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책 읽어드립니다’ PD “제작진도 독종, 출연진도 독종”

[Y메이커①] ‘책 읽어드립니다’ PD “제작진도 독종, 출연진도 독종”

2019.12.24.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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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찰진 북 토크] 메이커,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정민식, 김민수 PD입니다."

드라마나 예능도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다음 화를 요구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댓글 대부분은 칭찬과 호평으로 가득하며 유튜브 조회 수가 300만 뷰를 돌파한 에피소드도 있다. 그야말로 의외의 선전이다.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독서 프로그램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이하 책읽어드립니다)’는 최근 시청자들 사이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나며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고 있다. 최고의 역사 강사로 손꼽히는 설민석 강사가 책의 내용을 강독하면 MC 전현무, 가수 이적, 작가 장강명, 배우 윤소희를 비롯해 각 분야의 교수 2명이 함께 자신들의 생각을 나눈다.

‘징비록’, ‘군주론’, ‘총, 균, 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데미안’, ‘정의란 무엇인가’ 등 우리 시대 필독서로 손꼽히지만 쉽게 읽기는 다소 어려운 스테디셀러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 2%대를 유지하며 유튜브에서도 클립 영상들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회차마다 호평이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작진을 만나 프로그램 탄생 배경과 이들이 생각하는 책과 프로그램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Q. 프로그램 시작 3개월 만에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잔잔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정민식: 인기까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댓글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선한 내용이라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방송에서 다음 회차가 예고되면 출판사에서도 책의 겉표지에 프로그램에 소개됐다는 내용을 표기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김민수 :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장르 때문에 초반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주변의 반응이 긍정적이라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신이 나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은데, 시청자 반응이 좋으니 다들 기분 좋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Q. 정민식 PD는 ‘어쩌다 어른’, ‘김미경쇼’, ‘스타특강쇼’를 김민수 PD는 ‘백지연의 피플 INSIDE’, ’오마이갓’ 등 주로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토크쇼 형식을 연출해왔다. 이번에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책’으로 변한 느낌이다. 유튜브 시대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정민식 : 주변의 반대가 많아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에 집중했다. 이 시대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힘든 시대에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강연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강연 형식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다.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민석과 교수들 그리고 패널들을 통해 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김민수 : 프로그램 제목인 ‘요즘 책방’처럼 최근에는 독서토론회나 모임 등이 활발하다. 책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얘기할 수 있다.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며 각자의 답을 얻어갈 수 있는 책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었다.

Q. 책을 소재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과거부터 다양하게 존재해왔다. ‘책 읽어드립니다’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다른 책 프로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정민식 : 김경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다 살롱 문화가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대화하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프로그램에 녹여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데 상대에 따라 대화의 주제, 소재, 내용이 다 바뀐다. 거기서 얻어가는 인사이트나 정보량은 엄청나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장을 마련했다.

‘책 읽어드립니다’의 강점은 쉽고 조리 있는 설민석 강사의 강독과 뒤에 이어지는 전문가의 깊이 있는 해석이다.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일부러 교수님들을 모셔 더 깊이 있는 정보로 차별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25년간 강단에서 강의해온 설민석 강사의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

설민석 강사는 본인이 책을 완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강독을 위해 각 분야의 연구원들과 함께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오신다. 방송 시간은 1시간이고 녹화 시간은 4시간인데 그 외적으로 준비하고 투자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설민석 강사에게는 특히나 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최근에는 설민석 강사가 “행복과 두려움이 함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그만큼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쉽지 않다고 솔직한 속마음을 전했다.

김민수 : 설민석 강사는 전문가로서 강독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책을 읽은 선배로서 책을 만날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하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다. 그를 비롯해 패널들 역시 방송 뒤의 숨은 노력이 대단하다.

Q. MC 전현무, 가수 이적, 작가 장경명, 배우 윤소희 등 패널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패널들의 캐스팅 이유나 그들에게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정민식 : 어려운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깊이 있게 파고 싶었다. 목표를 이루려면 책을 정말 좋아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두께 상관없이 책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으며, 각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직군의 패널이 구성됐다. 성별, 나이, 직군을 모두 떠나 프로그램의 본질인 ‘책’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이들이 모인 것이다. 완독하지 않으면 우리 프로그램을 할 수가 없다.

