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식탁, 왜 필요한가?

고기 없는 식탁, 왜 필요한가?

2020.02.22. 오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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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채식 인구 1억8천만 명 시대.

채식주의자가 살기 좋은 사회,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올해 외국인 관광객 4천만 명을 목표로 둔 일본에서 그 답을 찾아봅니다.

[기자]
올림픽을 코앞에 둔 일본.

요즘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기를 안 먹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채식 식품이 늘어나고 있고요.

일본 정부 청사 식당에서는 3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채식 메뉴가 도입되었습니다.

채식 식품을 늘이기 전에 채식에 대한 편견부터 깨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고죠 노리오 / 내각부 사무관 : 예전에는 일본에서 채식주의자, 비건이라 하면 종교적이고 이상한 이미지, 사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이제 차차 '레스미트(less meat)', 고기를 줄이자는 말도 나오고 연예인 중에서도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채식주의자가 하나의 식 문화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아요.]

채식주의자가 5%도 안 되는 일본에서 채식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데요.

일본 정부가 채식에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꾸준히 채식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주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아늑한 식당이 그들의 활동 무대입니다.

[에라 노조미 / 채식주의자 : 잡채를 만들었어요. 당면, 목이버섯, 당근에 오늘은 고추를 더하고, 스다치(귤)을 뿌려서 먹습니다.]

[히로미 / 채식주의자 : 연근으로 만든 킨피라(우엉조림)입니다. 대표적인 일식인 킨피라를 연근으로 만들어봤어요.]

일본에서 채식을 널리 알리고자 2015년 만들어진 단체 '미트프리 먼데이 올 재팬'.

2년 전 이 채식식당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식당을 못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음식을 준비했네요.

[오가타 이치로 / 비채식주의자 : 이 콩 튀김은 주먹밥에 넣고, 콩고기 주먹밥으로 노숙자 분들에게 나눠드립니다.]

2년 전부터 나눠드리고 있는데요. 노숙자 분들이 드시면서 처음에 닭고기인 줄 알고, 실은 콩고기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더니 '맛있다'고 해주시고…

형편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채식을 할 수 있다는 걸 '미트프리 먼데이 올 재팬'은 알리고 왔습니다.

채식주의자도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식탁을 함께 하면서 채식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구라모토 히로코 / 채식주의자 : 우리 집에는 계란도 우유도 고기도 없는데요. 아이들은 밖에서 고기를 먹긴 먹어요. 아이가 어른이 되고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 제가 먹는 걸 보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할 필요 없어요.]

채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채식을 하나의 식 문화이자 먹는 권리로 보장하는 것.

'고기 없는 식탁'이 존재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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