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 유산슬·펭수·장성규에 열광하는 방송가...왜?

[Y기획] 유산슬·펭수·장성규에 열광하는 방송가...왜?

2019.11.2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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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기획] 유산슬·펭수·장성규에 열광하는 방송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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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도전과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틀과 문법을 깨는 이들에 시청자가 열광한다. 유산슬과 펭수, 장성규가 그 중심에 있다.

요즘 방송가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펭수다. 나이는 10살, 키 210cm에 몸무게 103kg. 남극에서 스타를 꿈꾸며 한국에 상륙한 거대 펭귄이 남녀노소 사랑을 독차지한다. 초등학생 나이지만 어른까지 따듯하게 품어주는 포용력이 있다. 여기에 위계, 직책을 막론하고 할 말은 하는 촌철살인 입담이 펭수의 매력으로 꼽힌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27일 펭수를 주인공으로 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었다. 채널 개설 이후 반년 만에 이룬 성과니,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동물 크리에이터의 등장도 생소한데, 방송가에서 그의 행보는 더욱 새롭다. EBS 소속 연습생이지만 성역 없이 여러 방송사 문턱을 넘는다. KBS2 '연예가중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 형님'까지, 펭수의 발걸음은 거침없고 기존의 틀을 깬다.

[Y기획] 유산슬·펭수·장성규에 열광하는 방송가...왜?

데뷔곡 '합정역 5번 출구'로 트로트 열풍을 주도하는 가수 유산슬은 어떠한가. 중국 요리이자 국민 MC 유재석의 예명이기도 이 단어가 요즘 실시간 검색어에 심심치 않게 오른다. 단정한 정장 대신 반짝이는 재킷을 입고 트로트 가수로 출사표를 낸 그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이들이 응원하며 반긴다.

예능 일인자가 트로트 신인으로 나서면서 바뀐 건 외양 만이 아니다. 방송사 통틀어 섭외 0순위인 그가 경쟁사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한다. TBS FM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KBS1 '아침마당'에 깜짝 등장해 신곡을 홍보했다. 추운 날씨에 거리 버스킹도 마다치 않는다. "신인 가수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며 자신의 신곡이 담긴 CD와 함께 마그네틱, 행주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유산슬 굿즈를 손수 나눠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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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JTBC의 간판 아나운서였다가 프리랜서 선언을 한 장성규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틀에 구애받지 않는 입담으로 '선넘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사랑받았다. 남녀노소, 직책을 막론하고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깐족거림, 속으로만 할 수 있었던 말을 대놓고 내뱉는 돌직구에 대중은 환호했다.

인기에 섭외 러브콜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장성규는 '워크맨'을 발판으로 JTBC2 '호구의 차트', KBS2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 MBC FM4U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며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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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고 틀을 깨는 도전부터 기존 관행을 깬 프로그램 출연까지. 전문가들은 일련의 현상을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급변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레거시 미디어의 대응이자 자구책이라고 분석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타사 콘텐츠라면 다루지 않았던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방송사 간) 경계를 나누는 게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며 "달라진 콘텐츠 생태계에 살아남기 위해선 필수 불가결한 변화인 셈이다. 이와 함께 '수용자가 원한다면 뭐든'과 같이 시청자 취향에 집중한 결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들의 등장과 활약은 방송가에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만큼, 이런 경향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사회가 새로운 시도를 보다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평론가는 "유재석의 경우 실패를 하면서도 수년간 '창조적 파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이다. 제작진과 그의 무수한 시도가 쌓여 유산슬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사회가 다소 실패에 인색하고 결과론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틀을 깨려는 시도 자체를 높이 살 때 제2의 펭수, 유산슬이 활발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펭수 SNS, MBC, 오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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