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아미 오브 더 데드' 이미 아는 맛이라 더 물리는 좀비 뷔페

[Y리뷰] '아미 오브 더 데드' 이미 아는 맛이라 더 물리는 좀비 뷔페

2021.05.11. 오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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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 감독판으로 드높인 스스로의 평판을 '아미 오브 더 데드'로 유지할 수 있을까. 온라인 시사를 통해 영화를 본 기자의 대답은 'NO'다. 오히려 감독 본인이 17년 전 연출한 전작 '새벽의 저주'가 몇 수 위로 느껴질만큼 '아미 오브 더 데드'는 판에 박힌 서사를 따라가며, 신선한 매력이 배제됐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2007년에 준비하기 시작한 작품. 12년이 지난 2021년 드디어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 구상한 작품이여서일까. 화려하고 세련된 포스터에 비해 영화의 주제의식과 감성은 여전히 2000년대 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애초에 킬링타임용 영화로 치부하고 별 기대를 걸지 않더라도 아쉬움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좀비가 점거한 도시로 변해버린 라스베이거스로 잠입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용병 조직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한 줄의 설명만으로도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이 무수하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다.

[Y리뷰] '아미 오브 더 데드' 이미 아는 맛이라 더 물리는 좀비 뷔페

영화는 한 도시를 멸망시킨 좀비 등장의 순간으로 시작된다. 도로 위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이 불현듯 나타난 좀비에게 턱과 목덜미를 뜯긴다.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얼마 안 있어 좀비가 된다. 자신들을 죽인 좀비와 한 패가 된 군인들이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전경을 내려다보는 뒷모습이 의미심장하게 페이드아웃 한다.

이윽고 지극히 DCEU 영화를 연상시키는 오프닝이 이어진다. 오프닝에서는 라스베이거스가 어떤 수순으로 좀비들에게 점령되고 도시 전체가 폐쇄됐는지를 신나는 배경음악, 거북한 잔인함이 난무하는 미쟝센으로 여과없이 보여준다. 단연 영화의 백미가 되는 장면이다. 노래 한곡이 시작되고 끝나는 동안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좀비 아포칼립스의 전사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흥미는 급감한다. 주인공 스콧(데이브 바티스타) 시점의 이야기가 오프닝 직후 급작스럽게 늘어지고 지루해진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기 때문. 아내를 잃고 무연히 살아가던 스콧에게 찾아온 일본계 부호가 내건 미션은 32시간 안에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 건물에서 금고를 털어오는 것. 스콧은 용병을 모으러 다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팀을 꾸린다. 온갖 악조건을 불사하고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가야 하건만, 아무리 돈 때문이라한들 가당키나 한가. 목숨을 걱정해보기는 커녕 스콧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기부터 하는 팀원들에게선 적절한 당위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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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로 구성된 조직이라지만, 어째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은 밋밋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닥치는 위기조차 단조롭기 짝이 없다. 화면에선 액션이 뻥뻥 터지는데 모니터 속 정예요원들의 사투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사운드와 비주얼로 승부하는 액션 영화를 TV나 PC 모니터로 감상하는 한계일 수도 있으나, 예측 불허가 아닌 예상 가능의 서사도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비로소 무르익는 스콧, 케이트 부녀의 서사의 진부함은 말할 것도 없다.

감독이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했다는 좀비 세계관은 흥미롭다. 보편적인 좀비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어 좀비들의 수장 격으로 자리매김한 알파 좀비의 존재는 미드 '왕좌의 게임' 속 밤의 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좀비 사회와 알파 좀비들이 서로에게 애착을 갖고 임신까지 하는 설정은 낯섦을 넘어 다소 과하게 다가온다.

넷플릭스가 어느덧 영화 감독들에게 원 없이 창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액션영화로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탄생시킨 마이클 베이(6언더그라운드)에 이어 DCEU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합류했고, 둘 다 결과물은 전작에 비해 실망스러운 편. 풍족한 제작비와 더불어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넷플릭스인만큼 더 큰 기대가 걸리는 것도 당연하건만, 어째 넷플릭스표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들은 재미 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기만 하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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