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책상 5개, 침대 2개"...'SKY캐슬' 미술감독이 밝힌 세트의 비밀

[Y메이커①] "책상 5개, 침대 2개"...'SKY캐슬' 미술감독이 밝힌 세트의 비밀

2019.01.25.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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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책상 5개, 침대 2개"...'SKY캐슬' 미술감독이 밝힌 세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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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공간] 메이커, 'SKY캐슬'의 이철호 미술감독입니다.

[Y메이커①] "책상 5개, 침대 2개"...'SKY캐슬' 미술감독이 밝힌 세트의 비밀

2019년 최고의 화제작 'SKY캐슬'. 제목의 SKY캐슬은 이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되는 장소로, 더 높은 곳을 향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욕망을 상징한다.

극중 설정에 따르면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립 주남대서도 선택된 정교수 가족들만 살 수 있는 석조저택 단지. 교육이면 교육, 명예면 명예, 부면 부,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사람들의 더 큰 욕망이 꿈틀되는 첨탑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바로 이 SKY캐슬 안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여느 드라마에 비해 세트 촬영분량이 2배에 이른다. 세트는 이번 드라마에서 '제2의 주역'이라고 할만큼 그 의미가 깊다. 특히 가족의 특성을 철저하게 반영한 디자인을 통해 설득력과 몰입도를 높여 인기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공간, 'SKY캐슬' 속 SKY캐슬을 창조해 낸 이철호 미술감독을 만나 공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드라마의 제목이자 주된 배경인 캐슬을 타운하우스로 설정했어요.
이철호 미술감독(이하 이) : SKY캐슬의 외관으로 등장하는 곳은 용인의 한 타운하우스인데, 아마 작가님이 한 번 가 보신 적이 있으신 듯해요. 사실 시놉시스를 받고 제가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분위기였어요. 상위 0.1%가 거주하는, 병리적으로 느껴질만큼 화려하고 권위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폭압적인 느낌을 상상했는데, 그 타운하우스는 외관이 좀 따뜻한 느낌이라서 의아함이 있긴 했죠. 하지만 한국에는 별로 없는 구조인데다, 아파트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구조라 세트장을 지을 때도 상상력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상상력의 폭이 더 넓어지는군요.
이 : 예를 들어 아파트 같은 경우 일단 단층일 수밖에 없고 기능적이고 보편적인 디자인에 국한되죠. 근데 타운하우스는 벌써 한서진 네 같은 경우 지하까지 3층 구조를 쓰고 있어요. 입체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한 셈이에요. 주택은 정해진 것이 없어서 디자인하는 입장에서는 더 재미있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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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트장과 실제 타운하우스 내부구조는 다르겠네요.
이 : 전혀 달라요. 다만 외관과 내부의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 테라스에 있는 M자 기둥을 살려서 세트를 구성했어요. 극 초반에 우주네가 이사오는 상황을 보면 캐슬 주민들이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신이 있거든요. 그런 장면에서 테라스로 연결해 줬죠. 그 정도 통일감 외에는, 세트장 구조는 전적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디자인에 치중했어요.

-말씀하신대로 각 집의 인테리어가 캐릭터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이 : 연출 감독님과 상의해서 각 캐릭터 별로 차별화를 눈에 띄게 해 보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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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서진(염정아 분)은 처음 콘셉트 잡을 때 '과거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때문에 가식적이고 허영심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몰딩이나, 계단의 카펫트나, 난간의 조각 같은 장식 요소를 가장 많이 넣었거요. 과거를 포장해서 감추려고 하는 성격을 드러내고자 가장 멋스럽고 예쁘게 꾸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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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혁(김병철 분)의 집은 실제로 보면 화면보다 더욱 검고 어두워요. 억압된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재료도 스틸, 유리, 세라믹 등을 활용해 세련되면서 차가운 스타일로 만들었죠. 실제 가정집이라면 살 수 없을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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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진과 차민혁이 양축을 이룬다면, 그 가운데 진진희(오나라 분) 집이 있어요. 집 또한 진진희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서 조명 같은 것도 아주 밝고, 투각을 많이 활용한 게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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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이태란 분)의 집은 원래 이명주(김정난 분)의 집이었다가, 새롭게 이사오면서 디자인이 바뀐 상황이에요. 명주네가 있을 때는 천벽지와 브라운 톤을 활용해 클래식하게 꾸몄어요. 이수임의 성격상 인테리어를 많이 바꾸지 않았지만, 식물을 좋아하니까 온통 나무와 화분을 둬서 분위기를 바꿨죠. 예를 들어 명주네에서 피아노가 전시 효과로 쓰였다면, 수임네에서는 그 피아노마저 화분 받침대가 되는 식의 변화가 있죠.

