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으로 배우는 위안부 아픔의 역사

수업으로 배우는 위안부 아픔의 역사

2013.07.13.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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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미국의 한 대학이 수업을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외국 학생들이 수업 중 화상 전화를 통해 직접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요?

뉴욕 김창종 리포터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창종 리포터!

[질문]

이 수업이 어느 학교에서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겁니까?

[답변]

동북아시아 역사 수업은 지난해부터 뉴욕시립대 퀸즈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근대사를 기초로 2차 세계대전, 특히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주된 수업 내용으로 등장합니다.

교수진은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과 관련 사진 자료를 통해 토론 위주로 수업을 이끌어 가고 있었습니다.

[질문]

직접 수업 현장에 찾아가 보셨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답변]

수업에는 미국 학생은 물론 미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시간은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화상대화였습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나 자료 사진을 통해서만 접하던 위안부 역사를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학생들은 할머니에게 위안부로 끌려갈 당시의 상황부터 위안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등 쉴 새 없이 질문을 이어 갔습니다.

답변을 들은 학생 대부분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인터뷰:클라리자 마요, 미국 대학생]
"처음에는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어요. 할머니를 위해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타누자 아니루드, 미국 대학생]
"저 같으면 아마 이런 얘기를 못했을텐데 기꺼이 얘기해주시는 할머니들이 정말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질문]

동포 2~3세를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안부 역사를 가르치는 경우는 드문데요.

이 수업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된 겁니까?

[답변]

한인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와 뉴욕시립대 홀로코스트 센터는 3년 전 위안부 할머니들과 유대인 대학살 당시의 생존자들을 만나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하는데 당시 수용소 생활을 했던 사람 가운데 약 5만여 명이 살아있습니다.

두 기관은 앞으로 인권 유린과 대량학살 같은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교육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인권의 문제는 서양과 동양이 따로 있을 수가 없고 같은 내용의 문제다, 똑같은 시기에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던 심각한 전쟁 범죄와 관련된 인권의 문제를 함께 공부하고 배우고..."

[질문]

수업을 모두 마친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주어진다고 들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맡게 된다면서요?

[답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과 필리핀, 태국 등 동북아시아 출신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는 프로젝트인데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증언을 기록해 역사적인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과거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 수가 적고요.

또 가슴 아픈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 인터뷰를 거부하는 분들이 많아 자료를 남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질문]

최근 뉴욕주 의회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죠?

이런 수업이 생겨나게 된 것도 그렇지만, 정치권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동포들의 역할이 컸다면서요?

[답변]

뉴욕 동포들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뉴욕 곳곳에서 '위안부 사진 전시회'과 '위안부 역사교육'을 진행해 왔고 모금운동도 활발히 벌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외국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저지 주에 '위안부 기림비'가 조성됐고, 2012년에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두 번째 비가 세워졌습니다.

우리 동포들의 이 같은 다양한 활동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뉴욕과 뉴저지주 상하원 의회 모두 일본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게 된 것이죠.

[인터뷰:에드워드 브라운스틴, 뉴욕주 하원의원]
"아픈 과거를 뒤로한 채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 원하던 것이죠. 위안부 역사가 묻히지 않고 계속 알려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일본의 비뚤어진 역사 인식은 할머니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있는데요.

모쪼록 뉴욕 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창종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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