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이장호 감독 "韓영화는 늘 위기 속에 있었다"

[Y메이커①] 이장호 감독 "韓영화는 늘 위기 속에 있었다"

2019.08.1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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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이장호 감독 "韓영화는 늘 위기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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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리얼리즘 선구자이자 한국영화] 메이커, 이장호 감독입니다.


1919년 10월 27일 영화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개봉된 이후 100년이 지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에 빛나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극장가에서 1000만 영화가 무려 4편이 나왔다. 세계 유수의 제작사와 감독들은 한국영화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모두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해 일어난 일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장호 감독은 배우 장미희와 함께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1980년대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한국영화의 큰 어른이자 원로와 현역의 가교 역할을 해내고 있는 그를 만나 한국영화 100년과 이장호 감독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특별한 해를 맞은 한국영화인 만큼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됐다. 이장호 감독은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실망을 주면 안 되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 끝까지 해낼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Y메이커①] 이장호 감독 "韓영화는 늘 위기 속에 있었다"

이장호 감독은 추진위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오는 10월 26일과 27일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열리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 페스티벌 '위대한 한국영화 100년'(가제)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많은 사람의 눈에 띌 수 있게 '의리적 구토'를 퍼포먼스로 만들 것"이라며 "KBS '열린음악회'에서 축하 공연도 한다. 국민들을 상대로 한 대중성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영화 감독 100인이 만드는 '100인 100편' 영상 △다큐멘터리 제작 △한국 영화사 미래 100년을 전망하는 시리즈 영상 △세미나 △100가지 주요한 장면과 사건을 소개하는 100년100경 전시 △인명사전 제작 △중요한 필름영화의 디지털 복원 △기념우표 발행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추진위의 예산은 15억7000만 원이다. 1년간 진행하는 기념사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이 감독은 "내부에서는 어떻게 서든지 이 예산 안에서 끝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100년의 역사가 가난 속에서 이뤄진 만큼 없는 돈으로 해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기자회견에서 "돈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풍토가 한국영화계에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한국영화는 늘 위기 속에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기업이 돈을 대주고 예산이 큰 영화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흥청망청 쓸 수 있는 제작비가 우리에게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검열이 문제였어요. 영화를 자유롭게 성장하지 못하게 했죠. 지금은 돈의 논리로만 영화를 만들고 있네요. 돈이 될 만한 이야기만 영화로 만들려고 하니까 뜻이 반영될 수가 없죠. 흥행이 잘 된 스타들에게 거액을 주고 그러면서 영화 단가가 높아졌어요.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 낸 잔인성이 강조되거나 액션 영화 등만이 살아남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검열보다 더 나쁘고 무서운 조건이죠."

[Y메이커①] 이장호 감독 "韓영화는 늘 위기 속에 있었다"

돈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독립영화는 이장호 감독이 꼽은 "좋은 대안"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독립영화 감독도 성공하면 상업영화 시스템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독립영화라는 주체의식이 잘 살지는 못하고 있다. 주체적인 의식이 살고 젊은 영화인이 열정을 보여야 한 나라의 대안영화로 이어갈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한 의지는 아직 안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관객들의 문화의식이 중요해요. 그런데 그건 인위적으로 변화되는 건 아니에요. 우리 사회에 집단 무의식이 있어요. 작게는 김영삼 문민정부가 생길 때를 예를 들 수 있죠, 오랜 군부 독재에서 사람이 나오니까 가치관이 변할 수 있었어요. 이전까지 국산품이라고 하면 뒤떨어지고 낮은 거라고 여겨졌죠. 문민정부 때 변화가 생겼어요. 박동진 명창이 CF에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외치기 시작했고요. 이후 '서편제'가 히트를 쳤죠. 역사가 바뀌면 문화가 바뀌는 데 그걸 기다려야죠."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건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일과도 같다. 이 감독은 "시를 쓰는 친구가 있는데, 카피를 만들어왔다. '한국영화 100년의 뿌리, 1000년의 숲으로'라는 카피"라면서 "100년의 뿌리가 근간이 돼서 우리 영화가 영원한 한국적 문화유산이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올해 100주년은 앞으로의 100년, 1000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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