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현장] "밤샘·야간촬영"...아동청소년 연예인 인권 토론회가 고발한 민낯(종합)

[Y현장] "밤샘·야간촬영"...아동청소년 연예인 인권 토론회가 고발한 민낯(종합)

2020.01.14. 오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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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밤샘·야간촬영"...아동청소년 연예인 인권 토론회가 고발한 민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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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꾸는 꿈이 정당하게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에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주축으로 총 9개 단체가 모인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팝업'은 2018년부터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공동행동 단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 '같이가치' 온라인 캠페인(국민 프로텍터)을 시작으로 아동·청소년 연예인 인권 보호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엠넷 '아이돌학교' '프로듀스 X 101', EBS '보니하니' 등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방송가에서는 권리 신장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EBS 프로그램에서 성인 남성이 청소년 출연자를 성희롱하고 폭행한 논란을 비롯해 과로, 사생활 노출 문제 등 아동 인권 유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토론회를 통해 출연자 보호를 위한 여러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한다. 입법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빛센터에 프로젝트를 제안한 배우 허정도 역시 "지금 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며 이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이들은 더 여려서 더 많이 아픈데, 더 어려서 더 말을 못하기에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동·청소년 연기자 1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만 19세 미만인 이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야간 촬영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초등학교 아역 배우 A씨는 팝업과의 인터뷰에서 사전 고지 없이 12시간 가까운 대기 끝에 야간 촬영에 들어갔다며 "아침 10시였나, 11시까지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 설명도 없이 ‘대기’라고 하더라. 조금 후에 점심 먹고 촬영한다고 했다. 학교 결석하고 왔는데, 그런 게 황당했다"고 고백했다.

하루 최장 촬영 시간을 물는 질문에 '12시간 이상'이 61.2%로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12시간 이상~18시간 미만'이라 답한 사람이 36.89%로 가장 많았으며 24시간 이상이라 응답한 사람도 3명 있었다.

야간촬영도 다반사였다. 전체 68.9%(70명)가 관련 경험이 있었으며 이중 '특별히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54.29%(38명)로 과반을 넘었다.

응답자의 28.2%는 장시간 노동을 했음에도 약속된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고등학생 연기자 B씨는 심층면접에서 "하루 20시간 일하고 제가 받은 돈은 최저임금도 안되는 3만원대였다"며 "학생이고 어차피 따지지도 못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태 조사 결과 외에 노동시간, 학습권, 인권감독관 등을 골자로 한 법안 개정방향도 제안됐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두나 변호사는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지기 위해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제도적 개선과 함께, 기관의 관리 감독과 방송 및 영화 등 제작 환경에서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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