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2019.10.10.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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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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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의 딸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어요.(웃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메기'(감독 이옥섭)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던 배우 이주영이 다시 한번 영화제를 찾았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 초청된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를 통해서다.

"'야구소녀'가 영화제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거든요. 오게 돼서 정말 좋아요. 전 부국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2015년 이후 매년 오고 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 북적북적한 분위기라서 더 좋네요."

지난해 '메기'는 부국제 화제작이었다.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까지 무려 4관왕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는 현재까지 2만 6000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메기'가 지난해 부국제에서 상영한 뒤에 해외 여기저기서 상을 받았어요. 그런 성취를 보고 국내 팬들한테도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원래 6월 개봉을 논의했다고 들었는데 부국제 기간에 맞춰서 개봉하게 됐네요. 2만 관객을 넘었는데 독립영화로서 기분 좋은 일이라 행복하게 홍보하고 있어요. 부산에서도 무대 인사를 하는데 지방에도 저희 영화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거든요. 영화가 잘돼서 지방도 더 많이 갔으면 해요."

[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야구소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고생 야구 선수 주수인(이주영)이 금녀의 벽을 넘어 프로야구 진출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라고 한 이주영이지만 "시나리오에 공감했고 주수인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잘해야 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야구 연습을 통해 주수인을 더욱 이해했다"고 털어놨다.

주수인은 변화구인 너클볼(Knuckle ball)을 사용한다. 티자의 시야에 혼란을 주는 구종으로 이주영은 "직구는 어떻게든 흉내를 낼 수 있겠는데 너클볼은 쉽지가 않았다. 손톱을 써야 했는데 어려웠다"면서 "감독님이 대역이 있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 가니까 없었다"라고 당황스러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제가 야구를 하는 게 전부로 보이는 영화이기 때문에 (야구를)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그렇게 연습에 매진하다가 이주영은 "내가 운동선수인지 배우인지 혼란이 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주수인을 연기하는 배우인데 야구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짐을 좀 더 내려놓자고 마음먹었다. 대신 연습하면서 느낀 걸 체화해서 연기할 때 녹여내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주영이 맡은 주수인은 극 중 시속 130Km 강속구를 던지는 천재 야구소녀다.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고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으나 프로야구 진출은 멀고도 험하다. 아무도 주수인의 꿈을 응원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작고 야구도 못 했던 친구는 프로야구단에 입단했고 엄마는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며 공장 취업을 추천한다.

"제가 작년에 찍었으니까 27살 때였네요. 고등학생 주수인의 끈기와 오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한테 지금의 저로서는 도저히 생각도 못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주수인 같은 마음을 가진 지 오래된 거였죠. 그런데 한 장면 한 장면 찍으면서 또 엄마로 호흡을 맞춘 염혜란 선배, 코치로 함께한 이준혁 선배, 라이벌로 나온 곽동연과의 연기를 통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저런 마음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던 걸 깨달았죠."

[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이주영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좌절하면서도 꿈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 자칫 현실을 외면하는 고집불통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주수인의 의지와 노력, 고군분투는 그를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한다"는 주수인의 목소리가 다부지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준다. 그의 꿈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최진태 코치(이준혁)가 주수인을 도와주기 시작한 이유다. 근성의 야구소녀 주수인을 연기한 이주영의 연기는 그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여성이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게 불가능하다는 공식이 있었다는 걸 알고 충격이었어요. 제가 모르는 세계였는데 그럼 그 꿈을 가진 사람은 접는 거밖에 없는 건가 싶었죠. 사실 이 영화를 통해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주수인을 잘 표현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분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준혁, 염혜란, 유재명은 이주영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이)준혁 선배님도 저도 낯을 가리는 편이었다"면서 "촬영 전까지 야구를 연습해야 했는데 씻지도 않은 몰골로 남양주에 있는 연습장에서 만나 연습하면서 많이 친해졌다"고 웃었다.

[24th 부국제] '야구소녀' 이주영, 한계 없는 배우를 꿈꾸다 (인터뷰)

"사실 염혜란, 유재명 선배님이 지금 맡기에는 작은 역할이었는데 영화의 좋은 점을 보고 선택해줘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허투루 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려고 했죠."

이주영은 곧 JTBC 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파격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주영은 "한계가 없는 배우"를 꿈꾼다고 고백했다.

"작품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을 때 '저 배우한테 이런 옷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들으면 슬플 거 같아요. '저 배우는 이런 얼굴도 있는데'라는 말이 기분 좋아요. 외모적인 게 아니라 작품마다 보이는 얼굴이 다르다는 뜻으로요."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 제공=야구소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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