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빈 볼 논란’...프로야구를 통해 바라본 진정한 “프로다움”

[김호성의출발새아침] ‘빈 볼 논란’...프로야구를 통해 바라본 진정한 “프로다움”

2019.05.01. 오전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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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빈 볼 논란’...프로야구를 통해 바라본 진정한 “프로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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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5월 1일 (수요일)
□ 출연자 :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출근길에 라디오로 만나는 깊이 있는 오디오 칼럼, 수요일 오늘은 스포츠 편입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 나오셨습니다.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이하 최동호):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오늘의 키워드는요?

◆ 최동호: ‘빈 볼과 자본주의’입니다.

◇ 김호성: 여기서 빈 볼이라는 것은 꽉차 있다는 것의 반대말이 아니에요?

◆ 최동호: 네, 보통은 위협구 이런 걸 이야기하죠, 프로야구에서.

◇ 김호성: 던지면 선수들 맞고 그러잖아요.

◆ 최동호: 예. 최근에 빈볼 때문에 프로야구에서 문제가 좀 많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보면서 떠올라서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건데. 스포츠가 여러 가지 사회적 기능을 하거든요. 우선 여가생활을 담당하죠, 우리들의. 여가생활을 담당한다는 이야기는 노동의 생산성, 또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이런 의미도 되는 거고요. 또 스포츠 자체가 하나의 산업도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통합의 기능도 하고. 그리고 이데올로기도 돼버렸거든요, 스포츠가. 이게 약간 어려운 말인데 쉽게 말씀드리면 스포츠를 보면서 우리가 민족주의, 쉽게 흥분하죠. 지난해 월드컵에서 독일 이겼을 때 왠지 뿌듯해지잖아요. 독일전 승리로 우리가 하나가 되고.

◇ 김호성: 그렇죠. 가장 극단화된 게 2002년 월드컵이 아니었나 싶어요.

◆ 최동호: 예, 맞습니다. 그런데 또 프로스포츠가 경제적으로 보면 프로페셔널리즘을 아주 강화하거든요. 이렇게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에 빚어졌던 빈 볼 시비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빈 볼 시비와 관련해서 태도의 문제, 프로야구 예의의 문제가 핵심적인 사안이었거든요. 사과를 하느냐, 안 하느냐, 제대로 왜 안 하느냐.

◇ 김호성: 그런데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공을 빈 볼을 던져서 선수가 맞으면 죄송하다, 미안하다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최동호: 해야 하는 거죠.

◇ 김호성: 그런데 왜 안 하는 거죠?

◆ 최동호: 아주 예전에는 투수가 몸에 맞는 공을 던져도 미안하다는 사과를 전혀 안 했습니다. 오히려 사과를 하면 감독이나 코치 선배들에게 혼났어요.

◇ 김호성: 기싸움인가요?

◆ 최동호: 맞습니다. 기싸움에서 밀린다. 일종의 이게 전쟁터인데 실수해서 몸에 맞출 수도 있지. 그래서 모자 벗고 인사를 하게 되면 다음 타자하고 상대할 때 심리전에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고개를 더 뻣뻣하게 들고 있어라.

◇ 김호성: 이상하네요. 맞은 사람은 때린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너는 맞을 짓을 했어, 이런 논리랑 비슷한 거 아니에요?

◆ 최동호: 그게 일종의 스포츠에서만의 논리가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것과 연관지어가지고 자본주의라는 키워드를 제가 가지고 온 것은 스포츠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스포츠를 접하죠. 경기를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면 스포츠 뉴스 나오죠. 또 출근해서 인터넷 보면 스포츠 뉴스도 읽게 되죠. 그리고 광고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전달해주는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서 또 우리가 계속 습득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프로스포츠를 흔히들 이야기할 때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니까 옛날식으로 얘기하면 봉이김선달입니다. 대동강 물 판 것처럼 무슨 생산품을 만들어내가지고 판매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를 활용한 선수들의 플레이로만 돈을 벌잖아요. 그러니까 옛날 식으로 이야기하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죠.

◇ 김호성: 거기에 빈 볼과 자본주의가 딱 지금 연관될 수 있는 것이군요.

◆ 최동호: 예. 고도의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되돌아보면 프로라는 말을 우리가 입에 달고 다니기 시작한 게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서부터입니다. 그전에는 별로 프로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이거 왜 이래, 프로답지 않게. 프로답게 일해야지’ 이런 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죠.

