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없는 나라 도전!...우리가 배울점?

담배 없는 나라 도전!...우리가 배울점?

2013.04.20. 오전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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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뉴질랜드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담배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애연가들에게는 섭섭한 일이지만 강력한 금연 정책이 이어지면서 국민 건강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성인- 남성 흡연율 40%로 '흡연 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가 배울 점은 없는지, 뉴질랜드 이형록 리포터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뉴질랜드 국민 가운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데요, 어떻습니까?

[리포트]

지난해 기준으로 15세 이상 성인 인구 350만 명 가운데 18%인 65만 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강력한 금연정책이 시행된 덕분에 시행 전인 2003년보다 6% 줄었습니다.

뉴질랜드는 흡연 때문에 연간 4,300명에서 4,600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흡연 관련 의료비만 1조 3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질문]

금연 정책 가운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뉴질랜드는 이미 담뱃값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얼마나 비싼 겁니까?

[답변]

현재 20개비들이 담배 한 갑의 가격이 약 $16~17, 만 오천 원 정도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5년까지 '담배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2016년까지 담뱃값을 매년 10%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애연가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데, 담뱃값 인상으로 오는 2016년까지 10만 명 정도가 담배를 끊을 것으로 뉴질랜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

OECD 회원국 가운데 담뱃값이 가장 싼 우리나라는 최근 담뱃값을 올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한데요.

담뱃값을 올리는 게 흡연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답변]

뉴질랜드 전체 흡연 인구 가운데 마오리족이나 아메리칸 사모아 등 태평양 연안국 출신, 다시말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약 40%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담뱃값을 올리면 이들의 담배 구매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담뱃값을 10% 올린 후 담배 구매율은 15%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은 낮아지겠지만 담배 밀수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마크, 오클랜드 시민]
"(담뱃값 인상으로) 값싼 담배의 수입이나 밀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담배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밀수나 탈세 같은 다른 문제가 증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질문]

뉴질랜드는 지난 2004년부터 식당과 카페, 심지어 술집에서도 실내 흡연을 금지했다고 들었습니다.

실내 흡연을 규제한 뒤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답변]

뉴질랜드는 지난 2003년 국제담배규제협약(FCTC)에 가입한 뒤 2004년부터 식당과 술집을 포함한 모든 실내에서 흡연을 규제했습니다.

이후 뉴질랜드에서는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요.

실내 공기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도 줄어들어 국민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인터뷰:조일환, 한식당 운영]
"상쾌한 공기 속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게 아주 좋은 현상 같습니다. 실내에서 금연, 특히 식당에서 금연은 적극 찬성하는 바입니다. 손님들도 물론 좋아하시고요."

지난 2011년부터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담배를 진열하고 파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데요.

청소년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에 담배를 잘 보이게 진열하는 것은 곧, 그들이 담배의 유혹에 빠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담배 외부 진열 규제'는 예비 흡연 인구까지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런 강력한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을지 궁금한데요.

국민들의 건강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나요?

[답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인 실내 금연 정책이 시행된 후 3년 동안 55세에서 74세까지의 고령층에서 심장병 발병률은 이전보다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도박장에서 금연을 시행하자 도박률이 크게 줄어든 점인데요.

이는 도박을 하던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왔다갔다 하면서 리듬이 깨지자 도박을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한 금연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질문]

우리나라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금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연 정책이 효과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개인과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답변]

담뱃값 인상 등 강력한 금연정책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한 여론 조성 없이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죠.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흡연자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정부는 흡연자들에게 '금연 치료제'를 적극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반대 여론에 밀리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뷰:김공래, 뉴질랜드 동포]
"(뉴질랜드는) 금연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한국 교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쳐서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담배없는 나라' 실현을 위한 뉴질랜드의 이같은 노력은 금연정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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