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극한의 서스펜스 주지만, 아쉬움 남는 이유...'사냥의 시간'

[Y리뷰] 극한의 서스펜스 주지만, 아쉬움 남는 이유...'사냥의 시간'

2020.04.27. 오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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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극한의 서스펜스 주지만, 아쉬움 남는 이유...'사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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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탈출하려는 청춘들을 통해 극한의 서스펜스를 안긴다. 다만 전작 '파수꾼'에서 한 소년의 죽음을 섬세하게 풀어낸 윤성현 감독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여지가 다소 있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다.

'사냥의 시간'은 개봉 전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고,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들이 모였다. '파수꾼'으로 주목받고 무려 9년 만에 선보이는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충분했다.

그렇지만 '사냥의 시간'은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지난 2월 26일 극장 개봉을 예정했으나 코로나19가 심각해짐에 따라 극장 개봉을 미뤘다.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로의 공개를 결정했으나 해외 세일즈사인 콘텐츠판다와 갈등을 빚었다. 극적으로 합의에 도출,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에 공개됐다.

[Y리뷰] 극한의 서스펜스 주지만, 아쉬움 남는 이유...'사냥의 시간'

베일을 벗은 '사냥의 시간'을 향한 반응은 다소 갈리는 듯하다. "'파수꾼'이 감정적인 영역에서 고민을 깊이 한 영화라면 '사냥의 시간'은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직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던 윤 감독의 말처럼 '사냥의 시간'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관객들을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로 빠지게 했던 '파수꾼'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았다.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판자의 사냥감이 된 네 친구의 처절한 사투로 설명이 가능하다.

영화의 배경은 근 미래다. 총기와 마약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화폐 가치가 폭락했다. 감방에 갔다가 3년 만에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인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를 설득해 불법 도박장의 달러를 훔칠 계획을 세운다. 순조롭게 돈을 훔치지만 진짜 지옥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이들이 꿈꾸는 지상낙원으로 출발하기 전 킬러 한(박해수)이 등장한다. 쫓고 쫓기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저 자신이 시작한 것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공포스러운 존재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네 친구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진정한 서스펜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 네 친구는 지옥보다 더한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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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은 "2016년, 시나리오를 쓸 때 한국사회를 지옥으로 빗댄 말들이 강하게 시작됐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영화에 투영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통해 벗어나는 게 다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싸워야 하지 않은가. 그걸 영화상에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으로도 말을 건넨다.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다. 과장되지 않은 선에서 지옥도를 그리고 싶었다"라는 윤 감독은 흐릿하고 붉은 색채로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지옥도를 완성했다.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또한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영화는 많은 것들을 생략함으로써 개연성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이는 윤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윤 감독은 내러티브에 기대지 않고, 이미지와 사운드 등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모습으로 '사냥의 시간'의 형태와 깊이를 직조했다. 이 말은 곧 영화관에서 볼 때 그 매력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사냥의 시간'의 진정한 면모가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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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넷플릭스 통해 공개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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