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철거민 마을에 핀 희망의 불씨

[세상교과서] 철거민 마을에 핀 희망의 불씨

2015.05.16. 오전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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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산호세 델 몬테' 시입니다.

자연 재해와 정부의 도시 개발로 도심에서 쫓겨난 5만여 명의 주민이 이곳에 '타워빌'이라는 촌락을 이뤄 살고 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이 빽빽히 붙어있고, 전기나 수도도 그리 풍족하지 않은 마을이지만 주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흐릅니다.

4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하는데요.

이곳에 희망이 생긴 것은 '익팅(Igting)', 따갈로그어로 '불을 붙인다'는 뜻을 가진 봉제센터가 세워진 뒤부터입니다.

센터 안이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주문한 앞치마와 주머니, 티셔츠를 만드는 중입니다.

[인터뷰:글렌다, 익팅 봉제센터 직원]
"여러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우리 가족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기쁨이고요."

'익팅' 봉제센터는 한국의 NGO 단체와 코이카, 즉 한국국제협력단이 합심해 세웠습니다.

가난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한 가정 주부 80여 명이 이 곳에서 처음으로 일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다 주인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 형태라는 점인데요.

선거를 통해 선발한 대표자를 주축으로 매달 한번 월례회를 열어 월급 기준부터 운영 규칙까지 노동자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합니다.

[인터뷰:로웨나, 익팅 봉제센터 노동자 대표]
"저희는 좋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뿐 아니라 스스로 경영에도 참여하고 마케팅팀을 구성해 구매자도 직접 발굴합니다."

학교나 대기업 등에서 주로 계약을 따오는데 올해 상반기에 완성해야 할 단체복만도 4천300여 벌에 이를 정도입니다.

수익금은 인건비로도 쓰지만 절반 정도는 운영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합니다.

타워빌에는 이 봉제센터뿐 아니라 빵을 만들고, 화덕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곳까지 모두 3개의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한국 NGO 단체는 고용주가 아닌 협력자로서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철용, NGO '캠프 아시아' 대표]
"무엇이 과연 그들 스스로 지속 가능하게 하는 건가 생각을 하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일자리. 그 집안의 누군가가 고정적인 수입을 벌면 먹는 것도 해결되고 공부 시키는 것도 해결되고. 그래서 저희는 일자리 중심으로 사업들을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2년 전에는 타워빌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시설도 마련됐는데요.

도서관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아이들로 늘 가득찹니다.

어른들은 봉제 기술과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교실을 찾아 구직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리오, NGO '캠프 아시아' 상임 이사]
"타워빌은 지역 개발 사업의 아주 좋은 모델이 될 것이며, 필리핀 전역에 걸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 NGO 단체는 조만간 모든 사업권과 경영권을 주민들에게 넘길 계획입니다.

살던 곳에서 쫓겨나 가난과 무기력에 빠져있던 타워빌 주민들에게 '익팅 봉제센터'가 자립의 희망을 살리는 소중한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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