-비율로 따지면 어느 집에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었나요?
이 : 미술 제작비는 일반적인 인테리어로 따지지 않아요. 공간의 빈도수를 중요시 하거든요. 한서진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방송에 더 많이 나오고, 그만큼 더 완성도에 신경 써야 하죠. 비용적으로도 가장 많이 들 수밖에 없고 공도 가장 많이 들였어요.

-재벌가가 무려 4채라 세트장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거 같은데요.
이 : 대한민국 상위 0.1%가 거주한다는 설정을 살려야 하니까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했죠. 한정적인 제작비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누려야 하니까요. 게다가 세트 촬영분이 여느 드라마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아서 더 어려웠어요. 근데 힘들었던 만큼 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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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라는 설정도 살려야 하는 고민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이 : 근데 아버지들은 주로 병원 에피소드가 많아서, 세트장에서는 오히려 자녀들의 스터디룸이 더 부각된 거 같아요. 예서의 경우 공부하는 책상이 여러 개인데, 작가님이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을 해 놓으셨죠. 차교수네 방음 공부방도 대본상에서도 요구된 사항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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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요구가 디테일했네요.
이 : 자세히 보면 침대도 어떤 집은 더블베드 어떤 집은 트윈베드 달라요. 부부 사이에 따라 달리 한 거죠. 그런 부분도 작가님의 설정이 다 들어간 거에요.

-김주영(김서형 분)의 사무실도 세트인가요?
이 : 맞아요. 김주영 사무실은 마치 부스처럼 유리를 많이 써서 필터링 되는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속을 알 수 없는, 한겹 벽을 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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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실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인거죠?
이 : 그렇긴 한데, 조명 같은 나름의 촬영을 위한 장치는 돼 있어요. 사실 명상실은 너무 관념적인 느낌이어서, 저로서는 '개연성이 있을까' 의문을 갖기도 했어요. 근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굳이 현실적인 공간일 필요가 없겠더군요. 만약 현실에 있을법한 느낌의 공간이었다면 그런 임팩트가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처음엔 의자를 놓았는데 찍을 때는 치웠더군요. 덕분에 뭔가 무한공간 같은 느낌이 살았어요. 제 고집을 꺾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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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 김주영의 집도 등장했는데, 세트장은 아니죠?
이 : 펜트하우스라는 설정인데 송도 한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찍었어요. 처음엔 세트를 생각했지만 촬영 빈도수가 적어서 외부 촬영으로 대체했죠. 개인적으로는 김주영의 집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캐릭터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클래식하고 권위로운 부자들과 극과 극의 대비가 됐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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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의 딸 케이가 있었던 집도 안이 들여다 보이는 구조가 독특했어요.
이 : 실제 있는 가정집이에요. 미술팀이 촬영을 위해 바닥에 장판을 따로 깔고, 유리창에도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필름을 붙이는 등 장치를 했죠. 사실 세트로 하기 어려운 공간이에요. 또 실제 생활하는 집이라 리스크도 크고요. 그래서 처음엔 '골방 같은 곳 아니겠냐. 그냥 세트로 만들자'고 제안했었어요. 근데 만약 그렇게 찍었으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흔한 그림이 나왔겠더라고요. 연출 감독님이 판단을 잘 하신거 같아요.

-세트도 그런 식으로 예상보다 잘 나왔다 싶은 경우가 있을거 같은데요.
이 : 드라마에서 우리가 만든 공간을 잘못 해석해서 나오면 더러 상처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번 'SKY캐슬'은 연출진이 '캐릭터를 잘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저는 '감독님이 마술을 부려서 그렇다'고 서로 고마워 해요. 'SKY캐슬'은 미술팀이 의도한 바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고 살려서 찍어주셨어요.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의 운명은 어떻게 되나요?
이 : 다 부시는 거죠.(씁쓸한 웃음) 해외에서는 방송 미술이 또 다른 사업이 되거든요. 단적으로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같은 것도 그런거죠. 방송사들도 사업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 만들 때 처음부터 기획을 같이 해요. 그러니까 더 완성도 있게 만들려고 하죠. 한국은 그런 시장이 없으니까, 어떻게 가성비를 높일지만 고민하게 되거든요.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겨서, 미술 제작이 더 계획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SKY캐슬'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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