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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속의 작은 한국
Posted : 2014-12-2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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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찬바람 스미는 천막 텐트가 유일한 안식처인 시리아 난민들이 있습니다.

내전으로 깊어진 상처, 기약 없는 미래!

이들의 아픔을 터키 동포들이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알쉐, 시리아 난민]
"나눔을 실천해준 한국인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 음식까지, 요즘 터키는 한국 열풍이 뜨거운데요.

'대한민국 알림이'를 자처하고 나선 터키 동포들의 역할이 크다고 하네요.

[인터뷰:규바, 한국어 교육생]
"내가 만나본 한국 사람들은 진짜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이 궁금해졌어요."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작은 한국을 꽃피우고 있는 터키 동포들!

그 중심에 서있는 '터키 한인회'를 만나봅니다.

새벽 어스름이 막 가신 이른 아침.

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한 축구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만나는 축구 클럽 회원들인데요.

한인 동포들과 터키 사람들이 축구장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온 지도 벌써 12년째입니다.

처음 15명이었던 회원 수가 지금은 40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조재웅, 한-터 축구협회 회장]
"터키 사람들하고 더 가까워지자는 의미, 또 이 땅에서 살려면 단순히 자기가 원하는 걸 얻는 것보다 생활 깊숙이 들어가서 이 사람들하고 같이 공유하면서 살아가려고 처음에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인데요.

터키 한인회 주최로 축구 대회가 열립니다.

[인터뷰:박남희, 터키 한인회장]
"한인회장배로 모이시게 돼서 영광이고 앞으로도 이런 것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기는 양국 간의 대결이 아니라 청년 팀과 중년 팀으로 나눠 시합을 벌입니다.

패기로 똘똘 뭉친 청년 팀, 노련함으로 승부하려는 중년 팀.

부딪히고, 넘어지고...

여느 경기 못지않은 팽팽한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는데요.

추운 날씨인데도 한인회 임원들과 동포들도 나와 두 나라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인터뷰:이보라, 터키 동포]
"축구 회원들 중간 중간에 간식으로 먹을 컵라면을 준비하고 있어요."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축구를 통해 두 나라 사람들 마음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이겠죠?

이런 우정 덕분에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갈등도 한결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이재욱, 한-터 축구협회 회원]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서 함께하다 보니까 더 깊은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또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아흐멧, 한-터 축구협회 회원]
"한국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하면서 형제애가 더 깊어졌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법을 배워서 좋습니다."

결혼 4년차인 김효진, 에르딤 씨 부부.

김 씨는 지난 2009년, 한국에서 해군 무관으로 일하던 에르딤 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을 두고는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해 터키에서 신접살림을 차렸지만 문화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인터뷰:김효진, 터키 남자와 결혼한 한국인]
"우리 집에만 이런 문제가 있나? 예를 들면 남편이 한국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냄새나는 것을 싫어했었어요. 그래서 저희 집에 냉장고가 두 대였어요. 그런데 다들 수긍하시는 거예요.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김 씨 부부처럼 한국인과 터키인이 만나 결혼한 부부는 터키에 100쌍 정도 있습니다.

이런 부부들을 위해 터키 한인회가 1년에 두 번 모임을 열고 있는데요.

서로 낯선 두 나라 정서와 문화를 공유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돕기 위해서 입니다.

[인터뷰:박남희, 터키 한인회장]
"자주 만나서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터키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참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말을 맞아 열린 이번 모임에는 다섯 쌍의 부부가 참석했습니다.

터키 어학원에서 만나 6개월 전 결혼식을 올린 김준호, 투바 씨 부부도 처음 모임에 나왔습니다.

결혼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결혼전에는 몰랐던 문화의 벽을 조금씩 느꼈기 때문인데요.

같은 경험을 했던 결혼 선배들과 터놓고 얘기를 하다 보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인터뷰:김준호, 터키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이런 교류를 통해 어려운 점, 좋은 점을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좋습니다."

[인터뷰:투바, 한국 남성과 결혼한 터키인]
"알고 싶은 게 생기면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해요."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 있는 이스탄불의 중심가.

수많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오가는 이곳은 소문난 맛 집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한국식당은 3년 전 이 골목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요.

요즘 밀려드는 손님으로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한국인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터키 손님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인터뷰:김선희, 한식당 사장]
"라면 많이 좋아하고요. 불고기, 비빔밥, 해물파전, 떡볶이도 좋아하고요. 많이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식 열풍에는 터키 한인회도 한 몫을 했습니다.

한인회는 지난해 6월, 한국 음식을 터키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한식 요리책'을 펴냈는데요.

김치와 불고기, 비빔밥 등 30여 가지 한식 조리법을 한국어와 터키어로 쉽게 설명했습니다.

[인터뷰:박남희, 터키 한인회장]
"드라마는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데 거기에 밥상이 많이 나와요. 밥 먹는 장면들. 어떻게 만들어서 저 음식을 먹을까 궁금해 하니까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한식 요리책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조리법을 모르던 터키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인터뷰:메흐멧, 터키인]
"한국 음식 요리책을 봤습니다. 굉장히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책을 구매해서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요."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한국 식당은 10여 곳.

