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 '강철비2' 양우석 감독 "남북문제, 상상력이 가장 큰 무기죠"

[Y메이커] '강철비2' 양우석 감독 "남북문제, 상상력이 가장 큰 무기죠"

2020.08.0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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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 '강철비2' 양우석 감독 "남북문제, 상상력이 가장 큰 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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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상상력] 메이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입니다.

"상상력이 국력입니다"

양우석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한반도가 가야 할 길을 무려 두 편에 걸친 영화로 만들 정도로 양 감독에게는 사명감이 있었다. 경직된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다. 영화는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북한 원산에서 정상회담을 하던 남한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가 쿠데타를 일으킨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에 의해 북한 핵잠수함에 갇힌다. 이를 둘러싸고 동북아시아는 핵전쟁 위기에 휩싸인다. 영화는 독보적 상상력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이켜보게 하고, 또 앞날을 생각하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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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의 이유◇

"우리처럼 선택권이 없으면 모든 걸 다 준비해야 한다"라고 양 감독은 말했다. 해외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반도의 길을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한국의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으로 인한 평화. 이 넷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2017년 개봉한 '강철비'와 '강철비2: 정상회담'은 양 감독의 고민과 해외 전문가들의 논거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영화다.

"전쟁이나 평화 체제 준비는 어느 정권이든 잘 해왔어요. 그런데 북한 정권 붕괴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어요. 만약 북한에서 난민이 발생하면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1000만 명의 탈북자가 발생할 수 있어요. 또 서로 핵을 가지고 있으면 공격을 할 수 없어요. '강철비' 결과(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권력 1호를 북한으로 돌려보는 조건으로 북한이 가진 핵의 절반을 얻어냈다)를 두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곽철우(곽도원)는 외교안보수석이잖아요. 국가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뭘 받긴 받아야 하잖아요.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문제인데, 거북하다는 건 상상력의 토양 자체가 빈곤해졌다는 거죠."

양 감독은 미국은 911 테러 사건이 터진 뒤 처절하게 반성했다면서 "테러리스트가 국내 민항기를 납치해서 자폭 테러를 하는데, 미국 내에서는 그런 상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곧바로 정부 차원에서 상상력이 국력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젠 상상력 싸움"이라고 했다.

"상상력도, 시뮬레이션도 불편해하는 걸 보고 남북문제에 관해 많이 경직된 걸 다시 느꼈어요.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핵보다 상상력이에요. 우리가 스스로 거북해하고 내부검열을 하는 건 국가 손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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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외교에는 없는 빌런◇

'강철비'에서 두 명의 철우(정우성, 곽도원)는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라고 말한다.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는 한경재가 "이번 북미평화회담에도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은 없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1953년 7월 27일 북한군과 중공군, 그리고 유엔군 대표는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분단을 고착화하는 정전을 인정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싸움이지만,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협상이 이뤄졌다. 영화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극 중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내뱉는다.

"남북문제의 패턴이 미·중 패권 갈등으로 바뀌었어요. 그간 북핵이 핵심이었다면 이젠 종속변수가 됐죠. 미국과 중국에서 우리들의 입장을 묻는 거죠. 냉전 때와 똑같아요. 이제는 그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양 감독은 "국제외교에 빌런은 없다.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먹을 때 사자를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 "애석하게도 국제정세는 야생이다. 이건 현실주의 이론인데, 때문에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으로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국가 이익의 최대치를 묻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때"라고 말했다.

'강철비'에서 북 최정예요원을 연기했던 정우성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남의 외교안보수석 역을 맡았던 곽도원이 진영을 바꿔, 북의 쿠데타 주동자인 호위총국장을 연기했다. 이는 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질 건 없고, 외부 변수에 의해 바뀌는 한반도의 운명을 표현하기 위한 양 감독의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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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 신정근의 남북 '케미'◇

미국과 북한의 중재자 역할밖에 못 하는 난감함과 무력감 그럼에도 평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정우성, 잘못된 신념을 밀어붙이는 북 호위총국장 역의 곽도원, 북 지도자가 된 유연석, 자신과 미국이 세상의 중심으로 욱하는 성질의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앵거스 맥페이든까지. 네 명의 주연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북 핵잠수함 백두호 부함장 역을 맡은 신정근은 정우성과 탄탄한 상호작용으로 극 후반을 책임지며 부드럽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링컨'(스티븐 스필버그)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어요. 링컨은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노예 해방을 위해 참고 인내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양보와 희생을 통해 그걸 이루죠. 한경재 대통령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했죠."

양 감독은 유연석에게 "('미스터 션샤인' 속)구동매가 애기씨를 향해 달려가듯 평화 제제를 향해 달려가면 된다고 말했다"라고 미소 지으며 "강할 때는 강하고 툴툴거릴 때는 그래 주면 된다고 했는데, 막냇동생처럼 잘 해줬다"라고 밝혔다.

잠수함전(戰)이 펼쳐지면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은 신정근이다. 양 감독은 "잠수함 영화에서 주인공은 단연 함장님"이라며 "'강철비'에서는 두 철우가 남북 '케미'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한경재 대통령과 부함장을 통해 그런 '케미'가 나오기 위해 신경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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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의 물음◇

'강철비' 시리즈는 70년간 분단돼 단절과 대화를 반복하는 남과 북의 미래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고민하게 한다.

"남과 북이 70년 이상 분단됐잖아요. 북한이라고 했을 때 분노하고 지겨운 게 당연한 반응이죠. 평화체제도 우리 손만으로 못 만들고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에도 '우리는 뭘 해야 하지?' 이게 '강철비' 시리즈의 가장 큰 물음이에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우리가 원하는 게 열리면 싹 가져가야 하는데, 그런 돌파구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죠."

'변호인'(2013)부터 '강철비' 시리즈까지 묵직한 주제로 달려온 양 감독은 현재 가족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는 "나 때는 한 반에 78번까지 있었는데, 요새는 학생보다 선생님 수가 더 많은 곳도 있더라"면서 "인류 역사상 인구가 줄면서 생존한 나라는 없다. 가족의 의미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라고 덧붙였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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