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②] "'코빅' 회식 안 가기도"...이은지가 밝힌 MZ세대 예능 생존법

[Y터뷰②] "'코빅' 회식 안 가기도"...이은지가 밝힌 MZ세대 예능 생존법

2022.08.03.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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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②] "'코빅' 회식 안 가기도"...이은지가 밝힌 MZ세대 예능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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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대세'란, 코미디언 이은지 씨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은지 씨는 2021년 1월, 공개적으로 '예능 우량주'를 찾는 MBC '놀면 뭐하니'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2021 동거동락' 특집에 출연하면서 방송가의 주목을 받았다.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인 이은지 씨는 이국주, 홍현희 댄스 모사로 웃음을 안긴데 이어, 전매특허 '길은지' 캐릭터로 준비된 예능감을 뽐냈다.

길은지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인기 콘텐츠 '05학번이즈백'에서 탄생한 캐릭터. 05학번의 밀레오레 댄스퀸이라는 설정으로, 가수 이효리, 길건, 렉시 등이 주도한 당대 센 언니 콘셉트를 그대로 재현 캡 모자, 링 귀걸이, 벨벳 트레이닝복으로 2000년대 감성을 완벽 소환했다.

이어 2021년 10월에는 MBC '나 혼자산다'에 출연해 본캐 이은지와 부캐 길은지를 오가는 이중생활의 전모를 보여주면서 다시금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고, MBN 예능 '아!나 프리해' MC 자리를 꿰차며 더욱 주목 받았다. 최근에는 나영석 PD의 새 예능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 고정 멤버로 합류하며 대세로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했다.

이은지 씨가 이처럼 단기간에 대세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준비된 자세 덕이다. 그는 tvN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하며 다양한 코너에서 무대 경험을 쌓는 한편, 길은지로 자신만의 차별화 된 캐릭터를 구축했다. 지상파 예능 출연을 기회로 자신의 매력을 아낌 없이 보여줬고, 리얼리티 예능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나 PD 신규 예능에 고정 멤버로 발탁되며 차근차근 대세 행보를 걸었다.

길은지로 MZ세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데 이어 유재석 씨와 나영석 PD와 손잡은 이은지 씨. 코미디 연기부터 비범한 춤실력, 뛰어난 순발력까지 갖춘 그의 대세 행보가 예정된 수순처럼 자연스럽다.

[Y터뷰②] "'코빅' 회식 안 가기도"...이은지가 밝힌 MZ세대 예능 생존법

Q. 나영석PD와 김태호PD의 러브콜을 모두 받았어요.
굉장히 기뻤어요. 근데 항상 욕심부리면 뭔가 잘 안 되더라고요. 저는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를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코빅' 때도 이번에는 내 코너 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무산된 적도 많고, 당장 오늘 녹화인데 제 역할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적도 있고. 항상 기대하지 않고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서, 불러 주셔서 되게 기뻤는데 막상 기쁜 티를 많이 못 내고 혼자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딱 들었던 생각은 웃기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리는 게 지금 더 중요한 일인 거 같아서, 제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어요. 제가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피식대학' 덕분이죠.

Q. '대세'로 주목받고 있는 걸 실감하나요?
'코미디 빅 리그' 무대에 오르면 관객들의 환호성이 예전과 다른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체감해요. 예전보다는 길에서도 많이 알아보시는 거 같아요.

Q.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주어진 역할들이 각기 다른데, 다 잘 소화해내요.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코빅'에서 제가 선배인냥 휘젓고 다니면 그것도 선을 넘는 거 같고, '지구오락실'에서 맏언니인데 웃기기에만 급급했다면 그것도 선을 지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아!나 프리해'에서는 제게 주어진 예능적인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고요. 너무 과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절하니까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주위 분들이 잘 해주 셔서 색깔이 다른 프로그램에도 다 잘 어울릴 수 있었죠.

Q. '아!나 프리해'에서는 오랜 경력의 아나운서들 앞에서 ‘예능부장’으로 큰 소리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디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거 같아요.
사실은 저도 긴장을 많이 해요. 아직도 '코빅'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되게 떨려요. 계속 하다 보니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저만의 루틴이 생겨서 조금 괜찮아진 것 같고, 또 중학교 때부터 댄스스포츠를 했다 보니 대회를 많이 출전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뭔가 해내야 되는 환경에 익숙해진 거 같아요.

Q. 'MZ세대 대표 예능인'이라 불려요. 스스로 느끼는 이전 세대와 차이점이 있다면?
솔직함인 거 같아요. 옛날에는 방송이라고 하면 배 불러도 먹고, 안 웃겨도 일단 웃고, 그런 게 있었는데 저희는 먹다가 배부르면 수저 놓고 안 웃기면 안 웃어요. '지구오락실' 멤버 다들 그렇게 해요. 멤버들이 전부 솔직하고 털털하죠. 그게 바로 MZ세대의 특징이 아닐까요? 방송이나 일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건 나 자신이라는 베이스가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코빅' 때 회식이 있어도 제 일이 있으면 안 가겠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물론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단체가 해야 할 일은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나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Q. 포털 프로필에 음악인으로도 등록돼 있어요.
웹 예능에서 '부캐'로 활동하면서 음악 활동을 했었거든요. '지상천하'에서는 천하라는 역할로 출연하다가 음악 방송에도 출연했고, '내 이름음 손민수'라는 콘텐츠를 하면서 손민수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고요. 근데 제 이름으로 낸 적은 없어요. 제 ‘본캐’는 코미디언이니까, 제 본명으로 앨범을 내는 것은 어쩐지 쑥스러워요. ‘부캐’라서 덜 부끄럽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이은지는 코미디언이니 본업에 집중하려고요(웃음).

