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퍼지는 사군자 향기

아르헨티나에 퍼지는 사군자 향기

2008.05.22. 오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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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남미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한국화의 정수인 사군자를 가르치고 있는 동포가 있습니다.

이민 생활 13년 동안 길러낸 현지인 제자들은 이제 한국 문화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덕주 리포터가 그 주인공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교실에서 사군자 수업이 한창입니다.

커다란 화선지에 힘차게 획을 긋는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하기만 합니다.

이내 화선지 가득 매화를 그려내는 예사롭지 않은 실력의 소유자도 눈에 띕니다.

한번도 수업에 빠져지 않았다는 미겔 씨는 사군자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인터뷰:미겔 카라카치안, 아르헨티나 수강생]
"사군자를 모두 좋아합니다. 그 중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매화기'가 특히 맘에 듭니다. 매화 가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표현을 달리하며 그릴 수 있어 좋습니다."

한국과 동양 문화가 낯선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사군자를 가르치고 있는 이는 동포 이세윤 씨.

1995년 아르헨티나로 이민온 이후 지금까지 줄곧 현지인들에게 사군자를 가르쳐 왔습니다.

13년 동안 그를 거쳐간 현지인들은 40여 명 정도.

이들 가운데 10년 넘게 사군자를 그리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세윤, 아르헨티나 동포]
"한국과 너무 멀어 제대로 자료를 구입할 수 없는 점이고, 언어가 소통되지 않아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오랜 제자 가운데 한 명인 미겔 씨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온통 사군자에 매달릴 정도입니다.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틈틈히 오래된 동양 미술 작품의 복원 작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처음엔 문화와 사고의 차이로 어렵기만 했지만 이제는 다른 이를 가르칠 정도가 됐다고 자랑합니다.

[인터뷰:미겔 카라키치안, 수강생]
"처음 배울 때는 사군자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사군자를) 배울 때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했는데... 철학과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면서 사군자도 그리기 수월해졌습니다."

처음엔 붓과 화선지를 그저 신기해 하던 현지인들이 점차 한국 문화로까지 관심을 넓혀가는데 보람을 느낀다는 이세윤 씨.

앞으론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는 수묵화 대전을 여는 것이 소망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YTN 인터내셔널 정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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