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쟁범죄 다룬 '스파이의 아내'...감독 "용기 필요하지 않았다"(종합)

日전쟁범죄 다룬 '스파이의 아내'...감독 "용기 필요하지 않았다"(종합)

2020.10.26. 오후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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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쟁범죄 다룬 '스파이의 아내'...감독 "용기 필요하지 않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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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이 있기에 (영화를 만드는데) 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26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영화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기자회견이 온라인 생중계로 열렸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 현지에서, 박선영 모더레이터는 부산에서 기자회견에 임했다.

영화는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과 불온의 공기를 배경이자 주제로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정과 신념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다뤄 주목 받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하마 구치 류스케, 노하라 타다시와 함께 각본을 썼고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의 스타 배우들이 출연했다.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밝은 미래'(2002), '절규'(2006) 등이 칸, 베니스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도쿄 소나타'(2008)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신작 '스파이의 아내'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日전쟁범죄 다룬 '스파이의 아내'...감독 "용기 필요하지 않았다"(종합)

이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스파이의 아내'를 "제 작품 중 처음으로 현재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최근 일본 영화 중 이런 영화를 많이 못 보셨을 것 같다. 저 역시 나름의 각오를 갖고 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인, 1940년 전후를 배경으로 했다. 당시 일본은 위험하고 위태로운 체제를 맞이하고 있었고 이때를 살았던 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도 언급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즐겼고 고민했는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 아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스파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또한 아내 입장에선 (스파이인) 남편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미스터리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효과를 짚었다.

'스파이의 아내'는 지금까지 공포, SF 등 장르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행보다.

감독은 "지금까지는 현대의 이야기, 주로 도쿄를 무대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 현대를 그리는 경우, 최종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단정하기 쉽지 않다. 이 작품처럼 현대와 이어져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무대로 할 경우, 역사이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이미 알고 있다. 덕분에 확신을 갖고 그릴 수 있었다"라고 차이점을 밝혔다.

촬영을 하며 느낀 애로 사항도 언급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로케이션 문제를 언급하며 "예산이 많지 않아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할 수 없었고 세트를 만들 수도 없었다. 아주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강조했다.

日전쟁범죄 다룬 '스파이의 아내'...감독 "용기 필요하지 않았다"(종합)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를 인정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감독이 이를 전면에서 다루는 영화를 선보이기가 쉽지 만은 않았을 터. 영화 공개 후 일본의 과거사를 짚는 양심적인 목소리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물론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그 역시 기쁜 일"이라면서도 "다만 저 자신이 은폐되었던 무언가를 드러내는 작업을 한 건 아니다. 이미 일본인에게나 세계에 역사로 알려져 있는 사실에 의거해 성실하게 그리려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역사적 사실이 있으니까 반하지 않게, 바르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제가 일본에서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큰 결의를 하거나 의식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감독은 "역사를 그리면서도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시대적 배경을 배치하면서도 서스펜스와 멜로를 어떻게 살릴 지 결정하는 게 제게 커다란 도전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말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 아니"라며 "역사적 시대를 마주하면서 오락 영화를 만들려 했기에, 영화가 어떻게 현대와 연결되는 지는 관객이 판단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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