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요"…자연 살리는 '임업여성회'

"숲으로 가요"…자연 살리는 '임업여성회'

2014.08.02. 오전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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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일본에 숲으로 가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숲을 가꾸고, 임업 관련 기술을 배우는 작은 모임이 '임업여성회'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요.

자연과의 공존을 실천 속에 배우는 여성들, 박진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박진환 리포터!

도쿄 인근에서 열린 모임에 다녀오셨죠?

여성들이 숲에서 어떤 활동들을 펼치고 있나요?

[기자]

제가 찾아간 곳은 도쿄 인근 치바현 이치하라 십니다.

토요일 이른 아침 도쿄 임업여성회 회원 17명이 모였는데요.

회원들은 이 날 할 일에 대해 주민들의 설명을 들은 뒤 숲으로 향했습니다.

숲에서는 나뭇가지나 잡초들을 정리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요.

전기톱 등 입업 장비에 대해 실습하며 배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회원들은 4년 전 모임을 결성한 뒤 이치하라 시의 산을 돌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구마가이 요코, 건축자재 회사 근무]
"건축 관련 업무를 하는데 있어 이렇게 나무가 심어져 있는 상태부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다케우치 마사에, 회사원]
"숲을 가꾸는 작업이 매우 재미있어요. 또 이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재밌습니다."

[앵커]

'임업여성회'라는 이름이 왠지 정겹게 느껴지네요.

이런 모임들은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한 겁니까?

[기자]

현재 도쿄 뿐 아니라 교토, 나고야 등 일본 내 9개 도시에 임업여성회가 결성돼 있습니다.

대부분 대도시들인데요.

모임이 생겨난 시기는 대체로 3-4년 전입니다.

이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참가자를 모집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도시에 산다는 점을 빼면 나이도 직업도 저마다 다른데요.

그래서인지 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참가자들은 말하더군요.

[앵커]

참가자 대부분이 대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을텐데요.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겠네요?

[기자]

일본 임업 종사자 수는 지난 1965년 26만 명 수준이었지만 40년 만에 85%가 줄었습니다.

남아있는 인구도 대부분 중장년층과 노년층인데요.

처음에 주민들은 회원들의 활동을 취미 생활 정도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후지자키 요시마사, 이치하라 시 거주]
"회원들과 오랫동안 교류해 왔는데 임업에 대해 생각하는 수준이 매우 높아요. 여성들이 활동을 시작한 뒤 이 곳 노인들이 건강해졌다고 해요. 회원들이 지역 주민과 교류하며 활동하기 때문에 주민들도 기뻐하고 있습니다."

여성회 관계자들은 활동 지역에 어떤 작업이 필요한 지 현지 주민들과 논의해 할일을 정하는데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스기야마 사오리, 도쿄 임업여성회 회장]
"작업하고 있는 이 지역이 바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러 곳에서 작업하고 싶지만 단체활동이다보니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성과를 남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여성회'일까요?

남성들도 참가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은 없나요?

[기자]

얼마 전 임업여성회에서 주관한 전기톱 자격증 강좌가 열렸습니다.

이 날 모인 사람 15명 가운데 4명이 남성이었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기톱 날을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 직접 나무를 잘라보는 연습을 함께 배웠는데요.

산림 정비와 정기모임 외에 임업 관련 강좌는 남성에게도 개방돼 있습니다.

경치 좋은 숲을 찾아가는 모임도 있는데 여기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은 '임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쇼 토모에, 회사원]
"임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기술을 하루 이틀에 배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조금씩 배워가고 싶어요."

[인터뷰:닛토 고키치, 강사]
"임업이 쇠퇴하면서 여성이 진출을 해 여성의 도움을 얻어 산을 관리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은 삼림대국으로도 유명한데요.

최근 이렇게 숲의 가치가 부각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일본은 국토의 70%가 삼림으로 이뤄져 있는 나랍니다.

산과 숲이 늘 곁에 있지만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점점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는데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연을 지키는 것이 삶을 지키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만들어주는 숲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또 취업난 속에 직업으로써 임업의 가능성에 눈을 돌리는 젊은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숲을 주제로 한 영화와 만화 등 다양한 컨텐츠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자연과의 공존에서 출발하는 것이겠죠.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통해 자연을 지키는 여성들을 더 많은 숲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박진환 리포터,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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