 홍콩과 일본, 뉴욕에서도 박서보 화백의 작품 전시가 이어집니다.

올해 나이 여든여섯, 그는 앞으로도 '그리지 않고 비우는' 작품 활동을 소신껏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박서보 / 단색 화가 : 모든 삶을 비워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림은 수신하는 도구라는 거예요.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수신하는 도구요, 그림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수신 과정의 찌꺼기가 그림이라는 거지. 다른 의미는 없어요.]

영국 런던에서 YTN 월드 김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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