이적 씨는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전문가와 시청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기자 출신의 장강명 작가는 본인이 궁금한 건 가감 없이 물어보며 다양하게 주제를 확장한다.

김민수 : 윤소희 씨는 젊은 세대의 시각을 대변하는 패널이다. 책을 다 읽고 포스트잇을 붙여 각주를 굉장히 많이 달아오는데 마치 시험공부 하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적 씨도 원서를 읽어 오거나 다른 출판사에서는 뉘앙스가 어떻게 다른지 번역에 대한 연구까지 해온다. 다들 엄청난 노력파다.

Q. 패널 중 유일하게 전현무만이 책을 읽어오지 않는다. 책을 읽지 못한 시청자의 반응을 대변하는 역할처럼 느껴지는데?

정민식 : 전현무에게는 일부러 책을 읽고 오지 말라고 부탁한 뒤 책 제목만 간단하게 알려준다. 책을 못 읽어 보는 분들도 끼어들 수 있는 틈을 주고 싶었다. 책을 읽지 못한 시청자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다. ‘방송을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봤는데, 전현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웃음) 무지의 상황에서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과 걱정은 제일 많을 것이다.

김민수 : 사실 프로그램에서 전현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안 읽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에 알겠거니 하고 지나가는 얘기도 잘 집어낼 수 있다. 재빠른 순발력을 가지고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깊게 콕콕 긁어줄 수 있는 사람은 전현무 씨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전현무 씨는 프로그램이 회를 거듭할수록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최근에는 결론에 본인만의 해석을 덧붙인다. 결국 현무 씨는 시청자들의 눈에서 책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책을 읽도록 이끌어가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연출하는 정민식 PD

Q. 프로그램 제작 과정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정민식 : 이적 씨는 “내가 본업이 노래하는 가수인데 요새는 도서관 사서 같아서 직업이 바뀐 느낌”이라며 말하곤 한다. 저희 제작진도 독종인데 출연진도 독한 사람들만 모인 것 같다(웃음) 녹화가 끝나면 항상 함께 저녁 식사나 술자리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자리에서 또 서로 배우고 발전하는데 마치 살롱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김민수 : 설민석 강사의 강독이 끝나고 나면 모든 교수님들이 박수를 치며 진심을 담아 칭찬하신다. 설민석 강사는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분야에서도 강의를 정말 잘한다. 실제 강의 현장에 나가시는 교수님들이 설민석 강사의 교수법을 배우고 싶다고 할 정도다.

Q.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어려운 점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정민식 : 공정한 책 선정이 가장 어렵다. 출판사의 협찬을 받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데 출판사로부터 10원도 받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방송을 하는 순간 프로그램은 망한다고 생각하며 제작하고 있다. 패널로 어떤 교수님을 초빙할지도 어려운 부분이다. 모시는 교수님의 전문분야에 따라서 책의 해석과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결정에 의해서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에 권한인 동시에 무한책임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민수 :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연출하고 편집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책을 업무로써 접근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잘못된 해석이 나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 내용을 이해해야 방송을 하기 때문에 대학생 때 전공 시험공부 하듯 형광펜으로 표시해가며 책을 읽는다. 매주 그런 책을 소화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연출하는 김민수 PD

Q. 프로그램을 통해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정민식 : 감히 답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시청자가 처한 상황이나 나이·직업·성별 등에 따라 책은 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다만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하고 사유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으셨으면 좋겠다. 바쁜 일상 속에서 1분 만이라도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해본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냥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만 보셨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보면 잔상이 남고 그럼 책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 발자국 갔으면 언젠가 두 발자국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민수 :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는 책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은데, 프로그램을 통해 나도 배우고 있다. 파편화되어 흩어진 생각과 지식이 퍼즐 맞춰지듯 조합되는 느낌이다. 시청자들도 그런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YTN Star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사진 제공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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