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황후의 품격', 막장 드라마의 기막힌 최후

[Y이슈] '황후의 품격', 막장 드라마의 기막힌 최후

2019.02.22. 오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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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이슈] '황후의 품격', 막장 드라마의 기막힌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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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사다난한 드라마가 있었나. 작품 외적으로 주연 배우의 잇따른 부상과 연장 불참, 내적으로는 법정 제재까지. 타이틀이 무색하게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다.

지난 21일 52부작을 끝으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방송에서 황후 오써니(장나라)는 태후의 악행을 낱낱이 밝히는 데 성공했다. 태후(신은경)는 사형을 선고받았고 결국 비리의 온상인 황실은 불명예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드라마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와 드라마 '리턴'을 만든 주동민 PD가 의기투합해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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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만 해도 호평이 이어졌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에 자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더해져 드라마를 찾는 이가 늘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청률은 17.9%(24회, 전국기준)까지 치솟았다. SBS 드라마가 좀처럼 10%를 넘지 못했던 시점, '황후의 품격'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빛 뒤에 가려진 그림자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작품 안팎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황후의 품격' 스태프들은 '근로시간 미준수'와 관련해 "'황후의 품격'이 도 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한다"며 방송사인 SBS 및 제작사를 고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촬영일지에는 짧게는 12시간부터 길게는 29시간 30분까지 근로시간이 기록돼 있었다. SBS 측은 공식입 장을 통해 "근로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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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생방송' 촬영 속에서 주연 배우들의 부상이 이어졌다. 최진혁과 신성록을 액션 장면을 찍다가 각각 얼굴과 다리를 다쳤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 현장 특성을 고려해도 '황후의 품격' 촬영장이 타 드라마에 비해 상당히 어수선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뿐만 아니다. 작품 내적 측면에서 폭력성과 선정성 문제도 드라마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첫 회부터 자극적인 장면과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제 이혁(신성록)과 민유라(이엘리야)의 노골적인 스킨십이 이어지는가 하면 태후(신은경)는 민유라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명 '시멘트 고문'을 감행했다.

회가 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쫀쫀한 서사로 승부수를 던지기보다 자극적 장면이 반복됐고, 중구난방 전개로 피로감을 높였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칼을 빼 들었다. 11일 방심위는 '황후의 품격'에 법정 제재인 '주의'를 내렸다. 방심위는 해당 조치에 대해 "과도한 폭력 묘사 및 선정적 장면에 대한 지적에도 이를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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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조치가 무색하게 '황후의 품격'은 의결 이틀 만인 13일, 분노한 이혁이 황후 오써니(장나라)를 찾아가 강제로 입을 맞추는 장면을 방송해 논란을 샀다. 또한 21일에는 황후의 품격 측은 임신부 성폭행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내보냈고 결국 시청자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방통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22일 YTN Star에 "(20일 방송분 중) 해당 장면을 확인하고 심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 측은 "현재로서는 밝힐 수 있는 추가 입장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이런 결과를 무리한 연장의 여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SBS 측은 "탄탄한 결말"이라는 명목으로 종영을 3일 앞두고 4회 연장을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장과 함께 주인공을 맡은 최진혁의 연장 불참 소식이 함께 전해지는 어리둥절한 상황이 펼쳐졌다.

SBS 측은 "48회 방송분을 마지막으로 왕식과 우빈역을 맡은 최진혁이 모든 촬영을 마쳤다. 스케줄상 20일과 21일 방송분에는 출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최진혁 소속사 관계자는 "예정되어 있던 해외 일정상 연장 방송분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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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에선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과정이다. "시청률이면 다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 넘은 자극 설정으로 극을 이끈 작가와 연출을 덧입힌 제작진 및 방송사의 행보가 아쉬운 이유다. 이것이 낳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드라마 속 막장과 같은 행태로 도 넘은 악행을 거듭하던 황실은 결국 몰락했다. 폭력 선정성으로 눈을 찌푸리게 했던 드라마들 역시 언젠가는 대중의 외면 속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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