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1년...냉기 여전 [오세종, 리포터·김효근, 코트라 카이로 무역관 과장]

'재스민 혁명' 1년...냉기 여전 [오세종, 리포터·김효근, 코트라 카이로 무역관 과장]

2011.12.22. 오후 12:4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올해 주요 국제 이슈를 돌아보는 시간, 이번에는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의 민주화 바람입니다.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 1년을 넘겼지만 이집트와 시리아 등에서 혼란은 여전합니다.

이집트의 오세종 리포터와 코트라 카이로 무역관 김효근 과장을 전화로 연결해 아랍의 봄, 그 시작부터 파장까지 종합 진단합니다.

오세종 리포터, 안녕하십니까?

김효근 과장님도 안녕하십니까?

[질문]

먼저 오세종 리포터! 지난해 12월이었죠. 먼저,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어떻게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전 국민 시위로 번지게 됐는지 잠깐 정리해 주시죠.

[답변]

지난해 12월 17일, 튀니지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노점상에서 과일을 파는 일을 했는데요.

경찰의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다 자신의 몸에 석유를 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는데요.

시위 영상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인구 천만 명의 작은 나라 튀니지는 시위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튀지니의 시위는 지난 1월 14일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서 일단락됐고, 튀니지는 23년간의 독재체제를 청산하고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이 사건은 튀니지 국화인 재스민 꽃을 상징해 '재스민 혁명'이라 부르게 됐는데요.

재스민 혁명의 폭풍은 이집트와 시리아 등 이웃 중동 국가들로 확산됐습니다.

[질문]

과장님!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튀니지는 비교적 빠르게 민주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 계신 이집트를 포함해 다른 국가들의 사정은 좋지 않다고요?

[답변]

시리아에서는 지난 2000년 집권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으나 아사드 대통령은 이를 강제 진압하며 퇴진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리비아도 아직까지 안정을 찾지 못하는 건 마찬가집니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대신 권력을 차지한 군부와 시민이 격렬히 충돌하며 사망자만 벌써 수십 명에 이릅니다.

카다피를 축출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킨 리비아도 부족 간 충돌로 정치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르단과 알제리, 모로코, 이란에서는 재스민 혁명의 파장으로 사회가 술렁이자 개헌과 개각 등 명목상의 개혁을 통해 시위는 잦아든 상탭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 왕정국가들은 재스민 혁명을 차단하기 위해 오일머니를 뿌리며 겉으로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질문]

오세종 리포터! 현재 이집트에서도 반군부 시위와 유혈 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요?

현지 상황이 어떻습니까?

[답변]

카이로 정부청사 인근에서 정부군의 반군부 시위대 진압으로 수 백 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지난달에도 군부와 시위대 간 충돌로 40여 명이 숨졌고, 에삼 샤리프 총리는 유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새로 임명된 카말 간주리 신임 총리는 시위를 무력 진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혈 사태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집트에서는 지난 2월 민주화 시위에 의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후에도 민주화 개혁 가속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문]

과장님, 튀니지에서는 지난 10월 새 정권을 선택하기 위한 첫 선거를 치렀는데, 그 이후 상황은 어떤가요?

[답변]

튀니지 총선은 민주화 시위로 정권이 무너진 국가 가운데 처음 시행된 선거라는 점에서 다른 아랍 국가들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튀니지는 지난 10월 23일 열린 총선에서 이슬람주의 정당인 엔나흐다당이 110개 정당 중 최다 득표로 승리했습니다.

선거에는 총 유권자 410만 명 가운데 무려 90%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1월 25일 총선이 실시된 모로코에서도 온건 이슬람당인 정의개발당이 승리했고요.

카다피 제거 이후 새로운 국가 건설을 준비 중인 리비아에서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모든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공표된 상탭니다.

[질문]

오세종 리포터! 이집트는 아직 총선이 진행 중인데,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답변]

이집트는 2차 총선 투표가 끝난 가운데 이슬람 정당들이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차 총선에서 온건 이슬람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의 자유와 정의당이 36.6%,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살라피스의 알누르당이 24.4%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2차 투표에서도 무슬림 형제단의 자유정의당과 보수파 이슬람 정당인 살라피 알 누르당이 우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차 총선은 다음 달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치러질 예정입니다.

[질문]

과장님!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는데요.

마지막으로 1년 전과 지금, 달라진 점을 정리해 주시죠.

[답변]

중동 국가들은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됐을 때도 흔들림 없이 권력을 지키며 40년 가까이 장기집권 체제를 이어왔는데요.

재스민 혁명을 기폭제로 철옹성 같던 중동의 독재 정권이 차례차례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민주화 시위 과정이 오래 걸린 만큼 앞으로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이번 혁명은 중동 사람들의 인식구조를 바꾸는 혁명이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권위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기념비적인 혁명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혁명으로 민주화 시위가 퍼지는 데 큰 역할을 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쇼셜네트워크서비스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