Q. ‘부캐’가 정말 많아요.
길은지, 은콩이, 최란, 손민수, 천하 이렇게 한 5개 정도 돼요. 타이밍이 잘 맞았죠. 제가 길은지를 하고 나니 한창 ‘부캐’ 열풍이 불었어요. 일부러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고, 당시에 웹 예능에 많이 출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죠.

[Y터뷰②] "'코빅' 회식 안 가기도"...이은지가 밝힌 MZ세대 예능 생존법

Q. 특히 길은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피식대학'의 '05이즈백'을 보고 '나도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미팅을 한번 하고 싶다고 했더니 마침 '2000년대 이효리를 찾고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객원 멤버로 합류하게 됐죠. 당시 댄스 가수가 누가 있지 하다가 길건 씨 얘기가 나와서, ‘성은 길씨로 하고 은지는 그대로 하자’ 해서 길은지가 됐어요. 또 당시 유행했던 패션은 뭐가 있지 하다가 링 귀걸이 하고, 본더치 모자 쓰고, 부츠컷 청바지 입고… 회의를 하면서 캐릭터가 잡혔죠.

Q. 실제로는 10학번인데, 05학번 고증을 제대로 했던데요?
제 언니가 06학번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언니랑 같이 맨날 드라마랑 영화보고, 부평가서 놀고 그랬거든요. 제가 실제로 보고 느낀 것들이라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었어요.

Q. 길은지의 패션도 그 시절 그대로예요. 구하기 어려웠을 거 같은데.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거의 구해줬어요. 중고 거래를 되게 많이 활용했다고 하더라고요. 고생 많이 했죠. 빈티지라는 빈티지는 죄다 찾아봤을 거예요.

Q. 대사 하나 하나가 공감을 부르는데 대본은 직접 쓰나요?
작가가 없어요. 다 저희가 회의하고 하는 거고, 코미디언은 자기가 짜야 돼요. 남이 짜 주면 입에 잘 안 붙어요. '05이즈백' 처음 길은지로 출연할 때는 대본이 아예 없었어요. 그냥 '댄스퀸이고 쿨제이 여자친구고 쿨하고 섹시하다'라는 콘셉트만 갖고 저희끼리 거의 애드리브로 했죠. 뼈대만 잡고 그냥 한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아주니까 대본이 없는 게 오히려 편했어요.

Q. 코미디언들이 유튜브 등에서 활약이 돋보이잖아요. 기획력이 좋은 거 같아요.
지금도 일주일에 3일 정도는 회의를 하니까, 그게 익숙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코빅’에서 아이디어 짜고, 고생하면서 했던 것들이 좋은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요즘 예능은 특히 아이디어 싸움이죠.
그래서 트렌드를 빨리 읽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이디어를 지금부터 내보자' 해서 나오는 건 아니지만, 문득 나왔을 때는 빨리 실행해 버리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실행 안 하면 놓쳐버리니까 빨리 실행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죠.

[Y터뷰②] "'코빅' 회식 안 가기도"...이은지가 밝힌 MZ세대 예능 생존법

Q. 본인 채널을 위한 콘텐츠 아이디어도 생각해 둔 게 있나요?
요즘은 유튜브 활동을 잘 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캐’인 길은지의 리얼리티 예능을 찍으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어요. 기회가 되면 음반까지 내는 걸로 하나의 시리즈를 내면 어떨까 싶은데, '피식대학'이랑 함께 대화를 해봐야 할 거 같아요. 하하.

Q. 코미디는 같이 할 때 시너지가 나잖아요. 같이 호흡해보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님이 되게 다재다능하신 거 같더라고요. 연기도 잘하고 기획력도 좋고. 기회가 되면 좋은 기획을 함께 해 보고 싶어요.

Q. 2014년 데뷔해서 2019년 주목받았어요. 그 사이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2019년 즈음부터 제가 '피식대학' 채널에서 길은지로, '코빅 '의 '슈퍼차 부부'라는 코너에서 '국민 사발면'으로 서서히 인식이 되기 시작했거든요. 그 직전인 2017~2018년도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데뷔한 지 5~6년차 되니까 슬슬 불안해지더라고요. 이 길이 맞나 이거 계속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인생의 플랜 B를 짰어요. '그래 이거 하다가 안 되면 딴 거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웃음을 줄 수 있게 되더라고요.

Q. 플랜 B는 무엇이었어요?
제 언니가 필라테스 원장님이어서, 자격증을 따서 언니 스튜디오에 취직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하하.

Q. 코미디언으로서 예능이 주무대지만, 막상 메리트가 있진 않은 시대예요. 가수나 배우들도 많이 활동하잖아요.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코미디언이라서 웃음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부담이 된다는 단점이 있고, 장점이라 하면 코미디언이라서 많은 경험들이 있잖아요. 콩트를 짜고 하다 보니까 그때 썼던 걸 예능에서 많이 써먹었어요. '놀면 뭐하니?' 때 유재석 선배님 앞에서 면접 보는 상황극에서도 사실 콩트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어요. 또 배우나 가수들도 예능에 오면 잘 하는 분이 많으니까요. 유쾌하고 센스 있는 분이 많아서 오히려 좋은 자극을 받아요.

Q.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요?
백상예술대상 갔을 때요. 당연히 수상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말로만 듣던 별들의 잔치에 참석한 자체로 행복했어요. 수상해서 내년 후년에 안 올 바에는 평생 후보로 남고 싶은 마음이었죠. 상을 받으면 왠지 끝나는 거 같았어요. 상 안 받아도 좋으니 매년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고, 매년 사람들에 오래오래 웃음을 주고. 그래서 매년 후보로 오르고 싶어요.

[사진 = 전용호 PD (yhjeon95@ytn.co.kr)]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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