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맨’ 칼럼 스콧 “넘버원 아닌 에브리원 위해” [인터뷰]

‘골든맨’ 칼럼 스콧 “넘버원 아닌 에브리원 위해” [인터뷰]

2018.11.16. 오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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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This Real?”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를 녹이며 나온 영국 팝가수 칼럼 스콧(Calum Scott·30)의 짧고 굵은 한 마디였다. 이 말의 위력은 대단했다. 칼럼 스콧 판타지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칼럼 스콧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내한 공연을 갖기 위함이었다.



편안한 인상이 말해주듯, 칼럼 스콧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다. 남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녔고, 졸업했고, 직장에 들어갔다.(관공서에서 채용 공무원으로 일했다.) 노래를 향한 열정이 일깨워진 순간은, 우연이 아니었다. 스물셋 무렵이었다. 방에서 습관처럼 부르던 노래를 여동생이 들었고(여동생은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었다.), 작은 대회에 나가볼 것을 권했다. 칼럼 스콧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다른 부담 없이 동네에서 하는 가라오케 노래자랑에 출전했고, 이는 가슴 속 숨겨진 불꽃을 피어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갈고 닦을 준비의 시간은 필요했다. 가라오케 경험을 계기로 음악의 뜻을 두고자 했으나, 마룬5(Maroon 5) 트리뷰트 밴드 혹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듀오 활동이 고작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 순간도 칼럼 스콧에게는 꼭 필요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종류를 알게 됐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게 됐다.



마침내 운명의 날이 밝았다. 2015년 칼럼 스콧은 영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 시즌9’에 출연했다. 여동생 제이드 스콧(Jade Scott)과 함께했다. 예선 무대에서 스웨덴 뮤지션 로빈(Robyn)의 ‘Dancing On My Own’을 불렀고, 이는 쇼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힐 정도로 화제에 올랐다.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이 골든 버저(예선 프리패스 티켓)를 누른 참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후는 탄탄대로다. 음악 팬들이 아는 그대로다. 2016년 ‘Dancing On My Own’을 데뷔 싱글로 발표했고, 영국 싱글 차트 2위와 6개국 싱글 차트 10위권에 안착했다. 그해 11월 첫 오리지널 싱글 ‘Rhythm Inside’까지 발매했다.



열일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해 11월에는 ‘You Are the Reason’을 세상에 내놨다. ‘더 엑스 팩터 시즌3’(The X Factor) 우승자 리오나 루이스(Leona Lewis)와의 컬래버레이션 버전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브릿 어워드’(Brit Awards)의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올해 3월 데뷔 앨범 ‘Only Human’으로 존재감을 굳혔다.



괄목할만한 성장에도, “넘버원 아티스트에는 관심이 없다”며 웃는 그에게는 사람을 움직이는 놀라운 힘이 있는 듯하다. 가수 활동 중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며, 서로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용기와 사랑을 이끌어내고 싶을 뿐이라는 칼럼 스콧을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났다.



판타지는 현실로 거듭났다. 대화를 나눌수록,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운명이 그를 이곳으로 인도한 이유는 뚜렷했다. 외모, 실력, 애티튜드,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까지 ‘리얼’(Real) 그 자체인, 칼럼 스콧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첫 방한이에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의 일정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A. 대박 기대돼요! 한국 팬들을 처음으로 만나 뵙게 되었어요.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 아시아를 처음 왔어요. (아시아)투어를 돌고 있는데, 팬들이 공감을 정말 잘해줬어요. 피드백도 엄청났고요.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노래도 따라 불러줬는데, 저에게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오늘 있을 공연도 기다려져요.



어제는 한옥에서 세 곡만 부르는 스페셜한 퍼포먼스를 했어요.(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KIWA 프로젝트) 한옥은 영화 속에서나 봤지, 실제로 가본적이 없었어요. 매우 독특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전통 가옥이기 때문에, 보호를 위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어요. 한옥과 어울릴만한 의상도 골랐고요. 저의 가장 인기 있는 발라드 곡을 세 개 불렀어요. ‘No Matter What’과 ‘Dancing On My Own’, ‘You Are The Reason’을 선곡했어요. 굉장히 친밀한 분위기 아래서 불렀답니다. 기대해 주세요.



Q.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통해 데뷔했어요. (다른 참가자에 비해)비교적 늦은 나이였잖아요. 출연을 결심한 남다른 계기가 있다면요?



A. 저는 그냥 평범한 아이였어요.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평범한 삶을 살았어요.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커리어를 쌓을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죠. 학교에서 드럼을 친 게 전부랄까요. 그러다가 남들처럼 직장을 갖게 되었고, 8년 정도 그곳에서 일했어요. (아티스트를 보며)‘저런 멋진 삶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곤 했었죠.



어느 날, 동생이 가라오케 노래 대회에 나갈 것을 추천하더라고요. ‘오빠, 재능 있는 것 같다’면서요. 그렇게 처음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봤는데,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저만의 목소리를 찾는 시간을 보냈어요. ‘브리튼즈 갓 탤런트’도 동생이 대신 참가 신청을 해줬어요. 적어도 재미있는 인생의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서 나갔어요.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사이먼 코웰이 골든 버저를 눌러주다니요!






