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POINT] "끝이 아닌 시작" 최용수 감독의 '재비상'을 기대한다

[K리그1 POINT] "끝이 아닌 시작" 최용수 감독의 '재비상'을 기대한다

2020.08.04. 오전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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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다." 핑계, 변명, 남 탓은 없었다. FC서울을 위해 FC서울을 떠난 최용수 감독은 실망한 팬들에게 거듭 사과했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미래를 기약했다. 감독 최용수의 재비상을 기대하는 이유다.

'명장' 최용수 감독이 FC서울의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놨다. 최용수 감독은 현역, 코치, 감독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우승컵을 안겨준 위대한 레전드다. 그런 최용수 감독이 작별 인사 한 마디 없이 쓸쓸하게 떠났다.

아쉬운 작별이었다. 서울하면 최용수였고, 최용수하면 서울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울이라는 팀 역사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서울이 위기에 빠진 순간마다 '소방수'로 등장해 팀을 구해낸 인물도 최용수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최용수 감독이 스스로 작별을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서울을 위해서였다. 포항전에서 1-5로 대패한 후 최 감독은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2실점 이후 전체 균형이 무너졌다. 어떤 핑계도,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제가 부족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고 했고, 이어 "지도자를 하면서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힘든 시기도 있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발악했지만 쉽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팬들에게 죄송한 말을 전하고 싶다"며 거듭 사과했고,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끝까지 서울을 위해 헌신했다. 구단을 탓하지도 않았고, 오직 자신의 부족함만을 생각했다. 서울에서 자진 사퇴한 최용수 감독에게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는 메시지를 남기자 최 감독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다"며 핑계가 아닌 자신의 반성을 먼저 이야기 했고, 미래를 기약했다.

끝이 아닌 시작, 그리고 반성. 최용수 감독다운 말이었다. 돌이켜 보면 최용수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자신을 돌아봤고, 매 시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1년 황보관 감독의 사퇴로 감독 대행을 맡은 최용수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을 빠르게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2012년에는 데얀, 몰리나 콤비를 중심으로 한 공격 축구로 K리그를 정복했다. 당시 서울은 승점 97점을 기록하며 K리그 최다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에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리그에서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맹활약했고, 무엇보다 토너먼트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명승부'를 펼쳤다. 당시 탈아시아급 스쿼드를 갖췄던 광저우 헝다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결승전 스코어만 보면 1,2차전 합계 3-3이었고, 정말 아쉽게 준우승을 기록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지도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데얀이라는 K리그 역대 최고의 골잡이와 중원의 핵심 하대성이 팀을 떠나면서 더 이상 공격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자 오스마르를 영입하며 수비 안정화를 추구했고, 결과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이진법 축구'라는 비판도 들었지만 어찌됐든 서울은 흔들리지 않았고, 2015년 FA컵 우승 등 계속해서 성적을 냈다.

2016년은 또 달랐다.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이라는 K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진을 구축했고, 신진호, 주세종 등이 영입되면서 전체적으로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시즌 초반부터 전북과 함께 '2강' 제체를 구축했고, 최용수 감독이 중간에 팀을 떠났지만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와서도 계속 발전했다.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굴욕을 맛봤지만 어찌됐든 잔류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3-5-2 포메이션을 정착시키며 결과를 만들었다. 강력한 압박, 왕성한 활동량,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리그 3위를 기록했고, 아시아 챔피언리스그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물론 실패도 있었다. 이번 시즌 3-5-2 전술만 고집한다는 비판도 받았고, 전술적인 단조로움으로 인해 아쉬움도 남겼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매 시즌 새로운 전략을 통해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서울을 떠나면서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겠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결국 이것이 감독 최용수의 재비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사진=인터풋볼,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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