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밥 먹자!'…밥상 공동체

'함께 밥 먹자!'…밥상 공동체

2014.08.16. 오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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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혼자 사는 분들 가운데 나홀로 밥상에 앉는 것이 싫어 식사를 대충 때우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새로운 밥상 공동체가 일본에서 인깁니다.

식사 뿐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인간관계를 넓히는 장이 되기도 한다는데요.

일본으로 함께 가 보시죠. 박진환 리포터!

함께 하는 식사 모임에 얼마 전 다녀오셨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좀 어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분위기가 어떻던가요?

[기자]

제가 다녀온 곳은 도쿄 세타가야구의 '쿄우소우 키친'입니다.

'함께 연주하는 부엌'이란 뜻의 이 모임은 4년째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동안 40여 차례 열린 식사회에 천 명 넘게 다녀갈 만큼 잘 알려진 곳입니다.

이 날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서른 명이 모였습니다.

대학생부터 은퇴한 중년 남성까지, 세대와 직업이 다양했는데요.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연어 요리와 야채 스튜를 함께 만드는 동안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인터뷰:핫토리 마샤야, 첫 참가]
"역시 밥을 같이 먹으면서 교류하는 것이 빨리 친해지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인터뷰:오야마 미도리, 2년간 활동]
"이야기가 잘 통하는 친구가 많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를 떠나게 되도 인연을 지속하고 싶어요."

[앵커]

다같이 어울려 먹는 모습이 참 즐거워보이네요.

이런 모임 덕분에 지역 주민 사이의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도쿄 외곽 쿠니다치시의 이 모임은 지역적인 특수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곳은 유명 국립대학이 있어 학생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요.

학생과 주민 사이에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다가 2년 전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이 지역 어머니 4명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밥을 차려주자'며 식사 모임을 만든 것인데요.

여기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한 달에 한 번 회비 5천 원 정도를 내고 어머니 손맛 나는 요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사카이 케이스케, 첫 참가]
"혼자라면 요리를 거의 안하게 되는데 어머니들로부터 이것저것 배워가며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요."

[인터뷰:마츠모토 토모히로, 참가자]
"제 어머니 세대의 분들과 이야기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런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앵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진짜 어머니와 아들 같네요.

이런 모임을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찾게 되는 건가요?

[기자]

모임 참가자들은 장보기부터 시작해 설거지까지 함께 나눠 일하게 되는데요.

활동 내용은 아날로그적이지만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은 디지털을 충실히 활용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일정과 참가비 등을 공지하면 댓글로 참가 신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간 관계 단절의 원인으로 꼽히는 디지털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공동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 뿐 아니라 먼저 다녀간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식사 모임을 찾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앵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SNS의 가치도 달라지는군요.

이런 밥상 공동체가 최근 주목받는 사회적 배경은 어떤 것일까요?

[기자]

우선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일본은 이미 4년 전 1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증가세가 예상되는데요.

일본 사회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해져 인간관계의 범위가 과거에 비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결핍을 느낀 사람들이 이런 식사 모임을 자발적으로 찾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타카다 아키카즈, '쿄우소우 키친' 대표]
"이웃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 옛날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런 기회가 줄어들었고요. 물리적 이웃이 아닌 새로운 의미의 이웃을 만드려는 생각이 늘어나서 (모임이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이들의 반응입니다.

SNS와 게임 등 가상 공간 속의 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진짜' 인간관계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야마자키 교우코, 회사원]
"역시 인터넷 공간이 아니라는 게 좋아요.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미야케 요우코, '오캉메시' 대표]
"혼자 밥을 먹고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도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그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앵커]

역시 디지털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겠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임이 생겨났다면서요?

[기자]

한국의 경우는 20~30대 젊은 층이 이런 모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굳이 조리를 함께 하지 않더라도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많고요.

공통된 관심사에 따라 소모임이 활발하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아직 초창기지만 한국 역시 1인 가구 증가세와 함께 다양한 공동체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먹을 식, 입 구, 가족을 뜻하는 '식구'는 함께 마주앉아 나누는 식사의 가치를 담고 있는 말인데요.

꼭 혈연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새로운 '식구'를 만나는 것 역시 인생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진환 리포터,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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