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 논란' 여자 농구...올림픽 대비 문제 없나

'혹사 논란' 여자 농구...올림픽 대비 문제 없나

2020.02.12.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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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광렬 앵커
■ 출연 : 허재원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스포츠 소식 허재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여자 농구대표팀, 지금 며칠째 계속 시끄러운 상황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자농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강에 들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실 텐데 이후에 2012년 런던 그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 모두 나가지 못했었다가 이번 최종 예선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습니다.

분명히 굉장히 값진 성과거든요. 그런데 어제 귀국을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침울했습니다. 선수들 표정도 어두웠고 협회 회장이 꽃다발을 나눠주는 장면도 뭔가 좀 어색했습니다.

기념촬영할 때도 어색한 분위기가 보였는데요. 박지수 선수의 인터뷰에 그 이유가 모두 들어가 있는데 같이 들어보시죠.

[박지수 / 여자농구 국가대표 : 제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가서 뛰는 게 창피하다고 느껴졌어요. 저희가 그렇게 질 일도 아니고, 그렇게 질 선수들도 아니고, 질 경기도 아닌데 그렇게 경기가 흘러가는 거에 대해 아쉬움도 많았고 화도 났고 좀 그랬습니다.]

[앵커]
제가 알기로는 박지수 선수가 대표팀 막내인데 막내도 창피하다는 말을 할 정도면 진출에는 성공했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이게 남을 비난하는 내용은 아니고, 협회나 코칭 스태프를 비난하는 내용은 아니고 자신들의 경기에 대해서 화가 났다, 이런 내용이죠.

중국전에 40점 차로 진 걸 가지고 이런 얘기를 한 건데 보면 영국에 3점 차로 이겼고 스페인에 37점차, 중국에 40점차로 지면서 득실차가 -74입니다. 좀 내용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세계 최강팀 중 하나인 스페인전은 그렇다고 해도 중국은 우리나라가 최근에 이긴 적도 있는 팀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 자존심이 굉장히 많이 상했을 거고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전날 영국전에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리고 24시간도 채 안 돼서 다시 중국전을 치렀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던 겁니다.

[앵커]
지금 올인 농구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영국전, 3명의 선수가 40분을 꽉 채웠는데 혹사 논란이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에 국내 프로농구를 보면 가장 잘 뛰는 에이스 선수들이 주로 30분에서 35분 정도를 뜁니다.

그런데 영국전에서 박혜진, 강이슬, 김단비 이 3명의 선수가 단 1초도 못 쉬었습니다. 그리고 40분 풀타임을 뛰었는데 분명히 일반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결국 10점 이상 앞서가다가 경기 막판에 선수들이 완전히 체력이 고갈되면서 1점차까지 쫓기면서 역전 위기까지 가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3점차 승리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뭔가 불편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문규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문규 / 여자농구 국가대표 감독 : 국내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40분을 다 뜁니다. 퐁당 게임을 해도 40분을 다 뛰고 그러는데 대표팀 경기에서 영국전을 하기 위해 40분을 죽기 살기로 뛴 거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죽기살기로 뛴다, 이런 말을 했는데 약간 옛날 얘기인 것 같은데, 나 때는 말이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기자]
그렇죠. 퐁당게임이라는 건 하루 쉬고 하루 경기하고 이런 빡빡한 일정에도 40분을 다 뛴다, 이런 얘기를 한 건데. 이문규 감독님의 말 자체는 요즘 상황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팩트도 아닙니다.

[앵커]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얘기죠?

[기자]
그렇죠. 하지만 이번 최종 예선전에서는 무조건 1승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 상대가 영국밖에 이길 팀이 없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 올인 전략이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김연경 선수가 복근이 찢어졌는데도 주사 맞고 나서 태국전 풀타임 소화했잖아요. 이런 거랑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5명 내지 6명의 선수가 부상 중이거나 감독의 전술에 맞지 않아서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인데 그럼 과연 이 선수들을 왜 뽑아갔냐?

선수 선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반증이었다고 볼 수 있겠고요.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평소에 선수들 기량을 자세히 점검하고 전력강화위원회와 소통을 잘 하고 이랬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안 가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결국 중요한 건 올림픽인데 박지수 선수가 협회의 지원 문제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기자]
어제 작심발언 굉장히 이어갔는데 먼저 박지수 선수 얘기 들어보고 얘기 나누겠습니다.

[박지수 / 여자농구 국가대표 : 이번 시합을 통해서 문제가 있었던 건 다들 아실 거로 생각하고... 항상 저희끼리 운동하고 저희끼리 시합하고 국내 남자 선수들과 게임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고요. 저희도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만큼,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정말 작심 발언이죠.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가면 많이 평가전을 하잖아요. 우리 농구대표팀은 그런 평가전이 거의 없었습니다.

여자대표팀은 주로 남자 고등학교팀과 연습 경기를 하는데 트레이너, 매니저 이런 지원 스태프도 프로팀, 소속팀만큼 잘 꾸려져 있지 않고 굉장히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팀만 갔다 오면 부상이 심해진다, 이런 불만까지 나올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대표팀 운영을 이렇게 하는 게 언제나 돈 문제입니다, 예산 문제인데 야구처럼 프로연맹에 아예 맡기든지 아니면 협회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서 돈을 벌어와서 지원 인력도 풍부하게 쓰고 이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보이는 시점입니다.

[앵커]
마지막 짧게 여쭤보겠습니다. 감독 임기가 이번 달로 끝나는데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종목을 막론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온 감독은 올림픽 본선까지 맡기는 게 일반적인데 2월 말까지, 이번 달에 임기가 끝나거든요. 지금 농구협회의 행보를 보면 계속 유임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인 게 사실입니다.

[앵커]
오늘 얘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스포츠부 허재원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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