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농사꾼의 마음으로"...한석규, '우상'을 말하다

[Y터뷰①] "농사꾼의 마음으로"...한석규, '우상'을 말하다

2019.03.0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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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농사꾼의 마음으로"...한석규, '우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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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원동력은 새로운 한국영화였습니다. 그걸 꿈꾸고 맹렬하게 연기했어요. 90년대는 영화 시장이 급변하는 시대였어요. 새로운 한국영화를 하기 좋은 시기였죠. 지금도 새로운 한국영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다면 '새로운 게 뭐냐?'라고 할 수 있죠. '우상'이 속한다고 생각해요. 이수진 감독은 아직 신인이지만 정신이나 마인드, 창작관이 새로워요." (한석규)

배우 한석규는 1990년대 영화계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 '넘버 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텔 미 썸딩'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영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 제작 리공동체영화사)은 한석규가 생각하는 '새로운 한국영화'다. 그의 원동력이 된 작품 인만큼 "농사꾼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찍었다"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 아들이 죽고 난 뒤 진실을 쫓게 되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여름 즈음에 이수진 감독에게 연락이 왔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한껏 기대됐죠. 전 신인 감독을 좋아해요. 이수진 감독의 전작인 '한공주'를 봤는데 답답했죠. 좋았다는 말입니다. 저 영화가 어떻게 제작이 됐을지 상상이 됐어요. 쉽지 않았을 거 같았는데 더 어려웠더라고요. 시나리오를 금방 읽는 편인데 '우상'은 시간이 걸렸어요. 문장 하나하나가 치밀했죠. 제가 '초록물고기'라는 작품을 했을 때 관객들에게 시나리오만 보여줘도 되는 영화라고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지녔는데, '우상'도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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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한석규는 정치적인 야심이 크지만, 아들이 교통사고 가해자로 연루되면서 타격을 입는 구명회를 연기했다. 아들의 사고 이후 속 깊이 감춰둔 뜨거운 욕망을 드러내며 예고 없이 찾아온 최악의 위기를 헤쳐나간다.

"비겁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던 한석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살아남는 역할을 원했다. 그때 구명회가 나에게 왔다"고 돌이켰다.

한석규는 구명회가 연설하며 마무리되는 '우상' 엔딩에 대해 "글로 읽었을 때 확 각인됐다. 강력했다. 정곡을 찔린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하고 싶다' '이 작품을 관객한테 선보이고 싶다' '내 몸을 통해 보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다음에는 '과연 영화화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괜찮은 제작자와 투자배급사를 만났죠. 본인이 참여한 현장은 직감적으로 어떤 의미의 작업이라는 걸 알아요. '우상'은 쉽지 않았지만 소중한 작업이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복으로 느껴졌죠. 이수진 감독이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살도 많이 빠졌더라고요. 점점 퀭해지는 게 느껴졌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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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민식과 함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촬영을 마친 한석규는 "민식 형님과 '우린 정성을 다할 뿐'이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우린 농사꾼들이다. 정성을 다해 농사하고 쌀을 생산하다. 거기까지다. 이 영화도 그렇게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석규는 "영화는 가짜를 통해 진짜를 이야기한다. 가짜를 통해 진짜의 정곡을 찌를 수 있는 것이 이 일의 매력"이라며 "그걸 찾느라고 시간이 걸렸다. 어떤 상황에 반응을 하면서 인간의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구명회를 통해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모든 작품은 그 내용으로 뭘 말하고 싶으냐가 중요해요. '우상'은 쓴 약이에요. 몸이 아플 때 나으려면 쓴 약도 먹어야 하잖아요. '우상'은 그런 영화입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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