터키 한인회는 한국 식당과 함께 시식 행사 등을 통해 한국 음식을 더 많은 터키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박남희, 터키 한인회장]
"터키 사람들이 이거 맛있다, 이거 어떻게 만드냐 이럴 때 이 책을 권유하시라고요. 그래서 이것이 터키 전역에 퍼져나가면 참 좋죠. 한류 팬이 얼마나 많습니까."

24살 대학생인 투바 양은 요즘 한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한국 문화원에 나와 한국어를 배웁니다.

그녀가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 가수 때문인데요.

한국가수 엑소와 비스트의 열성팬인 투바 양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랫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한국어 공부가 벌써 1년이 다 돼 갑니다.

지금은 한국 노래 뿐만 아니라 한국 지리와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한국 팬이 됐습니다.

[인터뷰:투바, 한국어 교육생]
"K-POP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에 가서 구경하고 싶은데 특히 서울 부산을 가고 싶고 내년에 친구 또는 형제와 함께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 문화원에는 투바 양처럼 한국어를 배우는 터키 젊은이가 50여 명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8명 남짓하던 수강생이 10년 새 6배 넘게 늘었습니다.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도 스무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터키 한국 문화원은 동포 박용덕 씨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터키 사람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10년 전 자비를 들여 문화원을 설립했습니다.

문화원에 전시된 손 때 묻은 한국 소품들은 대부분 동포들이 하나씩 기증한 것입니다.

[인터뷰:박용덕, 한국 문화원 원장]
"한국 사람들이 뭘 추구하고 살아가는가 이런 것들을 나누기 위해서 단순하게 물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들,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인의 삶들을 함께 나누죠. 실제로 같이 해보고..."

오늘 한국 문화원에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습니다.

한국전 터키 참전 용사들인데요.

60여 년의 세월을 뒤로한 그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습니다.

참전 용사들을 위해 한인회에서도 잡채와 김밥 등 맛있는 한식을 준비했는데요.

마침 문화원 한편에서 한복입기 체험이 한창입니다.

터키 젊은이들은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그 또래 때 한국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립니다.

한국에서 보낸 할아버지들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인터뷰:알리 바트만,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한국인들은 잿더미의 나라를 스스로 살려냈습니다. 그래서 무척 감사합니다. 우리가 흘린 피를 창피하지 않게 했으니까요."

전우들의 피로 지켜낸 한국은 그들에게는 제2의 조국입니다.

힘들게 지켜낸 한국을 더 많은 터키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두 나라의 우정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마흐멧 데일리,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앞으로 양국은 더 깊은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도 교류를 잘 하고 있지만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은 교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리아 국경에서 7km 떨어진 터키 남동부의 작은 마을 수루치.

마을 어귀로 들어서자 수 천 개의 텐트가 즐비하게 서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온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불안한 눈빛,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

이곳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무겁게 깔려 있습니다.

철조망에는 난민들의 빨래가 얼기설기 널려있고, 텐트 옆에 고인 폐수의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인터뷰:에베, 시리아 피난민]
"전쟁이 끝나서 코바니에 있는 우리 집과 학교에 돌아가는 게 가장 큰 소원입니다."

내전의 고통에 신음하는 난민을 돕기 위해 터키 한인회가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인데요.

동포들은 바자회를 열어 정성스레 모은 성금 7백만 원과 밀가루와 옷가지 등 식량과 구호품을 난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인터뷰:모함메드, 시리아 피난민]
"갑작스럽게 피난을 오느라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못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텐트조차 없이 생활하는 피난민들을 생각하면 이 상황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동포들은 텐트 안에도 들어가 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구호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핍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 꼭 챙겨오기 위해서 인데요.

난민촌을 둘러 보면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역시 아이들입니다.

전쟁은 아이들로부터 배움의 기회마저 앗아버렸습니다.

[인터뷰:안순자, 한국인 선교사]
"코바니에서 넘어온 애들이 가장 필요한 건 학교인 것 같아요. 학교가 없어서 읽고 쓰고 이런게 너무 중요한 데 사설로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아서 큰 학교를 위해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해가 저물기 전에 더 방문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서둘러 간 곳은 텐트 난민촌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가지안텝.

이곳에는 거리를 전전하거나 폐가를 개조해 생활하는 수십만 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한 난민의 집을 방문했는데요.

집안은 땔감이 떨어져 냉기가 돕니다.

부부와 네 명의 아이까지 여섯 식구가 이곳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알쉐, 시리아 피난민]
"아이들이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든 점입니다. 밀가루를 가져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포들은 난로에 넣을 석탄을 주문하고 난민들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며 온기를 전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돕기 위해 잰 걸음으로 난민들을 찾아 나선 동포들!

이날 저녁 동포들은 난민 열 가정을 더 방문해 밀가루와 석탄을 전달했습니다.

[인터뷰:유영선, 터키 한인회 수석총무]
"함께 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죠. 그런 힘이 있으면 결국은 그때까지 참고 인내함으로 인해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고 그 일에 우리가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절망에 빠진 난민들에게 터키 한인회가 따뜻한 희망의 불빛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처럼 주변을 돌아보기 힘든 각박한 세상.

해외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에게는 더 그럴겁니다.

하지만 터키 한인회는 소외된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동포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터키인들의 둘도 없는 친구로.

터키 한인회는 함께라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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