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천리마마트'PD가 밝힌 '일당천' 예능 드라마 탄생기

[Y터뷰①] '천리마마트'PD가 밝힌 '일당천' 예능 드라마 탄생기

2019.12.1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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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천리마마트'PD가 밝힌 '일당천' 예능 드라마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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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점당천, 하나의 점포로 천개의 점포를 당해낸다."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극본 김솔지, 연출 백승룡 / 원작 김규삼)의 마무리는 웹툰의 명대사를 그대로 살린 쿠키 영상이었다. 하나의 점포로 천을 당해낸다는 정신은, 기대 이상의 화제성과 시청률로 존재감을 각인한 이 드라마의 수식어로도 퍽 어울린다.

최근 예능과 드라마 그 사이 어디쯤에 놓인 '예능 드라마'란 장르가 하나의 대세로 자리매김 했다. 더 이상 TV와 극장만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창구가 아니게 되면서, 소설이나 만화 등 리메이크도 일상적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쌉니다 천리마 마트'는 '과연 이게 드라마로 가능해?'라는 의문이 들 만한 만화적 상상력을 예능 드라마라는 장르로 고스란히 재연하며 일당천의 활약을 해냈다.

병맛 웹툰계의 전설로 통하는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드라마화 한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이제껏 어떤 웹툰 원작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이 속출했다. 자동차에 바르면 털이 나는 '털왁스'부터 놀라운 장사수완을 발휘하는 '빠야족', 마트를 누비는 '할인맨', 인터넷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그랜절' 등. 실사화로 볼 수 있으리란 기대치 못했던 에피소드들이 현실적으로 녹아들어 시청자들에게 마법 같은 유쾌함을 선사했다.

단지 웃음뿐만이 아니다. 원작 만화는 '골 때리는' 상황 속에 깊이 있는 사회 풍자의 메시지가 깔려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는 이를 놓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으며,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 된 배우들은 실제 마트 직원이자 한 식구가 된 듯한 열연과 호흡을 보여줬다. 웹툰 팬들은 물론 원작자마저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성공한 웹툰 원작 예능 드라마의 예로 남게 됐다.

"직원이 왕"이 되는 '천리마마트'처럼, 백PD 또한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가 왕이라는 마음을 존중하며 협업했다. 정복동 사장이 망하기를 각오하고 아낌없이 내어주자 손님들이 몰려왔듯, 제작진과 배우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자 시청자가 화답했다.

공동체의 완성이 곧 천리마마트의 완성이라는 각오로 임했다는 연출자 백승룡 PD를 만나, '안방극장 상생'을 이뤄낸 비결을 들어봤다.

[Y터뷰①] '천리마마트'PD가 밝힌 '일당천' 예능 드라마 탄생기

Q. 마지막회 문석구(이동휘)와 조미란(정혜성)이 "90년대 뻔한 결말이라 좋네", "그런 재미로 보는 거지"란 대화를 나눴다.
백승룡 PD(이하 백) : 사실 원작에 있는 대사다. 그걸 살린 이유가 우리 삶이 어찌 보면 좀 뻔한데, 특별한 걸 바라잖나. 실은 그 뻔함 속에 행복이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엔딩을 거창하게 하는 대신, '천리마마트'다운 엔딩으로 그리고 싶었다.

Q. 연출자로서 추가한 요소, 원작에 없는데 더한 부분은?
백 : 빠야족은 원작하고 많이 다르게 했다.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이걸 어떻게 드라마로 만드느냐'는 말을 많이 했다. 그냥 빠야족을 뺄까 생각도 했다. 근데 빠야족이 없으면 천리마마트에서 아닐 거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살릴까, 외국인 쓸까, 뿔의 위치를 바꿀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가상의 섬에 사는 종족으로 새롭게 창작을 하자고 생각했고, 뿔도 머리에 쓰는 것으로 바꿨다. 특히 한국 배우들이 인위적으로 얼굴에 색을 칠하고 원시 종족 연기를 하면 자칫 인종차별 이슈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배우들이 모두 태닝을 했다.

