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전성시대! [박사유, 일본 리포터]

'1인 가구' 전성시대! [박사유, 일본 리포터]

2013.10.26. 오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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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한 조사 결과 한국에서 네 집 가운데 한 집이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가족을 잃거나 또는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대 변화에 발맞춰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먼저 이런 현상이 시작된 일본에서는 최근 어떤 '1인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박사유 리포터!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이 25%를 넘어섰는데요.

일본의 경우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해 한국에서 가족 없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454만 명으로 전체의 25.3%를 차지했는데요.

일본은 이미 지난 2010년 32%에 이르렀습니다.

1인 가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는 2035년에는 한국 34.3%, 일본 37%에 이를 전망입니다.

3가구 중 1가구 꼴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게 된다는 것이죠.

[앵커]

그동안은 사회의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이 '가족' 중심이었는데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1인 가구'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뜨고 있다면서요?

[기자]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유통업체는 '1인 가구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의식주를 모두 혼자 해결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돕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1인용 밥솥이나 소형 세탁기 등 1인 가구를 위한 가전제품은 이제 보편화됐습니다.

이 뿐 아니라 남의 시선 때문에 혼자 밥을 먹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1인 전용 식당이나 노래방, 미용실도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과일이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해 품종 개량을 거쳐 보통 수박의 1/6 정도로 크기를 줄인 1인용 수박까지 등장했는데요.

1인 여행 상품이나 반려동물 등 이른바 '위로 산업'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인터뷰:가나모토 에리나,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
"취직이나 대입 등으로 독립하는 사람들의 이사철에 맞춰서 싱글세트라고 할까요. 작은 전기밥솥이나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을 묶어서 내놓고 있습니다. 2~3월쯤에요."

[앵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서양 일부 국가는 40%를 넘어선 곳도 있는데요.

일본을 포함해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1인 가구는 2억 4천만 명으로 전체 가구 수의 13%를 차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삶의 가치를 개인의 성취와 만족도에 두는 경향이 확산되는 것이 1인 가구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혼도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인터뷰:유즈가미 아카네, 1인 가구]
"월세나 공과금 등을 스스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스스로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비자발적인 1인 가구도 늘고 있습니다.

또 배우자와 사별한 뒤 혼자 사는 노인도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터뷰:사카이 사미에, 1인 가구]
"함께 사는 게 좋긴 한데 큰 아들도 독신으로 혼자 살고 있으니까...큰 아들이 한 달에 한번 만나러 와줘요. 반찬값 준다고..."

[앵커]

요즘 한국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는 '고독사'라는 말이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말이죠?

가족 등 연고자 없이 혼자 죽음을 맞는 경우를 뜻하는데요.

혼자 사는 일본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기자]

일본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기본적으로 자식이나 친척 등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지난 2010년 일본에서 혼자 죽음을 맞은 이른바 '고독사'한 노인은 3만 2천 명이었는데요.

한국도 지난 2009년 587명에서 지난 2011년에는 700명을 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주거나 장례를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또 혼자 사는 노인의 은행 업무를 대신해주거나 전화로 말벗이 돼 주는 등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시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가와타 다카오, 노인 요양원 입소자]
"10년인가 혼자 살았지. 같이 살던 동생이 죽었어. 너무 무섭고 외로워서 이 시설에 들어온거야. 혼자살 때는 잘 굴러 떨어졌는데 여기 와서는 떨어진 적 없어."

[앵커]

한국은 세금부터 사회복지까지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는 1인 가구에 대해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본은 가구 구성원 수가 점점 줄어들자 소형 임대 주택을 확대하는 등 일찌감치 주택 계획을 세웠는데요.

면적이 30~40㎡인 소형 주택이 100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또 일본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지방자치단체에서 독거노인 가정에 급성 질병 통보 장치를 만들고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확인해 안부를 살피는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독거 노인의 경제 사정을 돕기 위해 정년을 70세로 늘린 일본 기업도 전체의 20%에 이릅니다.

일본에 비해 1인 가구 증가세가 늦게 나타난 한국에서는 정책적 지원이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송영신, 한국 1인가구연합회 대표]
"1인 가구들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망을 이어주자...주거 기준 자체도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마련을 해서 거기에 못 미치는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주거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되지 않을까..."

[앵커]

혼자 살 것인가, 함께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른 누가 아닌 자신이 결정할 문제죠.

그 선택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써 존중하는 태도가 늘어나는 1인 가구 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박사유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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