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터뷰] 조류 동맹? 조류 전쟁? 동갑내기 한화팬 vs. 롯데팬

[덕터뷰] 조류 동맹? 조류 전쟁? 동갑내기 한화팬 vs. 롯데팬

2020.03.0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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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의 덕후가 된다. 소소하게는 음식에 대한 취향부터 크게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덕심까지. YTN PLUS가 [덕터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덕후를 소개한다. 덕터뷰 3화에서는 팀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변함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팀을 응원하는 KBO 롯데 자이언츠 팬과 한화 이글스의 팬을 만나봤다.]


지난 시즌 KBO(한국프로야구) 리그 10위는 롯데 자이언츠, 9위는 한화 이글스였다. 롯데는 연고지 부산을 바탕으로 한 열성적인 팬이 유명하며,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4년 연속 연봉 총액 1위를 기록한 팀이기도 하다. 또한 한화는 에이스 2010년 이후 최하위권을 맴돌다가 2년 전 오랜 부진을 씻고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팀으로, 두 팀 다 지난해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롯데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었으며 한화의 마지막 우승은 1999년으로 두 팀 다 모두 90년대 이후 우승 경력이 없다. 야구팬들은 각각 갈매기, 독수리인 두 구단의 상징과 최근의 성적을 빗대어 두 팀을 '조류 동맹'이라고 묶기도 한다. 이번 시즌 반전을 꿈꾸는 한화와 롯데 팬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 팬 김성빈 씨(31)와 롯데 자이언츠 팬 김환재 씨(31)다.

Q. 자기 소개

한화팬 김성빈(이하 한화):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항상 외치지만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20년째 한화팬 김성빈이다.

롯데팬 김환재(이하 롯데): 2019 KBO 리그 꼴찌 롯데자이언츠 팬 31살 김환재다.

Q. 팬이 된 계기는?

한화팬: 99년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화 이글스가 우승했을 때 아빠 손을 붙잡고 경기장에 우승하는 경기를 보고 반해서 그때부터 보기 시작했다.

롯데팬: 고향이 부산인데, 태어나서 동네에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부산에는 택시 기사 아저씨나 주변에 알던 모든 어른이 롯데 경기를 보고 가는 곳마다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했으니까.

Q. 덕질(팬 활동)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한화팬: 2006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류현진 선수 데뷔했을 때 준우승 했던 시절, 그리고 얼마 전에 3위 했을 때. 그렇게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아 그래도 올해는 창피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기뻤다.

롯데팬: 의식이 있고부터 한국시리즈 간 걸 본 적이 없어서... 보통 우승 경험을 얘기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없다. 2017년 이대호 선수가 다시 롯데로 왔을 때 올해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뻤다.

Q. 반대로 팬이 된 걸 후회한 적은 있었나?

한화팬: 팬이 된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조금 힘들었던 때는 2010년대에 들어서 계속 꼴찌를 하고, 계속 타팀 팬들에게 놀림받고... 정점을 찍었던 게 13연패 했을 때 그때 내가 계속 돈 주고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봐야 하나 싶었는데, 딱히 후회라거나 괜히 시작했다, 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롯데팬: 저도 성적은 늘 안 좋아서 성적으로 후회한 적은 없고, 2014년 프론트에서 롯데 선수들 CCTV 사찰해서 문제 생겼을 때 조금 왜 그럴까 싶었고, 개인적으로는 전에 롯데 장원준 선수, 린드 블럼, 최근 강민호 선수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선수들을 구단에서 못 잡았을 때 아쉬웠다.

Q. 기억에 남는 시즌은?

한화팬: 2006년 준우승했던 시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건 또 김성근 감독님 시절. 요즘은 노리타(김성근 감독의 열성 팬)라고 해서 욕도 먹긴 하지만 SK 시절부터 김성근 감독님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김성근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인상 깊었다. 취임 이후 말고 취임 이전에. (웃음) 우승 했던 시즌을 말하고 싶지만 기억에 없다.