Q. 우스갯소리로 들어주세요. 이전 직장도 멋진데요. 한국에서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죠.



A. 안전한 직장이죠. 학교를 졸업할 당시 인턴쉽을 (전 직장으로)가게 됐고, 쭉 머물게 된 거예요. (지금 선택에 대해)아무런 후회는 없어요. 꿈꿔왔던 삶이니까요. 물론, 가끔 그리울 때는 있어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대화하고 그런 시간이요.



Q. 전 세계가 아는 독설가 사이먼 코웰의 마음을 녹인 오디셔너로도 유명해요. 알다시피, 그의 호평을 듣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두 볼을 손으로 감싸며 놀라는 모습이 괜히 뭉클했습니다.



A. 다시 생각해도 초현실적이라고 밖에는… 저희 엄마는 아직도 그 영상을 자주 보세요. 지금까지도 ‘저게 있었던 일인가?’ 싶어요. 사이먼 코웰이 골든 버저를 누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버저 옆에 민트 캔디가 있었거든요. 그걸 가지러 간 줄 알았어요. 하하하. 그래서 놀랐나 봐요. 하하하.



Q. 당시 ‘Dancing On My Own’을 커버했어요. 반응이 정말 엄청났어요. 개인적으로도 큰 감동을 받았는데요. 선곡 배경을 여쭈어도 될까요?



A. 물론이죠. 제가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잘하는 것을 탐색해왔어요. 그러던 중, 온라인에서 ‘Dancing On My Own’의 피아노 편곡 버전을 봤어요. 비트를 거둬내고 보니, 가사와 그 감정이 살아나더라고요. 깊은 인상을 받아 노래를 해봤고, 제일 먼저 엄마에게 들려줬어요. 엄마가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 감정 전달이 잘 됐다는 뜻이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Q. 이 곡으로 데뷔 싱글까지 발표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었어요. 원곡보다 더한 인기라는 평도 눈에 띄던데요. 칼럼 스콧에게 (해당 곡이 갖는)의미가 특별할 것 같아요.



A. 저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어요. 저는 하필이면, 스트레이트 맨(이성애자)을 많이 좋아했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죠. ‘Hotel Room’이라고 제가 쓴 곡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죠.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거예요. 클럽이나 파티에서 나 혼자 춤추는 그런 일 말이에요.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죠.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Q. 몇몇 인터뷰를 보니까, (칼럼 스콧의 앨범을 통해)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두려움 없이 사랑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어요. 해낸 것 같나요?



A. 어렸을 때는 자책을 많이 했어요. ‘나는 왜 이럴까’ 부끄러웠어요. 남들처럼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게 견디기 힘들었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도 당연히 어려웠고요. 좀 커서 깨달았어요. 나도 똑같은 사람이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요. 누군가를 선택해서 사랑할 순 없잖아요. 그런 걸 컨트롤 할 수 없잖아요. 음악을 통해 남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많이 무서웠어요. 커밍아웃 순간 말이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저를 외면하고, 혼자가 될까봐 두려웠어요. 이번 앨범이 나오고, 사람들에게 사랑과 지지의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제 이야기를 듣고)용기를 내서 커밍아웃을 했다는 내용도 많았죠. 팬들도 (앨범에)공감했다는 뜻이겠죠?



몇 주 전에 싱가폴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여성 리포터였는데, 인터뷰 후 밖에서 울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 말이 감명 깊었다고 했어요. 저희는 서로를 꽉 끌어안았고, 저도 거의 울 뻔했어요. 무척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죠.



Q. 칼럼 스콧의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 같은데요. 평범한 삶에서 스타가 된 지금은 어떤가요?



A. 진짜 이상해요. 지금도 파자마를 입고 슈퍼마켓에 가도 상관없을 것 같거든요. 늦게 데뷔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덕분에,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도 해요.



음악이 취미가 아닌 삶이 된 게 믿어지지 않아요. 이렇게 한국도 오고, 미국도 가고, 호주도 가고, 정말 영광이죠. 때때로 믿을 수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볼을 꼬집어 봐요. 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에요. 변함없는 나만의 안식처가 있다는 게요.




Q. 동생과의 사이가 각별해보여요. ‘골든 버저’를 받은 순간이 음악적 커리어로는 최고였지만, 오빠로서는 고통스러웠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거든요. 누구보다 애틋할, 동생의 응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A. 동생이 저보다 네 살이 어려요. 그래서인지, 오디션 무대에서 긴장한 게 보였어요.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죠.



저도 더 떨리는 거예요. 동생의 무대가 혹평을 받아 슬프고, 사이먼 코웰의 독설에 화나고, 감정이 소용돌이쳤어요. 그래서 그런 감정(오디션 무대 당시)이 나왔는지도 몰라요.



집으로 돌아와서, 얼마 동안 서먹한 시간이 있었어요. 알다시피, 동생이 추진한 오디션이었잖아요. 곧 동생이 저를 찾아왔어요. 자신이 떨어진 건 슬프지만, 우리 오빠가 잘 돼서 기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우리는 남매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동생도 계속 음악을 하고 있어요. 서로 서포팅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도 하고요! 제 동생은, 제 인생에서 정말 큰 부분이에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더 있을까요?



A. 당연히 있죠. 넘버원 아티스트가 된다거나, 앨범을 수백만 장 판다거나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안겨주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에요.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혼자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까이는요? 2집에 집중하고 싶어요. 제 색깔을 지켜가고 싶어요. 발라드가 많을 거고, 눈물을 더 흘리게 될 수도 있어요. 늦게 세상에 나온 만큼, 연기라던가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싶어요!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유니버설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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