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왜 사랑받나?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왜 사랑받나?

2014.01.18. 오전 03: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가장 고결한 자리에서 가장 낮은 이들을 끌어안는 사람.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의 중심에 선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해 온 교황을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는데요.

'교황 열풍'의 진원지, 바티칸 시티 분위기는 어떤지 최기송 리포터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기송 리포터!

로마에 있는 바티칸 시티는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고있는 곳이죠.

새해를 맞아 교황을 만나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면서요?

[기자]

새해 첫날 교황을 만나기 위해 바티칸 시티에 다녀왔는데요.

성 베드로 광장에는 교황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든 전 세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년 메세지를 통해 '정의롭고, 하나 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세계 각국 관광객 등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인터뷰:떼네로나·디에고, 나폴리 관광객]
"교황을 직접 보기 위해 왔어요.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인터뷰:니노, 로마 시민]
"이 시대 최고의 교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매우 심플하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설교하고,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앵커]

교황의 인기 덕분에 바티칸 시티를 찾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었을 것 같은데요.

교황 관련 이색 상품들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지금까지 교황이 주재한 행사에 참여한 방문객 수는 660만 명이 넘었습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때의 1년 방문객 수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교황의 높은 인기 덕분에 바티칸 시티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인데요.

이탈리아 관광청에 따르면 바티칸 방문객 가운데 10%는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을 꼭 들른다고 하는데요.

국내총생산의 10%를 관광 매출에 의존하는 이탈리아로선 크게 반길만한 소식이죠.

바티칸 시티 주변 상점에는 교황 얼굴이 새겨진 엽서와 열쇠고리, 달력 등이 교황 관련 기념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부팔라·시칠리아, 여행객]
"이미 집에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상품을 많이 사뒀어요. 이번에는 교황의 얼굴이 새겨진 달력을 살 생각입니다."

[인터뷰:오비디오, 바티칸 기념품 판매점 직원]
"교황의 사진, 묵주 등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된 많은 상품을 팔고 있어요. 정확히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교황 즉위 이후 매출이 껑충 뛴 것은 사실입니다."

[앵커]

교황은 고급 숙소를 마다하고 게스트하우스에 묶는 등 이전 교황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서민적인 풍모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렇게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에는 자신의 경험도 녹아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교황 자신이 서민이었기 때문에 사제가 된 뒤 늘 가난한 사람들의 곁을 지켜왔는데요.

교황에 선출된 뒤 즉위명을 '빈자의 성자'로 꼽히는 '프란치스코'로 정한 것도 청빈과 봉사의 삶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교황은 즉위 이후 첫 미사에 바티칸의 청소부들을 초대하는가 하면 부활절에는 무슬림 여성의 발을 씻겨줘 화제가 됐습니다.

가톨릭 최고의 권위자가 보여주는 소탈하고 파격적인 모습은 신자 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앵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강자 독식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세계 곳곳에서 봇물처럼 일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계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이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래 전부터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강조했는데요.

즉위 이후 여러 차례 연설을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자유방임 시장과 투기로 인해 불평등이 발생한다'며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현재의 금융 위기는 인간이 돈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자본가들의 탐욕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교황은 '성전 안에 머물며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는데요.

불평등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권하는 말로 해석됩니다.

[인터뷰:김종수, 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더 가난한 사람, 어려운 사람, 고통받는 사람, 병자, 어린이 이런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가고 또 실제로 돕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교황이 가톨릭계 내부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지도 관심사입니다.

동성애 등 첨예한 사안을 놓고 개혁적인 교황과 보수적인 가톨릭계 내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면서요?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동성애와 낙태 등의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죄악으로 여겨져 온 문제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교회가 꾸짖기 보다 끌어안아 줘야 한다는 것이죠.

또 고위 성직자의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마피아 수익금의 돈세탁 창구로 의심받아 온 바티칸 은행의 개혁에 착수했는데요.

이 때문에 교황이 마피아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교황의 개혁 노력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여론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 결과 미국 가톨릭 신자의 92%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옳고 바른 것은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권위를 만들어 갑니다.

종교가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교황, 그래서 이 시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것 아닐까요?

최기송 리포터,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로마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