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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현재에도 유효한 1997년의 위기 속으로
 '국가부도의 날', 현재에도 유효한 1997년의 위기 속으로
Posted : 2018-11-21 09:33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물가는 안정됐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다. 경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축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1997년 11월 21일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요청을 했다고 발표했다. 12월 3일 IMF는 한국에 550억 달러 긴급지원 협정을 체결했다. 아무도 예고하지 않았던 경제 재난이 시작됐다. 이후 한국의 경제 체질이 바뀌었다. IMF 사태가 빚어낸 부작용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영화사 집)이 2018년 현재, 1997년 위기를 불러낸 이유다.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 영화 최초로 IMF를 소재로 다뤘다. 각본을 쓴 엄성민 작가는 실제 IMF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

 '국가부도의 날', 현재에도 유효한 1997년의 위기 속으로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을 배경으로 위기를 막으려는 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자, 위기에 베팅하는 자,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자까지, 크게 세 줄기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국가 부도라는 경제 위기 속 각 주체의 대응 방식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냈다.

1997년 대한민국의 경제 대호황을 모두가 믿었던 그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다. 정부는 뒤늦게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경제 위기를 예감한 종합금융회사의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위기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국가 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인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국가부도의 날', 현재에도 유효한 1997년의 위기 속으로

외화 잔액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한시현은 위기 대응 방식을 두고 재정국 차관(조우진)과 강하게 대립한다. 차관은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금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시현의 반대에도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다.

구조조정, 대량해고, 비정규직 양상 등 고용불안과 높은 실업률, 빈부격차, 높은 자살률, 치열한 경쟁까지. IMF 이후 바뀐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때문에 '국가부도의 날'은 IMF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에게도,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안긴다. IMF 구제금융 위기라는 선택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겹게 견뎌냈지만 그 후유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가부도의 날', 현재에도 유효한 1997년의 위기 속으로

그래서 영화는 말한다. 위기는 반복된다고. 당연한 건 당연하지 않고,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상업영화로서 다소 결정하기 힘든 교훈 주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이로 인한 단점도 부각된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닌 마치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정의의 사도' 한시현과 마치 '악의 축'으로 그려진 차관의 대립은 전형적인 선악 구도로 아쉬움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진정성을 더한다. 강한 신념과 소신, 자신이 맡은 바를 정확히 해내는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의 연기력은 역시나 탁월했다. 목소리, 눈빛, 손짓까지 진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한시현과 같이 위기를 직감하지만 이를 인생을 바꿀 기회로 직감한 윤정학 역의 유아인은 현 청춘들이 가장 많은 감정을 이입할 인물로 보인다.

평범한 소시민의 대표로 나오는 갑수 역의 허준호는 표정만으로도 많은 걸 이야기한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경제 위기의 풍파를 다 겪어야 했던 우리네 아버지의 얼굴이다. 빈정대는 말투에 우월감과 권위 의식으로 가득 찬 차관 역의 조우진은 김혜수와의 대립으로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IMF 총재로 등장한 뱅상 카셀은 그 자체로 이지적이고 우아하다.

 '국가부도의 날', 현재에도 유효한 1997년의 위기 속으로

외환위기의 후유증은 길고도 질기다. 아직 우리 사회가 그로 인한 후폭풍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국가부도의 날'은 그 사실을 깨닫고,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지, 의미 있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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