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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호텔', 기주봉에게서 홍상수 감독이 보인다면
 '강변호텔', 기주봉에게서 홍상수 감독이 보인다면
Posted : 2019-03-22 10:33
"싫은 건 없지. 안 맞았지."
"미안한 것 때문에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엄마를 "왜 떠났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두 아들을 버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나선 아빠는 그 여인과도 실패했다. 그렇지만 "미안함 때문에 누구랑 계속 살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배우 김민희와의 관계를 인정하고 전 부인과 이혼 소송 중인 홍상수 감독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강변호텔'(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제작전원사)이다.

'강변호텔'이 지난 21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통상적으로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감독과 배우들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강변호텔'은 영화 상영으로 일정을 마쳤다.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 연인 관계를 인정했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이후 국내 공식 석상에 서지 않고 있다.

영환(기주봉)은 강변의 호텔에 공짜로 묵고 있는 시인이다.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자신이 죽을 거라는 기분이 들어 오랫동안 안 본 두 아들인 경수(권해효)와 병수(유준상)를 부른다.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후 강변의 호텔에 방을 잡은 상희(김민희)는 위로를 받으려 선배인 연주(송선미)를 부른다. 영화는 상실의 아픔을 겪은 두 남녀가 호텔로 사람을 부른 뒤 생기는 일들을 그린다.

 '강변호텔', 기주봉에게서 홍상수 감독이 보인다면

'강변호텔'은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작품이자 연인인 김민희와 무려 여섯 번째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두 사람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를 시작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2017) '클레어의 카메라'(2018) '풀잎들'(2018) 그리고 '강변호텔'까지 함께했다.

다만 '강변호텔'에서 돋보이는 인물은 기주봉이 연기한 영환이다. 실제 기주봉은 '강변호텔'로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와 제56회 히혼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그 저력을 인정받았다.

영환과 상희. 크게 두 개의 줄기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환과 경수, 병수의 이야기는 마치 가족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엉뚱한 영환은 능청스럽고 소소한 소동극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두 아들의 본심은 저녁을 먹으면서 드러난다. "엄마가 내 욕 많이 했냐"고 묻는 영환에게 경수는 "인간도 아니라고 한다" "괴물 같은 존재"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다"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라고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너는 예전부터 엄마 아들이었다"고 말하는 영환에게 병수는 "엄마 아들인 만큼 아버지 아들이다"며 원망하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상황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상희는 유부남과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이별의 고통에도 "나는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해" "너무 머리를 많이 써서 가슴이 얼어붙은 것 같다" "지금은 그 사람이 이해가 돼"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상희에게서는 현실 속 김민희가 겹친다.

 '강변호텔', 기주봉에게서 홍상수 감독이 보인다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2017년 "사랑하는 사이"라고 공식적으로 관계를 인정했다. 홍 감독은 전 부인과 이혼 소송 중이며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를 통해 "제 삶을 재현하려고 하지 않는다"('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고 밝힌 홍 감독이지만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보고 심경을 엿본다.

삶, 죽음, 사랑, 관계 등을 이야기해온 홍상수 감독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동어반복이고 그의 예술성보다 사생활의 영역이 더욱 커져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영화가 영화로만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7일 개봉. 러닝타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콘텐츠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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