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상류사회', 불쾌한 뒷맛

[Y리뷰]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상류사회', 불쾌한 뒷맛

2018.08.2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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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상류사회', 불쾌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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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쪽으로 조깅을 하는 주인공 수애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가 돈, 명예, 권력 등으로 상징되는 상류사회를 향해 내달릴 것을 예고하면서 말이다. '상류사회'는 꼴등이 아닌 2등, 3등 하는 사람들이 1등의 세계로 발버둥 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 과정서 소위 상위 1%의 행태와 그곳에 가기 위해 인물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보여준다.

◇ 욕망과 떼놓을 수 없는 전개

욕망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상류사회'를 논할 수 없다. 영화는 장태준(박해일) 오수연(수애) 부부의 모습을 통해 상류사회로 들어가려는 그들의 야심만만한 계획을 보여준다. 경제학 교수 장태준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정치 신인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서민경제 발전을 위해 애쓰지만, 상류사회로의 진입 앞에서 야심가의 기질을 보인다. 오수연은 미술관의 부관장에서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하는 인물이다. 그는 본인의 욕심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Y리뷰]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상류사회', 불쾌한 뒷맛

'상류사회'는 '인터뷰'(2000) '주홍글씨'(2004) '오감도'(2009) 등을 연출한 변혁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부부라는 표현보다는 동지에 가까운 장태준 오수연을 통해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민낯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의 추악함을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양면성을 그린다. 감독의 냉소적 시선 속에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유머가 극을 환기한다.

◇ 욕망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는 메시지

상위 1%의 '카르텔'은 견고하다. 각자의 욕망을 이뤄가던 장태준과 오수연에게 고비가 닥친다. 본인의 공약인 시민은행 설립을 두고 정경유착이 있음을 알게 된 장태준은 본인의 욕망에 스스로 제동을 건다. 그렇지만 오수연은 멈추지를 못한다. 위기 앞에서 더욱 세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 그를 잡아주는 건 장태준이다.

자신의 치부가 담긴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은 오수연은 결단을 내린다. 오수연은 욕망의 노예였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젠 "욕망의 주인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변혁 감독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오수연의 마지막 대사에 녹였다. 수애 또한 "오수연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당당히 달려가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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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설정 그리고 불쾌한 뒷맛

그런데도 '상류사회'는 불쾌함을 안기는 작품이다. 상류층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진부하고 뻔한 설정의 연속이다. 극 중 미래그룹 회장 한용석(윤제문)에게 주어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지녔다'는 것 자체가 1차원적이다. 부정부패로 일그러진 정치권, 그들과 재벌, 조폭의 커넥션 등 그간 상류층의 행태를 다룬 작품에서 많이 봐온 모습을 그대로 차용했다. 재벌과 정치인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것. 현실 속 뉴스에서 그들의 다이내믹하고 경악을 일으키는 행동을 많이 봐온 터라 영화 속 설정은 새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미투'(MeToo) 정국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탄식을 일으킨다. 장태준의 비서는 시종일관 그에게 야릇한 눈길을 던진다. 남성 권력자를 동경하는 여성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결국 그 눈빛에 넘어간 장태준이 아닌 비서의 신세만 안타까워진다. 윤제문의 정사 장면은 과도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이를 위해 실제 일본 AV 배우를 섭외했다. 사회 기득권의 위선을 보여주기 위함이라지만 꽤 오랜 시간 불쾌하게 묘사된다. 이번에도 여성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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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의 상승에 제동을 거는 장치, 동영상이라는 빌미를 제공한 이는 어느 순간 한 발짝 뒤로 빠졌다. 물론 그가 아닌 이를 쥔 이들이 오수연을 협박한다고 하지만 오수연을 향한 시선은 지극히 남성적이다. 장태준과 오수연 둘 다 배우자를 두고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했지만, 치명타는 오수연의 몫이다. 그걸 이겨내고 용기를 내야 하는 것도 오수연이다. 변혁 감독은 오수연의 마지막 행동을 통해 메시지를 그렸다. 그렇지만 조금만 들어가 보면 오수연이 그래야 할 이유가 빈약하다. 그것이 영화의 근간을 흔들고 불쾌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9일. 러닝타임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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