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도 모르던 맛? 우리가 알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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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오전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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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청정지역이 빚어낸 선물, 치즈.

우리에게 김치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치즈가 있다.

김치가 지역마다, 가정마다 그 맛이 오묘하게 다르듯 치즈도 그렇단다.

[크리스타 에글리 / 기렌바드 치즈 조합 대표 : 이곳 치즈 조합은 1866년부터 시작돼 150년 넘게 혁신적인 작업을 통해 치즈를 만들어왔습니다. 치즈는 스위스의 전통문화이고 거의 모든 지역마다 우리 같은 치즈 농장이 있습니다.]

셜리 씨는 치즈 소믈리에다.

쉬는 날이면 이렇게 치즈 농장을 찾는다.

스위스 치즈는 알려진 것만 600여 종이라는데 매일같이 공부해도 부족하단다.

[셜리 조 / 치즈 소믈리에 : 치즈는 많이 아는 것 같아도 항상 새로운 게 나오고 있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과목, 분야라 생각해요.]

한국의 요리사 집안에서 태어나 음식과는 친숙하게 자란 셜리 씨.

스위스 제과 회사에 취업하면서 치즈로 메뉴를 개발하고 싶었다.

[셜리 조 / 치즈 소믈리에 : 이 치즈에 관한 질문을 스위스 사람들에게 많이 했는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건 뭐 치즈는 그냥 먹으면 된다, 그냥 잘라서 접시에 놓으면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길래 '아, 내가 더 알아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서 치즈 소믈리에 학교를 제가 직접 찾았죠. 그래서 가게 된 거예요.]

스위스에서 치즈는 단순한 음식 재료가 아니다.

한국인에게 김치가 그러하듯, 현지 문화와 지리적 환경 그리고 역사가 담긴, 솔 푸드(soul food)다.

[셜리 조 / 치즈 소믈리에 : (한국인도) 김치가 워낙 매일 먹는 음식이니까 김치의 역사, 김치가 어떻게 다르냐 이런 것에 대해서 잘은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걸 저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어떻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 그리고 치즈 가게에 가서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치즈를 제대로 고를 수 있는가 이런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음식은 푸짐하게 만들고, 이웃과 나누는 것이라 배웠다.

셜리 씨의 치즈 교실에는 음식과 사람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다.

[페터 비제 / 치즈 교실 수강생 : 처음에는 치즈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치즈 생산부터 지역이나 생산국에 따른 특징 등을 다 아는 것 같아서 정말 깜짝 놀랐죠. 멋졌어요.]

스위스 모든 국민이 치즈 박사가 될 그 날까지, 셜리 씨의 치즈 교실은 계속될 예정이다.

뉴질랜드에는 와인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포가 있다.

피터 황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라 겨울이 한창인 뉴질랜드.

모든 농가가 쉬는 계절이지만 피터 씨는 쉴 틈이 없다.

[피터 황 / 뉴질랜드 와인 스페셜리스트 : 농장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겨울철에 어떤 일들을 하시고 작년에 빈티지(생산 시기), 내년 빈티지 전망도 좀 듣고요. 작년에 재배하셨던 포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인도 같이 시음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와인 생산 역사가 짧은 비유럽 지역을 이르는 '신세계 와인 생산국'.

이 가운데에서도 뉴질랜드는 와인을 가장 늦게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한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1980년대 수출을 시작한 뒤로 현재는 와인 수출 11위가 될 만큼 주목받는 신흥 생산국이다.

소규모 농가가 많다 보니 와인 맛에 다 개성이 살아있다.

[피터 황 / 뉴질랜드 와인 스페셜리스트 :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가장 최남단의 나라인데 해양성 기후이고 밤에는 매우 춥고 낮에는 아주 뜨겁고 이런 날씨를 갖고 있어요. 이럴 때는 화이트 와인이 재배가 유리하고요.]

제대로 아는 술이라고는 소주가 전부였지만, 미래 가능성만 보고 무작정 뛰어든 와인 시장.

그래 봤자 마시는 음료인데 와인이 어려우면 얼마나 어려우랴 싶었다.

[피터 황 / 뉴질랜드 와인 스페셜리스트 : 처음에 와인 가게를 열고 나서 와인을 전혀 모르던 상태였기 때문에 배워보려고 여러 가지 책들을 보고 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설명이. 손님들이 자기가 원하는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제가 아무런 지식이 없을 때는 정말 황망했어요. 너무 망신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고. 그래서 제가 스스로 공부해야 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지난 20년 가까이 공정이 기계화된 곳, 영세한 곳까지 와인 농가란 농가는 모두 찾아갔다.

포도 품종부터 차근차근 알아갔다.

[피터 황 / 뉴질랜드 와인 스페셜리스트 : 제가 와인을 어느 날 추천했을 때 그분이 그 와인을 너무 만족했다 하면서 행복해할 때 '아 와인이 단순히 술을 파는 것만은 아니구나.', 그분과 추억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와인에 좀 더 깊이 빠지게 됐어요.]

피터 씨는 누구나 와인을 편하게 즐기길 바란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처를 늘리고 설명을 꼼꼼하게 달아둔 건 그 때문이다.

7년 넘게 칼럼도 연재하고 있다.

[이준민 / 뉴질랜드 동포 : 와인에 대한 관심 없는 사람도 읽었을 때 흥미 있게끔 약간 만화처럼? 좀 그렇게 쓰시니까 잘 읽어지는 것 같아요. 일단 글이.]

[피터 황 / 뉴질랜드 와인 스페셜리스트 : 와인은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수라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좋은 와인을 곁들인다면 그 자리를 더욱 빛낼 수 있는 더 좋은 파트너다, 이렇게 쉽게 접근해갈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 나라 사람도 미처 몰랐던 현지의 맛을 소개하는 사람들.

어쩌면 이들이 알리는 건, 치즈나 와인이 전부가 아니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것을 행복하게 나누고,

현지에 적응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바로 이들이 알리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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