Q. 드라마로 표현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캐릭터는?
백 : 빠야족이다. 빠야족이 '사랑스럽게'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빠야족이 시청자의 사랑받지 못하면 외면당하겠구나 싶었다. 어떤 모습이 가장 매력적일까 고민하다가, 빠야족을 위한 춤과 노래를 만들었다. 어떤 스타일로 할 지 음악 감독님과 많이 연구했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노래와 춤을 만들었고, 그게 천리마마트의 승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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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웹툰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의 경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관심이 집중된다. 외모적으로만 싱크로율을 따졌을 땐 다소 의외였는데, 섭외 기준은 무엇이었나?
백 : 오디션 볼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만화적인 분위기'였다. 배우 중에는 현실적인 이미지의 배우가 있고, 만화 같은 느낌이 나는 배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생' 같은 작품은 아주 현실 같은 이미지의 배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천리마마트'라는 배경에서 너무 현실적인 인물이 나오면 되려 몰입도가 떨어질 거 같았다.
두 번째로는 '캐릭터와 성격이 맞는지'를 봤다. 김병철 선배님이 원작 정복동과 외모는 많이 다른데, 처음 만났을 때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전작들에서 선배님이 보여준 캐릭터들도 강렬한 역할이 많았다. 또 실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고 하더라. 그런 면들이 정복동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Q. 김병철 씨가 춤부터 피리연주, 인면조 분장까지 소화하며 몸을 사리지 않았다.
백 : 배우들이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김병철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다. 선배님은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아예 그 캐릭터가 된다. 핼러윈 에피소드 때도 고민 끝에 인면조 분장을 제안했는데 기꺼이 받아주시고, 그냥 인면조 자체가 되셨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 남 주기 싫은 느낌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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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미란 대리(정혜성 분) 캐릭터는 웹툰에 비해 다소 현실화 된 느낌이 들었다.
백 : 드라마 작가님이 나름대로 잡은 조미란 캐릭터가 있었고, 연출자로서도 너무 다 만화적인 느낌인 것보다 중심을 잡아 주는 인물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조미란 대리와 더불어 김대마 회장 두 명이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두 캐릭터가 각색하는 과정에서 바뀌었는데 그게 없었으면 너무 한없이 가벼워졌을 것 같다. 이순재 선생님도 시트콤 경험 등을 바탕으로 많은 말씀을 해 주셨다. 그 중에 연출자로서 마음에 들어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상황이 판타지스럽고 코믹해도, 배우의 연기는 진지해야 한다는 거다. 리얼리티의 중요성을 배웠다.

Q. 이동휘에 대해서도 '문석구 자체'라고 평했다.
백 : 처음 미팅 했는데 보자마자 문석구더라. 성장해 온 과정에서 비슷했다. 이 드라마 안에서 보면 문석구는 처음에 선배나 조력자 없이 혼자였지만, 정복동을 만나서 새로운 걸 깨닫고 배우면서 같이 나아간다. 동휘 씨랑 얘길 하다 보니 성장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하고, 문석구와 비슷한 지점들이 있었다. 제가 볼 때 문석구와 동휘 씨의 생각이나 살아 온 환경이 비슷해서 얘기가 잘 통했다. 그게 문석구 캐릭터를 만드는데 좀 더 도움이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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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마지막회 사원증을 받으며 인물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것이나, 뮤지컬처럼 커튼콜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백 : 그것도 '천리마마트'가 지닌 상생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연출하면서 가족에 중점을 뒀다. '천리마마트' 안에서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였고, 그만큼 모두에게 사랑받길 바랐다. 그래서 구성원들 하나하나 모두 소개하고 싶었다. 커튼콜이 '오버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마음으로 찍었다. 사원증 장면 또한 비슷한 의도였다. 고생한 배우들에게도 하나의 추억처럼 나눠 주고 싶었다. 배우들의 표정이 연기가 아닌, 진짜 기뻐하는 감정이 그대로 담겼다. 가족의 완성, 공동체의 완성이 곧 '천리마마트'의 완성이었다.

Q. : 원작을 그린 김규삼 작가는 어떤 반응?
백 : 방송 끝나면 매번 문자가 왔다. '너무 고맙다',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저 또한 되게 행복했고, 그러면서 든 생각이 김 작가님이 드라마에 나왔으면 하는 거였다. 자신이 그린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고, 그 안에 함께 나오면 창작자로서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싶었다. 원작에서 정복동이 '할인맨'일 때 가장 자유를 느끼는데, 작가도 똑같이 느낄 거 같았다. 그래서 작가님께 제안 드려 한 번은 할인맨을 잡는 손님으로, 마지막 커튼콜에 천리마마트 직원들과 함께 서 있는 할인맨으로 출연하셨다.

[Y터뷰①] '천리마마트'PD가 밝힌 '일당천' 예능 드라마 탄생기

Q. 정복동이 문석구에게 '천리마마트가 너한테 무엇이냐'고 계속 묻지 않나. 스스로에게는 '천리마마트'가 어떤 작품인가?
백 : 문석구랑 비슷한 거 같다. 진짜 나한테 있어 꿈같은 곳이고, 소중한 곳이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극중에서 석구 엄마가 아들이 천리마마트를 다니는 것을 뿌듯해 한다. 저 또한 이 프로그램에 제 이름 나오는 것을 엄마가 좋아하셨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었고, 문석구가 마트를 지키고 싶어 하듯 저한테도 지키고 싶은 작품이었다.

Q.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마지막회. 쿠키 영상까지 있었다.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싶은데?
백 : 시즌제를 하고 싶다. 하지만 시즌2를 염두에 둔 장면은 아니다. 쿠키 영상 속 에피소드도 원작에 있는 장면이다. '일점당천'(하나의 점포가 천개의 점포를 당해낸다) 이란 말이 멋있게 느껴져서 꼭 넣고 싶었다. 원작 팬들도 좋아할 거 같았다.

YTN star 최보란 기자(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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