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괜찮아"...'윤희에게'에 담은 김희애의 진심 [인터뷰]

"그 자체로 괜찮아"...'윤희에게'에 담은 김희애의 진심 [인터뷰]

2019.11.12. 오전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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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간을 살아내도 그 사람 자체로 괜찮다고 용기와 위로를 주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애는 이같이 말하며 영화 '윤희에게'에 담은 그의 진심을 설명했다.


'윤희에게'는 윤희(김희애 분)에게 도착한 첫사랑 쥰(나카무라 유코 분)의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김소희 분)이 첫사랑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김희애는 딸과 단둘이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비밀스러운 첫사랑을 간직한 엄마 윤희로 분해 오래전 추억을 찾아간다.



그는 '윤희에게'에 담긴 욕심 없는 마음이 좋았다고 말했다.


"제가 책을 너무 재밌게 봤어요. 소박하게 욕심을 안 부리고 써서 신선함이 느껴졌어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자극적으로 쓰고 그런 게 있는데, 책을 봤을 때 욕심 없이 순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윤희에게'는 동성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고민은 없었냐 물으니 그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인정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 그분들은 그분들의 삶이 있는 거죠. 혼자 사는 분들의 삶도 있고, 결혼해서 혼자 되는 삶도 있고, 공동체의 삶도 있고, 여러 삶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공기를 못 느끼고 사는 것처럼 그런가 보다 했죠.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시사를 통해서 보니 어떤 사람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마음이 보여서 좋았어요."


김희애는 차분한 연기 톤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지만, 다행히 잘 표현해낸 것 같다고 웃었다.


"차분한 톤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말보다도 감춰진 비밀스러운 모습들을 쭉 유지해야 했고, 너무 짧은 순간에 보여줘야 해서. 나름대로 감정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사람이 너무 부담을 가지면 그 순간에 긴장돼서 안 되거든요. 그런데 잘 표현돼서 다행이었어요."



그는 딸로 호흡을 맞춘 김소혜의 순수함도 칭찬했다.


"소혜가 너무 잘하고 귀여웠어요. 그 친구도 욕심이 없는 애인 것 같아요. 생각이 많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가는 게 좋았어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실제 김희애는 아들만 둘. 그는 딸을 가지고 싶다고 털어놨다.


"딸 정말 갖고 싶어요. 근데 다 안 주시니까 우리 아들 건강한 거에 감사해야죠.(웃음) 완전 다른 행성이에요."


첫사랑을 다룬 영화이니만큼 김희애의 첫사랑을 묻자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웃으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얘기를 꺼냈다.


"어휴, 기억 안 나요. 혹시 나더라도 안 난다고 해야 해요.(웃음) 그러니까 영화 통해서 대리만족을 이뤘죠.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많이 봤어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티모시 살라메가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엄마랑 우는 장면이 감동적이어서 책으로 또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김희애는 앞서 부산영화제 무대인사에서 자신의 활동이 '무르익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인제 보니 그런 표현은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표현이 조금 조심스러운데, 지금 한창 활동하는 선배님들 들으시면 웃길 것 같아요. 제 또래의 당대 최고의 남자배우가 그런 말을 했더니 신구 선생님이 '너희는 꽃봉오리야' 하셨대요. 선생님이 보시기엔 그렇겠죠.(웃음) 2~30년 후에 절정을 맞이하기 위해서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건 행복하죠."


그는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멜로를 소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은 없지만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멜로에 대한 프라이드는 없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고 했는데 우리 스태프들이 '언니 그거 20년째 하는 말이다'라고 헤요. 저는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 했네요.(웃음) 항상 덤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변화가 있을까.


"아직까지는 운이 좋아서 현역으로 하고 있어서 못 느끼지만, 아마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고모나 이모 같은 사이드 역할로 밀려나겠죠. 어떤 거라도 제가 나와서 일한다는 게 힘을 받는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저로 인해 작품이 돋보인다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는 운이 좋다고 말했지만, 김희애가 주연을 맡는 이유가 있을 터. 자신만의 강점을 꼽아달라니 대본을 열심히 보는 것이라고 했다.


"자존심이랄까, 폐를 끼치는 게 싫어서 대본을 열심히 봐서 NG를 안 내려고 해요. 제가 잘 못 외워요. 다른 사람들은 쪽대본도 바로바로 잘 외우던데. 저는 미리 받아서 하다보니까 많이 보고, 많이 보면 연기를 더 깊게 이해할 수밖에 없어요."


또 그는 실전에서 더 강한 타입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메라 앞에 선 순간까지도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영화 '허스토리' 할 때도 경상도 사투리가 힘들어서 리허설 때 제가 웃기게 했나 봐요. 첫 신 첫 컷에 유창하게 사투리를 해야 해서 긴장했는데 우려한 거보다 한 컷에 끝냈다는 거예요. 그때 감독님께서 저를 칭찬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나는데, 제가 리허설 때보다 카메라 앞에서 잘한대요. 그래서 저도 카메라 앞에 서면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어요."


김희애는 '윤희에게'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갔으면 할까.


"보시는 분들도 만든 사람들의 진심을 느끼셔서 '우리가 마음먹었던 부분들이 틀리지 않았구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이 들어요. 정답은 없는 것 같고, 어떤 사람도 괜찮다. 꼭 그런 사랑(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인간을 살아내도 그 사람 자체로 괜찮다고 용기와 위로를 주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윤희에게'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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