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만찢남'·'피지컬:100'...편성 아닌 납품 택한 지상파의 속내

[Y초점] '만찢남'·'피지컬:100'...편성 아닌 납품 택한 지상파의 속내

2023.02.0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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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제작, OTT 편성…"창작자들 자유 갈망"
[Y초점] '만찢남'·'피지컬:100'...편성 아닌 납품 택한 지상파의 속내
사진제공 = 넷플릭스,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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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운동 좀 한다'는 100명이 모여 몸으로 겨루는 넷플릭스 '피지컬: 100'. 웹툰작가 기안84 씨, 이말년 씨, 주호민 씨, 모델 주우재 씨를 데리고 무인도로 향한 티빙 '만찢남'.

이 두 시리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MBC PD가 만든 OTT 흥행작이라는 점이다.

OTT 독점 공개되는 오리지널 작품을 지상파가 제작해 납품하는 이 상황은 업계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그동안 지상파 3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웨이브가 지상파 제작의 오리지널 작품을 가끔 선보이긴 했지만 이마저도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고, '오리지널'이라고 하더라도 TV와 OTT 모두에서 볼 수 있도록 편성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간 '만찢남' '피지컬: 100'과 같은 지상파 제작 OTT 독점 오리지널은 왜 더 탄생하지 못했을까. 지상파에서 제작만 했다 하면, OTT 오리지널은 왜 'OTT 독점'이 되지 못했을까. 그 답은 지상파 소속 제작자들 전반에 깔린 '리니어(linear 선형) 우선주의'에 있다.

젊은 PD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OTT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때도, 결정권을 쥔 대다수의 책임자들은 "TV 편성이 아무래도 우선이죠"라는 말을 외쳤었다. 이에 'OTT 오리지널'이라는 글자를 단 프로그램들도 TV 편성을 포기할 수 없어 TV용과 OTT용을 따로 편집해 내보내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그러니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일로 여겨져 OTT 오리지널 제작의 기회가 오더라도 망설이는 지상파PD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리니어 우선주의'는 분명 금이 갔고, 최근 1~2년 사이에 급속도로 부서지고 있다. 지상파PD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한 한 OTT 관계자는 "지금의 지상파는 사업 확장에 대한 니즈가 있다"며 채널 편성보다도 콘텐츠 제작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지상파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상파가 TV채널에 편성하지 않더라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이제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지상파는 더 이상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 그룹'에 가까운 크리에이터 집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MBC 박성제 사장은 '피지컬: 100' 공개를 앞둔 24일 SNS를 통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해서 1년 넘게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지상파 TV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저는 우리 사원들에게 이렇게 늘 얘기합니다.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다'"라며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방향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MBC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이미 문을 열었다. 김태호PD가 재직하던 당시 '먹보와 털보'를 선보인 바 있다. 'MBC가 만들었지만, MBC에서는 볼 수 없고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에 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웨이브 '피의 게임'도 첫 시즌은 TV 방영과 OTT 공개를 동시에 진행했지만, 올해 상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시즌2는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다. 더욱 스케일은 커졌고, TV 방송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자유로운 수위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제는 지상파 PD라고 해서 TV 방송 프로그램만을 만드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젊은 PD들을 중심으로 다소 제작 환경이 자유로운 OTT 콘텐츠 제작을 원하는 목소리는 높아져가고 있고, 조직도 점차 문을 열고 있다. 또 다른 OTT 관계자는 "콘텐츠의 기획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창작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OTT 환경을 점차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방송사와 OTT 간의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YTN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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