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북'은 실제로 있었다

'동네 북'은 실제로 있었다

2018.01.29. 오전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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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 철수야, 내 차에 가서 서류 좀 가져와.
형수 : 도련님~ 콩나물 좀 사다 줘요~
조카 : 삼촌~ 나 천 원만~
삼촌 : 뭐하게?
조카 : 아, 있어! 엄마한텐 말하지 마!
삼촌 : 아우.. 아주 이젠 조카까지 내가 아주 동네북이야, 동네북

[조윤경]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이는 게 정말 동네북이 따로 없네요.

[정재환]
그렇죠? 이렇게 참 여러 사람이 두루 건드리거나 만만하게 보는 사람을 이르는 말, 바로 동네북입니다.

[조윤경]
그런데 왜 만만한 사람을 동네북 라고 부르는 걸까요?

[정재환]
이 동네북은 실제로 동네에 있던 북을 가리킵니다.

옛날에는요. 어느 마을에서든 잔치가 열리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사물놀이를 했습니다.

그래서 꽹과리, 장구, 징, 북, 이 네 가지는 어느 동네든 반드시 소장하고 있는 필수 악기였습니다.

[조윤경]
그런데 왜 동네북이라고 표현했을까요? 동네 장구나 동네 징도 있는데요.

[정재환]
자, 이 '북'이라는 악기가 말이죠.

꽹과리, 장구, 징과는 달리 다루기가 아주 쉽다고 합니다.

적당히 쳐도! 박자가 조금 틀려도! 표시가 거의 나지 않아서 북은 초보자도 손쉽게 칠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북채를 먼저 잡는 사람이 북을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조윤경]
그런데 요즘은 이리저리 치이고 무시당하는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잖아요.

[정재환]
네,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잡고 쳤다는 의미가 강조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만만하다는 의미가 생긴 겁니다.

오늘날에는 여러 사람에게 구박을 당하거나 분풀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윤경]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동네북'입니다.

[정재환]
여러 사람이 두루 건드리거나 만만하게 보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에 마을에서 잔치를 벌일 때 누구나 쉽게 잡고 쳤던 북에서 유래했습니다.

[조윤경]
사실 저는 우리가 요즘 쓰는 표현 때문에 동네북이 아주 하찮은 북을 가리키는 말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원래는 마을 잔치에서 꼭 필요한 악기였네요.

[정재환]
네,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북채를 쥐여주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울렸을 그 옛날 마을 잔치,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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