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②] '천리마마트'PD "'응답' 시리즈 성공 덕에 후배들 기회 넓어져"

최근 예능과 드라마 그 사이 어디쯤에 놓인 '예능 드라마'란 장르가 하나의 대세로 자리매김 했다. 더 이상 TV와 극장만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창구가 아니게 되면서, 소설이나 만화 등의 리메이크도 다반사다.

이 가운데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극본 김솔지, 연출 백승룡 / 원작 김규삼)는 '과연 이게 드라마로 가능해?'라는 의문이 들 만한 만화적 상상력 가득한 동명의 웹툰 원작을 고스란히 재연, 다시 한 번 예능 드라마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병맛' 웹툰계의 전설로 통하는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드라마화 한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이제껏 어떤 웹툰 원작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이 속출했다. 자동차에 바르면 털이 나는 '털왁스'부터 놀라운 장사수완을 발휘하는 '빠야족', 마트를 누비는 '할인맨', 인터넷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그랜절' 등. 실사화로 볼 수 있으리란 기대치 못했던 에피소드들이 현실적으로 녹아들어 시청자들에게 마법 같은 유쾌함을 선사했다.

단지 웃음뿐만이 아니다. 원작 만화는 '골 때리는' 상황 속에 깊이 있는 사회 풍자의 메시지가 깔려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는 이를 놓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으며,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 된 배우들은 실제 마트 직원이자 한 식구가 된 듯 한 열연과 호흡을 보여줬다. 웹툰 팬들은 물론 원작자마저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성공한 웹툰 원작 예능 드라마의 예로 남게 됐다.

특히 tvN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으로 예능 드라마 붐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이후 tvN에서는 많은 PD들이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다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롤러코스터, '푸른거탑', '빅 포레스트' 등 참신한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백승룡 PD 또한 '막돼먹은 영애씨', '잉여공주', '미생물'을 비롯해 'SNL코리아', '집밥 백선생', '배우학교', '한쌍'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이번 작품을 연출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또한, '응답하라'의 성공과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 제작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자평이다.

Q. 병맛 코미디 웹툰의 전설로 통하는 작품을 드라마화하는데 부담도 있었을 거 같다.
백승룡PD (이하 백) : 원작을 한 번만 보면 병맛인데, 두 번 세 번 보면 결국 우리 가장들의 이야기다. 병맛보다 가장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더라. 그걸 좀 더 살리고 싶었다. 병맛이 주가 아닌 양념처럼 가고 가장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보자는 게 기획의 시작이었다.

Q. 드라마로 어디까지 구현할지 고민 됐을 거 같은데.
백 : 워낙에 특이하고 다양한 상황이 많아서, 그걸 살리는데도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블랙코미디 요소가 많아서 위험한 부분도 있지만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고 다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희망적인 내용이 원작에 많아서 그걸 살리는데 조금 더 중점을 뒀다. 최대한 원작을 살리고, 거기에 연출자로서 좋아하는 요소를 추가해 풍부하게 보이도록 했다.

Q. 매회가 상상력과 유머로 가득했다. 현장도 그만큼 유쾌했을 거 같은데.
백 : 분위기는 자신 있다. 정말 최고였다. 너무 즐겁게 촬영했고, 요즘 이슈인 52시간 준수도 잘 했다. 하하. 다들 끝나는 걸 아쉬워했다. 아역배우인 찌에, 미주까지도 헤어지기 싫다며 울었다. 그런 마음이 드라마에도 반영돼, 마지막회를 보면 끝날 듯 안 끝난다. 그런 분위기 자체가 드라마에 고스란히 이어졌다. 명절날 친척들 모인 것처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Q.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만화적인 에피소드가 많았다. 제작진이 꼽은 명장면?
백 : 명장면이라기보다 찍으면서 행복한 순간이 있었는데, 피리 부는 정복동과 압둘라 핫산의 댄스신, 빠야족의 군무 등이다. 판타지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달까. 상당히 동화같 은 장면들이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놓인 '천리마마트'의 성격을 그 세 장면을 통해 보여준 거 같다.

Q. 빠야송부터 마트송까지, 음악도 중요한 요소였다. 마트가 하나의 뮤지컬 무대 같은 느낌이었다.
백 : '천리마마트'라는 판타지를 선사하고 싶었다. '저 마트에 가고 싶다', '저 마트에서 일하고 싶다'. '저런 마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그런 곳으로 그리고 싶었다. 뭘 해도 되는 곳으로 말이다. 그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나온 게 바로 춤과 노래였다. 여기에 나무나 조명을 활용해 레트로풍으로 꾸며, 마트가 아닌 하나의 무대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만드니 뭘 해도 어색하지 않는 곳이 된 거 같다. 마지막에 커튼콜은 좀 모험이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Q. 코믹한 장면이 자칫 욕심으로 과해질 수 있는데,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나?
백 : 사실 '천리마마트'에서 웃기려고 하진 않았다. 특이한 상황일 뿐, 그 속에서만큼은 진지하게 하자는 주의였다. 이미 상황 자체가 코믹하니까, 진지하게 몰입해서 연기 하면 그게 더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매일 까부는 친구보다 진지한 친구가 한 마디 할때 효과가 크지 않나. 그런 톤으로 만들어 갔던 거 같다.

Q. '응답하라1988' 이후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는 PD들이 많아졌다.
백 : 회사 차원에서 많이 지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조금 다른 걸 만든다고 생각해주는 거 같다. 드라마와 예능 그 사이에 또 다른 도전을 신원호 선배님이 너무 잘 해주셨다. 그 덕에 기회가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Q. 예능을 경험한 뒤 드라마 연출할 때 강점은 무엇인가?
백 : 저 같은 경우 신원호 선배님이 예능을 많이 해보라고 했다. '잉여공주'가 첫 작품이었는데 예능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그 후로 5년을 예능을 했다. 그 이유를 조금 알거 같다. 제가 경험했을 때는 선배님이 말씀해주신 게 보편적인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백선생 배우학교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천리마 하는데 도움이 됐다. 사람을 바라볼 때 시선이라든가 편집의 느낌. 조금 다른 지점이 되지 않나.

Q. 특히 'SNL코리아'를 거쳐 간 분들이 많더라.
A : 'SNL코리아'는 저한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경험을 빠른 시간 안에 하면서 전투력을 키울 수 있었다. 호스트에 대한 연구를 엄청나게 한다. 인물의 장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빛날지를 매주 고민 했다. 그게 드라마를 연출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

Q.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 도전하는 후배PD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 : 다양한 장르에 대한 경험을 하면, 예능 드라마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 잘 하는 후배들이 많다. 그 친구들만의 색깔로 잘 만들지 않을까 싶다.

YTN star 최보란 기자(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