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 "그래서 누군데?"...안방극장, 추리에 빠지다

[Y기획] "그래서 누군데?"...안방극장, 추리에 빠지다

2019.10.30.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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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기획] "그래서 누군데?"...안방극장, 추리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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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군데?"

범인 찾기부터 남편 외도 상대 찾기까지 그 대상도 천차만별. 안방극장이 추리 게임에 빠졌다.

"박복자를 누가 죽였다고?"('품위있는 그녀') "혜나를 죽인 범인이 누구야?"('SKY 캐슬')에 이어 올해는 "누가 까불이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반기 최고 화제작인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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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옹산시를 배경으로 한 순정남과 로코퀸의 풋풋한 로맨스인 줄만 알았는데, 이면에 서늘한 스릴러의 향기가 풍긴다. 용식의 직진 로맨스만큼 화제를 모은 건 연쇄살인마 '까불이'의 정체다.

이미 용의 선상에 오른 이들만 여럿. 유력한 용의자 철물점 흥식이(이규성)를 비롯해 파출소 변소장(전배수), 안경사 노규태(오정태), 떡집 아저씨 태희(이중열)까지 다양하다.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로 드러난 향미(손담비)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가가 매회 조금씩 뿌려놓은 '떡밥'을 놓칠세라 본방사수를 향한 움직임도 남다르다. 기존 분량(16회)에 4회 연장은 물론 시청률 측면에서 매회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21회 시청률은 16.9%(전국 기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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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 속 악의 축 '쉐도우'는 어떠한가. 이들은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조카를 잃고 진실을 밝히려는 스턴트맨 차달건(이승기)과 국정원 요원 고혜리(수지)를 제거하고 진실을 덮으려 한다.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배후에서 움직이며 조용하고도 강력하게 목적을 달성한다.

현재 쉐도우로 알려진 청와대 민정수석(김민종)를 비롯해 국무총리(문성근) 등 개인은 물론 조직 혹은 단체가 될 수 있는 상황까지 열려 있는 상황인 만큼 그 정체를 둘러싸고 땀을 쥐는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SBS 드라마 중 유일하게 방송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시청률을 지키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분은 11.6%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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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첫 방송 후 화제성을 자랑한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 역시 궤를 같이한다. 장나라와 이상윤이 주연으로 나선 이 드라마는 흠잡을 데 없던 결혼 생활, '당신 팀에 당신 남편의 여자가 있어요'라는 의문의 문자를 받고 균열이 이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일단 첫 방송에서 백화점 VIP를 전담팀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무대로 호기심을 높였다. 여기에 남편의 '외도 상대'를 찾는다는 서사가 다음 회 전개를 향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첫 회 시청률은 6.8%를 기록, 전작인 예능 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 마지막 회(3.8%)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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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스릴러의 전유물였던 미스터리 추리 요소가 액션, 멜로, 막장 등 다양한 장르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극적 긴장감 고조와 관심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서다. 추리라는 장치가 시청자 참여주의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는 점도 제작진에 매력적인 부분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끄는 요소가 필요하다. 과거 그 장치로 혈연, 출생의 비밀 등이 쓰였다면 요즘은 범인 내지는 인물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동백꽃 필 무렵'도 두 사람의 로맨스만 등장한다면 다소 밋밋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움직이는 긴장감이 더 많은 시청자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무분별한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평론가는 "무엇이든 탄탄한 스토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미스터리 추리에 의존하게 되면 결론이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또한 추리 자체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복잡할 때 떡밥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며 과거 스릴러물의 패착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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