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nd 칸①] '칸의 총아' 봉준호,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

[72nd 칸①] '칸의 총아' 봉준호,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

2019.05.14.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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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nd 칸①] '칸의 총아' 봉준호,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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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프랑스 남부의 작은 휴양지 칸은 영화의 열기로 들썩인다. 세계 최대 영화 축제, 칸 영화제가 그 닻을 올려서다.

제72회 칸 영화제가 14일(현지시간) 칸에서 개막, 12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남다른 권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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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총 21편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 황금 종려상을 두고 겨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내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봉 감독은 '옥자'(2017)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다시 한번 칸을 두드린다.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최우식, 박소담 등이 출연한다. 칸 현지에서는 21일 처음 공개되며 30일 국내서 개봉한다.

'기생충' 초청으로 봉 감독은 5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그간 봉 감독을 향한 칸의 러브콜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괴물'(2006년 제59회 감독 주간)을 시작으로 '도쿄!'(2008년 제61회 주목할만한 시선) '마더'(2009년 제62회 주목할만한 시선) 등 지속해서 부름을 받았다. 특히 재작년 '옥자'(2017)로 생애 처음 경쟁 부문에 입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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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그의 신작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을 경영하는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 감독이 워낙 철저하게 작품 기밀을 유지하는 만큼, 몇 줄의 시놉시스 외에는 영화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기생충' 측은 지난달 22일 제작보고회를 열고 작품에 대해 귀띔했다. 봉 감독은 "한국적인 뉘앙스와 디테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빈부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룬다. 덕분에 해외 관객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기생충'의 진출로 한국영화는 2016년 '아가씨'(감독 박찬욱), 2017년 '옥자'(감독 봉준호)와 '그 후'(감독 홍상수), 2018년 '버닝'(감독 이창동)에 이어 4년 연속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창동 감독의 '시'(2010)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한국 영화가 9년간 무관에 그친 만큼 봉 감독의 수상 가능성에 관심이 높다.

다만 봉 감독이 수상 낭보를 전할지 두고 볼 일이다. 세계 영화인의 초청으로 칸 영화제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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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감독만 5명에 달한다. 켄 로치 감독('쏘리 위 미스드 유'),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영 아메드'), 테런스 맬릭('어 히든 라이프')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역시 황금종려상 기 수상자인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압둘라티프 케시시('메크툽, 마이 러브: 인테르메조')도 합류했다. 앞서 공식 발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예정보다 빠르게 작품을 완성하면서 추가로 경쟁 부문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페인 앤 글로리'), 캐나다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마티아스 앤드 막심')도 강력한 경쟁자다.

경쟁 부문에서 여성 감독의 작품은 4편으로 지난해(3편)보다 1편 더 늘었다. 마티 디옵('아틀란티크'), 예시카 하우스너 ('리틀 조'), 셀린 시아마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쥐스틴 트리에('시빌')가 이에 해당한다. '피아노'(1993)의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26년째 황금종려상에서 여성 감독 수상작은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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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부문 심사는 총 9인이 맡는다. 심사위원장인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감독을 필두로 부르키나파소 배우이자 감독인 마우모나 느다예, 미국 각본가이자 감독·제작자인 켈리 리처드, 이탈리아 감독이자 각본가 알리체 로르바케르, 프랑스 감독인 엔키 비라르, 프랑스 감독 로뱅 캉피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폴란드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가 선정됐다. 배우로는 엘르 패닝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72nd 칸①] '칸의 총아' 봉준호, 韓 영화 9년 무관 끝낼까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이 부분은 액션, 스릴러, 느와르 등 장르적 재미를 주는 영화를 상영하는 부문으로 그간 '달콤한 인생' '추격자' '부산행' '악녀'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공작' 등이 소개됐다. '악인전'의 주연 배우 마동석은 '부산행' 초청 당시 불참의 아쉬움을 달래며 생애 첫 레드카펫을 밟는다.

'기생충' '악인전' 외에도 연제광 감독의 '령희'가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정다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이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각각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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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은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다. 조용한 마을 센터빌에 좀비들이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공포 코미디극이다. 빌 머리부터 애덤 드라이버, 틸다 스윈튼, 셀레나 고메즈까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짐 자무쉬 감독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이번이 5번째 칸 레드카펫이다. '천국보다 낯선'(1984, 황금카메라상)을 시작으로 '커피와 담배'(1993)로 단편영화상, '브로큰 플라워'(2005)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받았다.

영화제 마지막은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더 스페셜스'가 장식한다. 집행위원회는 "위대한 마지막 상영작의 전통이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올해부터 '폐막작'(Closing Film)이라는 표현을 '마지막 상영'(Last Screening)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뉴시스, 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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