◇ 김호성: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다음에 사과를 하면 프로답지 않은 건가요?

◆ 최동호: 그런데 프로답게라는 말의 의미가 우리가 좀 따져볼 게 있어요. 일단 전문가처럼 일을 잘해야 된다. 그리고 성과를 내라. 능력에 맞는 대접을 해주겠다, 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뒤집어서 보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퇴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실제로 우리가 프로야구에서 벌어지는 일들, 계약기간 내에 성적 못 냈다고 해임되는 선수나 퇴출당하는 감독도 보면서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죠. 받아들이고 있단 얘기거든요.

◇ 김호성: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예요.

◆ 최동호: 예. 그런데 이게 바로 이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일상의 지배 효과인데 우리가 너무 일상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프로야구를 접하다 보니까 프로야구가 전달해주는 메시지나 이데올로기에 그대로 수용된단 애기거든요.

◇ 김호성: 그렇군요. 직전에 여영국 의원을 연결했는데 본인이 노동자 출신으로서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없게 만드는 법을 만들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강한 의지를 보이더라고요. 오늘 5월 1일 노동절 근로자의 날이기도 하고요.

◆ 최동호: 예, 그래서 애초에 말씀드렸던 빈 볼과 연관 지어서 말씀드리면, 최근에는 젊은 선수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사과를 하거든요. 그런데 사과하는데도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입니다. 투수가 너무 자주 모자 벗고 인사하면 안 된다, 기싸움에서 밀린다. 그런데 기싸움에서 밀리니까 사과하지 말아라, 미안한데도 사과하지 말아라. 이 이야기는 뭐냐면 전제조건이죠. 전제조건이 뭐냐면 무조건 이겨라, 이기는 게 최고다. 이런 논리잖아요. 이걸 전제로 하는 거잖아요.

◇ 김호성: 스포츠라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것이긴 하지만 승패라는 가치 이상의 또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이잖아요. 스포츠맨쉽.

◆ 최동호: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항상 얘기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는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바로 스포츠이지, 무조건 이겨서 승리가 전부다, 승자독식의 세상을 보려고 하는 것이 스포츠는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거든요. 그리고 만약에 이것을 우리가 선수들에게 무조건 이기라는 것을 요구하게 되면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글을 프로스포츠로 만들어버리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우리 사회 전체에도 우리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일상의 지배 효과를 당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를 우리 스스로 너무 각박하게, 살벌한 무한경쟁의 사회로 만들어버리게 되는 거죠.

◇ 김호성: 그럼 프로스포츠가 말 그대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이 둘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최동호: 바로 스포츠가 보여주는 그런 가치, 이승엽 선수 같은 모델.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고도 세리머니를 자제했습니다. 나중에 물어봤거든요. 홈런 맞은 선수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올라온 신인 선수다. 내가 너무 화려한 세리머니를 하면 이 선수 기가 죽는다.

◇ 김호성: 상대에 대한 배려에요.

◆ 최동호: 예, 이게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입니다. 사과했다고 해서 그 다음 타자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부담이 될 이유가 없거든요. 사과는 사과하고 최선을 다하는 건 최선을 다하는 거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의 지혜를 스포츠에서도 보고 배울 수 있단 이야기고 이것을 우리가 선수들에게 요구해야 한단 얘기죠.

◇ 김호성: 지금 말씀 들어보면 스포츠계에만 적용될 게 아니라 지금 정치권에도 던지는 아주 강한 메시지가 될 것 같은데요. 치열하게 싸우고 싸운 결과가 나왔을 때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 받아들이고,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 최동호: 그런 걸 보면 스포츠하고 정치하고 공통된 점이 너무나 많이 있거든요. 일단 구분이 되죠, 경쟁하게 되죠. 대립과 갈등의 구조인데 보이지 않는 룰이 있잖아요. 그 룰은 스포츠는 예를 들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고 한다면, 정치는 우리 시민들, 국민들, 그리고 공공의 선을 위해서 지혜를 모으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거죠. 때로는 갈등도 있기는 한데, 스포츠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습니다, 국회에서. 벤치클리어링은 우리 선수는, 공을 던진 구승민 선수는 공을 맞은 정수빈 선수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사과했거든요.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면 아마 또 좋은 모습을 보여줄 텐데 이런 지혜를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 김호성: 알겠습니다. 오늘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전해주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최동호: 고맙습니다.

◇ 김호성: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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