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수첩] 작가의 초심 덮어버린 'SKY 캐슬'의 뒷맛

[Y수첩] 작가의 초심 덮어버린 'SKY 캐슬'의 뒷맛

2019.01.15. 오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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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수첩] 작가의 초심 덮어버린 'SKY 캐슬'의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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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화제다. 1%대(지난해 11월 23일 닐슨 기준) 시청률에서 20%대(1월 12일 닐슨 기준) 가깝게 수직 상승했다. 대한민국 상위 0.1%만 입주할 수 있는 '스카이 캐슬' 속 주인공들의 럭셔리한 삶을 배경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의사 가문을 잇기 위한 치열한 자녀 교육은 드라마 밖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미디어에서는 극 중 등장하는 서울대 사정관 출신 입시 코디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상위 1% 아이들이 다닌다는 대치동 사교육 관련 집중 보도를 앞다퉈 다룬다. 보도 속 내용은 실제 있을 법한 일이란 증언이 대부분이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허구는 아니란 말이다. 뒤이어 부동산 관계자나 대치동 학원가는 ‘스카이 캐슬’ 방영 후 문의가 많아졌다는 말까지 친절하게 덧붙인다.


[Y수첩] 작가의 초심 덮어버린 'SKY 캐슬'의 뒷맛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스카이 캐슬’의 유현미 작가는 본인 자식을 대학에 진학시켜본 경험과 더불어 입시로 인해 자살한 학생의 보도를 보고 이 드라마를 집필하게 됐다. 유 작가는 첫 대본 리딩 때 “이 드라마를 통해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작가로서 사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 아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위해 아동 학대도 자행했던 엄마의 비참한 최후는 충격을 줬다. 빠른 전개와 다양한 캐릭터, 거기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까지 빠질 게 없었다. 특히 비정상적인 자식 교육이 정상적인 것이라 철저하게 믿고 있는 스카이 캐슬에 이사 온 이수임(이태란)은 갈증을 풀어준 캐릭터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말로 치닫는 ‘스카이 캐슬’은 예상치 못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쌍둥이도 라이벌로 만드는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사교육 중심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은 종적을 감추고, 오직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캐릭터에만 몰두한다.

그 입시 코디는 정상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학생은 무조건 서울대 의대를 보낼 수 있다며,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라고 확신한다. 학생과 부모 사이를 갈라놓고, 학생을 명상실로 불러서 섬뜩한 최면을 건다. 원만한 가족을 풍비박산 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사이코 패스가 의심될 정도다.


[Y수첩] 작가의 초심 덮어버린 'SKY 캐슬'의 뒷맛

주객이 전도되면서 현실 비판은 개인의 일탈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더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어긋난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은 사라졌다. 관심은 혼외 자식, 살인, 누명, 1% 입시 코디로 쏠린다. 오히려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정보만 대중들에게 흘린 게 아닌지. 방송 말미에 매번 등장하는 사교육 광고가 씁쓸한 뒷맛을 더한다.

김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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