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여성들이 달라진다!

미얀마 여성들이 달라진다!

2014.06.28. 오전 04:1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미얀마 여성들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뿌리깊은 불교 문화와 오랜 군부 독재의 영향으로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보수적인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개혁 개방 물결과 함께 젊은 여성들은 패션부터 의식구조까지 전통 여성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미얀마 신승현 리포터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신승현 리포터!

미얀마가 본격적으로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지 3년이 좀 지났죠?

그동안 여성들이 외모부터 상당히 달라졌다면서요?

[기자]

요즘 양곤의 젊은 여성들은 반바지나 민소매 의상 등을 즐겨 입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모습입니다.

미얀마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긴 치마 형태의 전통 의상, '롱지'를 일상적으로 입어왔는데요.

옛부터 '여성은 발목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관념이 남아있어 노출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상부터 머리 스타일, 화장까지 빠르게 서구화 돼 가고 있습니다.

젊은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패션, 미용 관련 업체들도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류'의 영향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미얀마 지상파 방송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정기적으로 방영하고 있는데요.

여기 등장하는 한국 연예인의 스타일이 여성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낭쉐리툰, 22세 직장인]
"코리아 스타일을 좋아해요. 특히 2NE1과 송혜교의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인터뷰:메이?노, 18세 대학생]
"K-POP을 즐겨들어요. 쇼핑할 때 K-POP 스타들과 같은 스타일의 옷을 사요."

또 미얀마에서 섬유 봉제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얀마에 투자한 외국 기업 절반 이상이 이 분야에 몰려 있습니다.

외국에서 디자인한 옷을 재봉해 만들어 내는 인력 대부분이 여성이다보니 특히 패션 분야에서 변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외국 자본과 문화가 밀려드니 아무래도 영향을 받게 되는군요.

이런 여성들의 변화를 사회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기자]

급격한 변화를 부정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세대별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얀마 최초의 걸그룹으로 꼽히는 '미 앤 마 걸즈'를 통해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데뷔한 4인조 여성 힙합 그룹인데요.

과감한 의상과 화려한 춤, 그리고 미얀마의 사회 현실을 담은 노랫말로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전통적 여성상과 거리가 먼 이들의 파격적인 활동에 미얀마 당국의 규제와 사회적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공식 석상에 전통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중장년층이 패션 아이콘처럼 동경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반응입니다.

[인터뷰:띠리노에뚜, 36세 주부]
"미얀마 여성은 미얀마의 문화와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반바지 등 요즘 유행하는 옷을 안좋아해요."

***[인터뷰: 난?먀, 19세 대학생]
"패션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제 패션을 쳐다볼 때 기분이 좋습니다."

[앵커]

수치 여사는 민주화 지도자로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지 않습니까?

상징성이 큰 정치인의 활동이 미얀마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수치 여사는 미얀마의 독립 영웅의 딸이자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화 지도자로서 존경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세계여성포럼에서 수치 여사는 일부 대학이 여성 지원자에게 남성보다 높은 시험 점수를 요구한다며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직접적인 활동을 펼쳐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개혁 개방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얀마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지금도 사실상 사회 각 분야를 장악한 군부와 뿌리깊은 불교 전통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에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상하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미얀마 국회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4% 수준에 불과합니다.

세계 144개국 가운데 예멘과 함께 최하위권 수준입니다.

[앵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미얀마의 젊은 여성들은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기자]

미얀마는 인구 구성상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나라입니다.

유엔개발계획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을 받는 여성 비율도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여성 취업률 역시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건설과 공업 등 남성의 분야로 인식돼 온 영역에도 최근 여성들이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얀마의 신세대 여성들은 사회에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 여성 단체들은 이를 위해 평등한 교육 기회와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먀띠다 스웨띤,/ 미얀마 SI 그룹 회장]
"정부는 여성 인권을 지지하고 보장해야 합니다. NGO과 기업 등 각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여성 권익을 보호하는 일은 노동 환경에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조치로써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가정에 봉사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전통적 의미의 여성상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강합니다.

미얀마가 양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 뿐 아니라 국민 의식이 함께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아무도 가지 않은 땅도 한 명, 두 명 걸어가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죠?

전통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서 있는 미얀마 여성들의 도전이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신승현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미얀마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