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뻔하지 않은 모녀 화해기 '초미의 관심사'

[Y리뷰] 뻔하지 않은 모녀 화해기 '초미의 관심사'

2020.05.2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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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뻔하지 않은 모녀 화해기 '초미의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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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의 모녀가 이태원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에 파마머리, 화가 나면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욕을 하지만 애교가 넘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이해 안 되듯이 고개를 젓지만 그와 꼭 닮은 딸의 이야기.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다.

'초미의 관심사'는 래퍼 치타가 김은영이라는 본명으로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작품으로 주목을 샀다. 또한 그가 영화의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과 연인 사이라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조민수와 치타. 어울리지 않은 듯 어울리는, 두 배우의 합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순덕(김은영)에게 10년째 따로 사는 엄마(조민수)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순덕과 함께 살고 있던 막내딸 유리가 엄마의 가겟세와 순덕의 비상금을 들고 도망간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단 하루, 손을 잡기로 하고 유리의 뒤를 쫓는다. 유리의 행방은 오리무중이고,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순덕은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엄마가 원망스럽고, 엄마는 자신을 향해 날 선 말을 내뱉는 순덕이 탐탁지 않다.

[Y리뷰] 뻔하지 않은 모녀 화해기 '초미의 관심사'

영화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담은 모녀의 로드무비다. 이태원 뒷골목을 누비며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는 모녀와 그 과정서 마주친 다채로운 인물들과 펼치는 예측불허의 추격전, 거기서 밝혀지는 이 가족의 속사정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던 모녀가 하루 동안 함께하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담았지만, 그 과정이 뻔하지 않다. 어떤 인물이 등장해도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는 이국적인 이태원을 배경으로 특유의 분위기와 생동감을 담았기 때문. 모녀는 이태원 골목골목을 누비며 외국인, 트렌스젠더, 싱글맘, 성 소수자 등을 만난다.

"미친 사람 동호회"라고 조롱당하는, 어쩌면 편견으로 바라볼 수 있는 별난 이들이지만 모녀는 이들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남연우 감독은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과 모녀의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연출하며 아기자기하면서도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치타는 영화에 대해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직접적으로 '편견을 가지면 안 돼' '우리는 이들을 끌어안고 사랑해야 해'라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부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이야기면서 겉모습으로 타인을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 메시지다.

[Y리뷰] 뻔하지 않은 모녀 화해기 '초미의 관심사'

영화 속에서 조민수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 거침없는 언행에도 미워할 수 없는 면모를 지닌 엄마를 사랑스럽게 그렸다. '센언니' '걸크러시' 아이콘으로 거침없이 랩을 내뱉던 치타는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것임에도 무뚝뚝하지만 '츤데레' 매력의 순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치타가 직접 작사·작곡한 OST들이 곳곳에 배치돼 귀를 즐겁게 한다. 래퍼가 아닌 재즈 가수 치타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조민수와 치타는 다른 듯 닮은 모녀 호흡으로 극을 단단하게 이끌어간다.

모녀가 이태원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역시 범상치 않다. 파출소장 춘배 역의 정만식, 피부색은 다르지만 영어 한마디 하지 못하는 한국인 정복 역의 테리스 브라운, 타투샵에서 일하는 싱글맘 역의 안리나, 트랜스젠더 사랑 역의 안아주, 드래그 퀸(여장 남성) 슈슈 역의 드래그 아티스트 그룹 네온밀크의 멤버 나나 영롱 킴 등 개성 넘치는 캐스팅으로 이태원의 '소울'을 영화에 가득 담아냈다.

오는 27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2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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