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조리법 그대로!…'나폴리 피자 인증제'

전통 조리법 그대로!…'나폴리 피자 인증제'

2014.07.05. 오전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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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이 즐겨 먹는 피자, 이게 다 같은 피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피자의 발상지 나폴리에서는 재료부터 제조 과정까지 엄격하게 평가해 '피자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는데요.

전통의 맛을 이어가기 위한 피자 장인들의 노력, 이태리 최기송 리포터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기송 리포터!

흔히 먹는 '피자'에도 '인증서'가 있다니 의외인데요.

나폴리에서 이런 제도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기자]

이태리 남부 나폴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뿐 아니라 피자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660년 무렵 '마스투니꼴라'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뒤 확산된 것인데요.

맛이 좋고 만들기 간편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장 주문 피자, 냉동 피자 등 패스트푸드로 변형된 피자가 주류를 이루게 되자 나폴리 피자 장인들이 위기를 느낀 겁니다.

그래서 지난 1984년 '정통 나폴리 피자 협회'가 결성됐고요.

지난 1997년부터 협회와 시 당국이 함께 피자의 재료와 조리법을 엄격히 검증하는 '인증제'를 시행하게 됐습니다.

[인터뷰:마리안나, 관광객]
"여기 피자는 다른 집에 비해 더 부드럽고, 소스도 풍부하고 더 맛있어요. 인증서 받은 업소인 걸 알고 왔어요. 맛있거든요."

[앵커]

사실 이태리 식당 메뉴 가운데 '나폴리 피자'가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정통 나폴리 피자'란 어떤 건가요?

[기자]

정통 나폴리 피자로 인증받기 위한 기준은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재료는 곱게 정제한 이태리산 밀가루와 덜 시고 단 맛이 나는 산 마르짜노 토마토, 물소젖으로 만든 모짜렐라 치즈를 써야합니다.

피자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만들어야 하고, 직경 35cm 이하여야 합니다.

구울 때는 섭씨 480도에 이르는 고온의 화덕에서 1분 반 이하로 재빠르게 구워내야 합니다.

또 인증서를 발급하기 전에 협회 관계자들이 해당 업소를 직접 찾아가 현장 실사를 하는데요.

조리법을 잘 지키는지 또 화덕 등 시설을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앵커]

인증서 받기가 만만치 않겠는데요?

이 인증서를 받으면 어떤 점이 좋은 건가요?

[기자]

'정통 나폴리 피자 인증서'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일 요리로는 유일하게 인증제를 도입했기 때문인데요.

인증서를 받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피자 전문점으로써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세계 26개국 피자 전문점 500여 곳이 이 인증서를 발급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안토니오 빠체, 정통 나폴리 피자 협회장]
"요즘 일반적으로 피자는 평범한 음식이 됐죠. 하지만 '나폴리 피자'는 매우 수준높은 미식으로 통하고 그 '나폴리 피자' 집은 유행을 선도하는 만남의 장소가 되는 겁니다."

[앵커]

피자가 처음 생겨날 때의 조리법과 지금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전통 조리법을 이어가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나폴리 시내 유명 피자 전문점을 찾아가 봤는데요.

지난 1890년 문을 연이 곳은 3대째 정통 나폴리 피자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작은 가게지만 하루 평균 200여 개, 휴일에는 300여 개씩 피자가 팔려나갑니다.

아버지의 대를 이을 아들도 주방에서 부지런히 피자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렐로 수라체, 피자 전문점 사장]
"저는 지금까지 '마토찌'의 수준 높은 피자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낍니다. 100년 넘게 피자 도우 제작 방법 등이 똑같습니다. 전혀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대를 이어 전통 조리법을 보존하는 곳도 있고요.

협회에서도 세계 각국 요리사들을 대상으로 정통 나폴리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안주민, 실습생]
"밀가루 회사, 모짜렐라 회사 등 직접 찾아가 굉장히 과학적인 이론 수업을 하고요."

[인터뷰:스토맥 비트로카니야츠, 실습생]
"수료증을 받으면 내 이름은 전통 나폴리 피자 요리사 명부에 올라가게 될 겁니다."

[앵커]

세계 유일의 '피자 인증제'를 만들 만큼 이태리 사람들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네요.

그 배경은 뭘까요?

[기자]

이태리 속담 중에 '좋은 친구와 가족이 함께 한 식탁에서는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태리 사람들은 함께 모여 맛있는 요리를 나눠먹는 것을 인생의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요.

이 뿐 아니라 국토가 길기 때문에 다양한 기후대에 속한 요리 재료들이 풍성하게 생산됩니다.

이런 이유로 오랜 역사를 거쳐 요리와 음식 문화가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안토니오 빠체, 정통 나폴리 피자 협회장]
"우리는 운좋게 지역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식재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요리를 갖고 있는 것이죠. 음식은 그 민족, 국민들의 사상이고 민족의 역사이기에 소중합니다."

[앵커]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김장 문화'가 등재됐죠?

하지만 한국 김치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값싼 중국산이 잠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전통의 맛을 지키려는 노력없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김치가 그 맛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한번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기송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이태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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