롯데팬: 2008시즌이다. 그때 고3이었는데 고등학교가 사직야구장 바로 위에 있었는데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그때 오셨다.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9시에 내려가면 사직동이 축제였다. 준플레이오프 티켓 구하려고 사람들이 텐트 치고 그랬다.

Q. 라이벌로 생각하는 구단이 있는지?

한화팬: 딱히 없는데, 자꾸 타팀에서 엮는다. 재작년에는 삼성 라이온즈랑 벤치클리어링 있으면 그렇게 엮기도 하고, 정근우 선수와 정찬헌 선수 벤치 클리어링 있을 때는 또 LG랑 묶기도 하고. 타팀 팬들은 삼성이나 LG를 생각하지 않을까.

롯데팬: 저는 LG 트윈스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엘롯기'란 말이 있지 않나. 한국에서 가장 팬이 많은 구단이 1위 엘지, 2위 롯데다. 잠실에 야구를 보러 가면 원정과 홈 석이 거의 반반이다. 응원도 너무 재밌다. 부산에 있을 때는 LG 트윈스는 서울이 연고지지 않나. 서울 vs 부산 이런 것도 있고, LG 팬들이 부산에 원정 오시면 서울말로 응원하면 우리는 이런다. "아~ 간지럽다" 성적도 비슷하게 가는 거 같고.

한화팬: 생각해보니, 롯데 팬들이랑은 자꾸 조류동맹이라고 해서 엮이더라.

롯데팬: 한화랑은 라이벌 아니다.


Q. 싫어하는 구단?

한화팬: LG와 롯데다. 롯데 같은 경우는 투정에 가깝다. 어머니가 롯데 팬인데 한화가 롯데를 이기고 들어가면 밥을 안 주신다(웃음) 그리고 롯데 팬들이 '야구 수도' 이러면서 자부심이 있으니까 얄미운 느낌이다. LG같은 경우는 벤치클리어링 있은 후부터 감정이 생겼다.

롯데팬: 전 한화 이글스 좋아한다(웃음). 개인적으로 싫다기보다 얄미운 팀은 키움인데, 고척에 갔는데 10점 내주는거 보고 나왔다. 작년에 보니까 고척에서 8번 싸웠는데 다 졌더라. 얄밉다.

Q.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한화팬: 한 명을 짚긴 어렵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악바리 스타일인 선수를 좋아한다 이용규 같은. 예전에는 구대성 선수를 정말 좋아했다.

롯데팬: 저는 이대호 선수다. 이대호 선수 정말 좋아한다.

Q. 김환재 님은 사직구장 앞 학교에 다녔으면 그에 대한 추억이 있나?

롯데팬: 야간자율학습 하면 다들 몰래 라디오를 듣고 있다. 그런데 이게 홈런을 딱 치면 중계보다 밖에서 소리가 먼저 들린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이 먼저 알려줬다. "홈런, 홈런" 하고.

Q. 김성빈 님은 팔과 등에 '한화 이글스' 문신까지 했다고?

한화팬: 26살 때 했다. 원래 치장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롯데 자이언츠 팬처럼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 한화에도 있다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경기장에 가면 남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 문신이 흔한 건 아니니까. 그러면 일부러 더 보여준다. (웃음)

Q. 나에게 롯데(한화)란?

한화팬: 한마디로 말하긴 힘들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접하고, 보며 자라다 보니까 살아가는 데 구석구석 묻어있는 그런 느낌이다. 음악을 할 때도 가사에 항상 야구 얘기가 있었고 어디에나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하다 보니까 그냥 삶에 묻어있는 그런 존재다.

롯데팬: 롯데는 일상이다. 거의 매일 자이언츠에 관련된 기사를 보던지 말을 하고 있더라. 지금은 비시즌이니까 유튜브 채널로 훈련하는 거 보고, 계약 상황 보고... 혹시 바빠서 경기를 못 볼 때가 있어도 늘 신경 쓰고 일상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화팬: 눈 뜨면 바로 스포츠란 보고, 눈 뜨면 비슷한 글자만 봐도 야구 같고. 그런 게 있다.

롯데팬: 맞다. 동감한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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