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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김보라 감독 "전 세계 25관왕? 비현실적"
Posted : 2019-09-05 10:00
 '벌새' 김보라 감독 "전 세계 25관왕? 비현실적"
"영화 안에 빛과 어둠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성인인 제가 삶을 긍정하는 시선과 중2 때 굉장히 우울했던 시선이 같이 담겨 있기에 우울하면서도 밝고 희망적이에요. 의도했던 바가 나와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김보라 감독)

1초에 최대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영화 '벌새'(감독 김보라) 속 은희(박지후)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중2, 은희의 세밀한 감정은 유난히 더웠고,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고,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도의 세계와 만나 거대한 파동을 안긴다. 영화는 은희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을 통해 1994년도의 온기를 담고, 더 나아가 행복하고 좋다가 슬프고 절망적인 '삶 그 자체'를 느끼게 한다.

 '벌새' 김보라 감독 "전 세계 25관왕? 비현실적"

◇ "전 세계 25관왕? 비현실적인 느낌"

'벌새'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14+ 대상,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 시애틀국제영화제 경쟁 대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5개상을 받았다. 최근 런던국제영화제 장편 데뷔작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보라 감독은 "신기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예루살렘 영화제에서 수상했는데 경쟁했던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작품이더라고요. 쟁쟁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벌새'가 상을 받았죠. 일정이 빡빡해서 못 가는 영화제도 있었는데, 심사위원들이 SNS로 친구 신청을 하더라고요. 문자로 영화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보내주기도 했고요. 어떤 식의 우정을 나누는 느낌이 들었죠."

'벌새'의 25관왕 달성에는 영화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 김보라 감독은 "누구나 제대로 사랑받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고 본질이 통하는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데 그게 그려졌고, 한국의 서사를 다루고 있지만, 가족관계나 유년 시절의 상처 등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서사를 건드려주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라고 밝혔다.

 '벌새' 김보라 감독 "전 세계 25관왕? 비현실적"

◇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김보라 감독은 2005년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를 마치고 2007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유학을 떠나는 순간에도 "영화를 만드는 건 엄두도 못 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전공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과연 영화를 계속해도 되나' 싶었죠. 고민 끝에 대학원을 갔지만, 그때만 해도 '갔다 와서 강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죠. 대학교 재학 당시 여자 동료들이 결국 영화를 안 하는 걸 봤어요. 저 역시 영화감독으로서 중년, 노년이 그려지지 않았죠. 그런데 대학원에 가서 많은 여성 영화인을 만났어요. 그들이 데뷔하는 걸 보면서 희망을 품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강의를 시작했는데 문득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유학은 한국 사회를 적당한 거리에서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김 감독은 창작자로서 자질에 대해 "자신의 처한 상황,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좋은 게 좋은 거지'가 아니라 세상의 균열이 있다면 그걸 예리하게 받아들이는 게 예술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세상의 균열은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여자에게 불친절하다는 걸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자각들이 저를 성숙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벌새' 김보라 감독 "전 세계 25관왕? 비현실적"

◇ 다시 한번 '여성의 대서사시'

'벌새'를 비롯해 현재 '밤의 문이 열린다' '우리집' '아워 바디' '메기' 등 여성 영화인이 연출한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물결에 합류하게 돼서 기쁘다"던 김보라 감독은 "그분들의 영화도 모두 주목받고 잘 돼서 변화를 이끌어가고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벌새' 이후 차기작으로 "여성이 바라보는 역사, 전쟁, 대서사시를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벌새'는 여중생의 대서사시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여성의 대서사시를 생각하고 있어요. 여성이 할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했던 전쟁, SF 등 스케일이 큰 작품에 관심이 많아요. 다만 기존의 스펙터클한 전쟁 이야기가 아닌 전쟁이 남긴 폐허를 그리고 싶어요. 거대하지 않은 목소리로 거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벌새'처럼 아주 구체적인 일상에서 큰 주제를 다룰 것입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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