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 '검법남녀' 이끈 민지은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Y메이커] '검법남녀' 이끈 민지은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2019.07.30.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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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 '검법남녀' 이끈 민지은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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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시즌제 드라마] 메이커, '검법남녀 시즌2'를 집필한 민지은 작가입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있는 한 수사는 끝나지 않는다." (백범)

지난 29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극본 민지은, 연출 노도철)는 MBC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즌제 드라마였다. 방영 내내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가를 얻었다.

드라마는 법의학자, 신참 검사, 검사가 펼치는 범죄 공조 수사를 다뤘다. 지난해 5월 방송돼 호평을 얻고 1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에서는 '오만상 사건'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면서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백범과 대립하는 닥터K인 장철(노민우)의 미스터리는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안겼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는 변호사가 된 오만석(도지한)과 그와의 공조를 예고한 장철, 또 한 뼘 성장한 은솔(정유미)과 "수사는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백범(정재영)의 모습까지 그려지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종영을 앞두고 만난 민지은 작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시즌3에 대한 여운을 남겨뒀다.

[Y메이커] '검법남녀' 이끈 민지은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 영화마케터가 '검법남녀' 작가가 되기까지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출신인 민 작가는 "중학교 때 소설가를 꿈꿨던 문학소녀"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 반해서 이를 만든 제작사인 명필름에 들어갔다. 민 작가는 "마케팅실 직원을 뽑는다고 했고 멋진 영화를 만든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저랑 마케팅이 잘 맞았어요. 영화 마케팅은 프로젝트를 베이스로 해요. 영화 하나를 맡게 되면 자료조사부터 출연 배우는 물론 영화의 방향에 대해 완벽하게 고민하고 마케팅을 하죠. 영화가 끝나고 바로 다음 영화에 들어가고요. 저는 한 가지를 깊게 파는 것보다 새로운 걸 도전하길 좋아해서 이 작업이 잘 맞았어요. 그래서 '검법남녀'가 저에게 딱 맞았어요. 한 사건을 열심히 쓰고 그 사건을 털면 옆에 있는 다른 사건에 집중했죠. 신나게 썼어요. 제 특성과 잘 맞았죠."

6년간 명필름에서 마케터로 일한 민 작가는 이후 영화 드라마 홍보 대행사를 차려 3년 동안 대표로 재직했다. 드라마의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고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9년 동안 다양한 작품을 홍보했던 민 작가는 어느 순간 "내 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수오 작가, 영화 '오빠생각' '대장 김창수'의 김영호 프로듀서와 공동 창작집단을 꾸렸다. 그때 영화 '스파이'(2013)를 각색했고 영화 '히말라야'(2015)를 공동 집필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때 민 작가는 "나는 이걸 열심히 해서 평생 하고 싶다. 이게 내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9년간 마케팅을 하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진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어요. 그때 저희 셋이서 공모전에 글을 내고 그 상금으로 서울에서 가장 싼 사무실에 월세를 내고 작업했죠."

영화를 거친 민 작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MBC 단막극 '오래된 안녕'(2014)과 SBS 단막극 '설련화'(2015) 그리고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2016)를 통해 16부작 미니시리즈 작가로 발돋움한 뒤 '검법남녀'까지 오게 된 것이다. 민 작가는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딸을 임신 중이었는데 애를 낳기 전까지 열심히 써보겠다고 말했다"고 웃으며 "네 명의 남자가 나오는데 각자 캐릭터의 성격이 있다. 그걸 살리면 재밌겠다 싶어서 겁도 없이 도전했다"고 이야기했다.

"마케팅할 때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을 많이 읽었어요. 대행사를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김은희 작가님의 '싸인' 마케팅 업무를 봤어요. 대본을 미리 받아서 보고 보도자료 아이템을 구성했는데, 그때 많이 배웠어요. 그 대본을 다 보고 공부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죠."

[Y메이커] '검법남녀' 이끈 민지은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 "'검법남녀 시즌2'의 가장 큰 얼개는 백범의 라이벌"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집필을 끝낸 뒤 민지은 작가는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에 '검법남녀'를 포함한 판타지 멜로, 규모가 있는 장르물 등 세 가지 아이템을 제안했다. 제작사는 '검법남녀'를 선택했다. "도전해보자" "이건 민 작가밖에 못 쓰는 거 아니냐"라고 했고 2016년 9월 최초의 '검법남녀' 기획안이 나왔다. 이후 2017년 1월 민 작가가 노도철 PD와 만나면서 '검법남녀'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2018년 시즌1이 2019년 시즌2가 방송되면서 민 작가는 꼬박 3년을 '검법남녀'에 매진했다.

"그 당시 저는 장편으로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한 작품밖에 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물론 영화 시나리오도 썼고 단막극도 썼지만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썼던 작가가 법의학 드라마를 쓴다고 하면 과연 누가 편성을 내줄까 싶었죠. 그 당시 노도철 감독님을 만난 게 행운이었습니다. 초기 대본 안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봐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시즌2까지 이어지는 동안 다양한 사건을 드라마에 녹여야 했던 민 작가는 "혹시 예전에 했던 거나 재미없거나 비슷한 게 반복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라면서 "이번 시즌에서는 현재 이슈화된 사건도 따와서 녹여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저의 모든 삶의 더듬이가 사건 찾기로 향했어요. 사람들을 만나서 소송 이야기를 들으면 '나중에 아이템으로 써도 될까요?'라고 할 정도로 제 더듬이가 그쪽으로 향하더라고요.(웃음) 홍보마케팅을 9년 했기 때문에 기사를 많이 보기도 하고요. 제가 듣고 읽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아이템이 될 수 있어요. 저희 남편이 법의학자로 일하고 있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요."

시즌1과 비교되는 시즌2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다중인격의 닥터K, 장철 캐릭터다. 민 작가는 "시즌2의 가장 큰 얼개는 백범의 라이벌 설정이었다"라고 밝혔다.

"백범이 범죄자가 된다면 어떤 범죄자가 될까 싶었어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백범과 장철은 비슷해요. 아버지가 의사고 전문의 자격증이 두 개가 있죠. 백범에게 대적하려면 보통의 범죄자는 안 돼요. 또 악인한테도 다양하게 서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민하다가 노도철 감독님과 다중인격이라는 설정을 만들었어요."

[Y메이커] '검법남녀' 이끈 민지은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 민지은 작가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영화마케터에서 홍보사 대표,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드라마 작가까지. 민지은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해줬다.

"작가가 된 계기는 저마다 다를 수 있어요. 전 작가 교육원 같은 곳을 다니지 않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어떻게든 엔터테인먼트에 발을 담그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작가도 프로듀서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봐요. 부족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게 나쁘지 않죠. 그것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또 주변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언제 어디서 누군가가 나타날지 모르잖아요.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주변이나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드라마 종영 이후 "원기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민 작가는 "제작하는 분들이 계속해서 불러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민지은 작가한테 일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마케팅할 때부터 대중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랐는데 작가가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생각해주길 바라요. 무엇보다 소통할 수 있는 작가가 됐으면 합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민지은 작가,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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