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개봉작] 세월호 품은 범죄액션물 '악질경찰', 용감한 시도였으나...

[Y개봉작] 세월호 품은 범죄액션물 '악질경찰', 용감한 시도였으나...

2019.03.20.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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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개봉작] 세월호 품은 범죄액션물 '악질경찰', 용감한 시도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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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가 있다. 사람 구실 제대로 못하던 그가 한 소녀를 만나 점차 변화 하고, 결정적 사건을 통해 악의 처단자로서 각성한다.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의 성장담이다. "경찰 무서워서 경찰 됐다"는 그는 내사과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한기철(정가람 분)을 시켜 경찰 압수 창고까지 터는 간 큰 범죄를 감행한다. 하지만 그날 밤 창고에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해 기철은 죽게 되고, 필호는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설상가상 창고에 있던 거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증거 자료가 타버리면서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오른다. 필호는 그간 기철과 모은 돈을 찾기 위해 그의 집을 찾지만 집은 텅 비어 있다. 기철의 친구 미나(전소니 분)가 돈을 가져갔음을 알게 된다. 이를 되찾기 위해 미나를 쫓던 필호는 기철이 죽기 전 미나에게 의문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음을 알게되고, 그 속에 담긴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Y개봉작] 세월호 품은 범죄액션물 '악질경찰', 용감한 시도였으나...

'악질경찰'은 이정범 감독의 전작인 '아저씨', '우는 남자'에서 익히 보아온 스토리를 따르고 있다. 악질 주인공과 더 강력학 악의 존재의 충돌, 주인공의 변화와 각성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여성 캐릭터,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 그리고 악의 처단까지. 사람 구실 못하던 조필호와 날 선 눈빛의 미나가 만나면서 만들어 내는 온기가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기존 작품과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세월호를 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너무나 다른 조필호와 미나 사이에 세월호 사건으로 사망한 여고생과 그 유가족을 공통 분모로 뒀다. 두 사람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면서, 세월호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참회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Y개봉작] 세월호 품은 범죄액션물 '악질경찰', 용감한 시도였으나...

'악질경찰'은 처음부터 '안산'과 '단원'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배치한다. 화면 가득 등장하는 노란 리본과 텅 빈 교실을 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월호 소재를 다룬 첫 상업영화로서 각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나를 통해 아물지 못한 상처가 공감을 얻고, 거대기업 정이향(송영창 분)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병패들이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악질경찰이 마주하는 악은 아주 현실적이지만, 기존 범죄 영화에서 끊임없이 등장했던 유형을 벗어나진 못했다. 정이향으로 대변되는 거대기업의 정경유착을 비롯한 우리사회 고질적인 비리와 문제들을 망라한다. 사람의 목숨마저 값으로 매기는 정이향과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 그런 '어른 같이 않은 어른들'을 향한 미나의 한마디가 가슴에 꽂힌다.

[Y개봉작] 세월호 품은 범죄액션물 '악질경찰', 용감한 시도였으나...

용기있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굳이 '세월호 소재를 차용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는 세월호를 배제하고도 전체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두 장르와 소재가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했다. 악질경찰 조필호가 각성하는데 미나의 역할이 크지만, 그 과정에서 세월호가 긴밀하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인물의 배경 스토리로 소비되는 것은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만한 지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빛난다. 이선균은 화려한 액션 대신 처절하고 현실감 가득한 액션으로 조필호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악의 하수인 권태주 역을 맡은 박해준은 전작들에 이어 또 다시 악역을 맡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얼굴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진격의 거인'을 꿈꾸는 반항아로 완변 빙의한데다 이선균과 남다른 케미까지 발산한 전소니는 이 영화 최고의 수확이라 할 만하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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