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영국에 무도대학 세운 '작은 거인' 이태용 씨

[청춘 세계로 가다] 영국에 무도대학 세운 '작은 거인' 이태용 씨

2015.12.12.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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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에 한국 무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교가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했지만 무술을 향한 집념으로 이 일을 이뤄낸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무술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태용 씨를 김수정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벽을 향해 힘껏 소리를 지르는 한 남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뒤로 돌아 함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한국 무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뱃심을 기르는 훈련이다.

남들보다 작은 체구로 영국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사람은 한국인, 이태용 씨.

그는 이 학교의 교장이다.

[이태용, 런던 무도 대학교 교장]
"제가 한국 사범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 그만큼 제가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범들의 미래는 유럽에서 밝다고 생각합니다."

특전사 출신으로 한국에서 특공무술 체육관을 운영하던 이 씨가 영국으로 이주한 건 지난 2005년.

당시 영국에서 무술은 극소수 유복한 집안 자제들이 취미로 하는 운동에 지나지 않았다.

[이태용, 런던 무도 대학교 교장]
"영국에는 저희처럼 길에 상설 도장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아서 영국에서 상설 체육관을 한국식으로 하면 상당히 비전이 있겠다…."

그렇게 시작은, 작은 체육관을 여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풍 환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이 씨의 체육관에 찾아와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씨에게 무술을 배운지 3년 만에 증세가 호전된 남자는 영국 귀족 출신의 대학교수로 현지 신문은 '무술을 통한 재활'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람의 얘기를 전했다.

이 일을 계기로 영국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게 된 이 씨는 무도의 역사와 철학을 설명하며 대학의 정식 과목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영국에서, 그것도 동양인이 고등교육기관 인가를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2년 9월, 런던 무도대학교가 영국 정부로부터 비영리학교법인 인가를 받던 날을 그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이태용, 런던 무도 대학교 교장]
"울었습니다. 제가 많이 울었고, 40년을 넘게 살았는데 평생 해온 일이 결실을 맺으니까 너무 즐겁고, 즐거운 나머지 눈물이 흐르고 제자들에게 자랑스럽고…."

런던 무도 대학은 올해 초 영국 스포츠 명문대 중 하나인 더비 대학교와 손잡고 무도 부문 공동연구기관 승인을 받았다.

런던 무도 대학을 졸업하면 더비 대학교 체육학부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무술 감독과 재활 치료사, 체육 교사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두 학교에서 한국 무술의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있다.

[샤랑가, 런던 무도 대학교 학생]
"어려서부터 영화에서 무술 장면을 보고 9년전 무술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푹 빠져서 계속 하고 있죠."

[에이든, 런던 무도 대학교 학생]
"나중에 스턴트맨도 하고 싶고, 영화의 무술 감독도 하고 싶어요."

심신을 수련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요즘은 무술을 배우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

이 씨의 바람처럼 한국 무술이 영국에서 점차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오마 칸, 런던 무도 대학교 교수]
"통계가 말해주고 있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영국에서 조직적으로 행해진 신체 단련 교육 중에 무술이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 '달인'이라는 뜻의 '마스터 리'로 통하는 작은 거인 이태용 씨.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에 한국 무술을 전파하는 것이 꿈이다.

[이태용, 런던 무도 대학교 교장]
"한국 무술로 다져진 진정한 무술 사범들이 영국 시장 속에서 영국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이고 제 후배들은 특히나 한국 사람들은 조금 더 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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